<허영만展: 창작의 비밀>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만화가 허영만 화백의 작가인생 40년 첫 개인전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창조경제의 핵심 콘텐츠인 만화를 관람함으로써 더욱 주목받았다. 올해 4월~7월까지 열렸던 이 전시회를 뒤늦게 주목한 것은 허영만 작가의 20여편의 작품이 애니메이션·드라마·영화 등 2차 콘텐츠로 제작되어 원소스 멀티유스(one source multi use)를 선도한 대표적 사례로 회자(膾炙)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능성을 타진하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자료원과 무용역사기록학회가 공동주최하는 아카이브전 <생(生)의 고백, 춤의 기억(記憶)>을 담당한 예술자료원 연구수집부 부장 정영순 님을 모시고 전시에 관한 중요 포인트를 들어보았다. |
Q. 최근 아카이브 전시와 구술채록사업 등으로 바쁘게 지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본인의 소개와 근황을 알려주신다면?
A. 현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자료원 연구수집부장으로 있으며, 광고연출 전공으로 CF 기획 및 연출 일을 하다 2001년 3월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예술자료팀에 공연영상제작 담당으로 입사했다. 그때부터 예술자료원에 근무 중이며, 예술자료수집, 예술사구술채록 사업, 공연 및 전시영상 제작, 아카이브 전시 등의 연구수집부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이외에도 예산, 국회요구자료, 고객만족, 연속 회의 등 다분히 사무적인 것들로 하루가 꽉 차있다. 당장에는 무용역사기록학회와 공동으로 9월11~13일까지 열리는 국제학술심포지엄 <아시아 춤의 기억술>을 통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 근·현대 예술사 구술채록사업’ 소개에 관한 발표문을 준비하고 있다.
Q. <허영만展: 창작의 비밀>을 통해 친근하면서도 대중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전시회의 가능성을 보았다. 이 전시를 어떻게 보셨는지?
A. 최근 예술 전 분야에 걸쳐 아카이브 전시가 대유행인 것 같다. 우선 만화라는 매체가 주는 친근함이 대중적으로 어필한 것 같다.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 전체를 활용한 큰 규모의 전시였으나 짜임새 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을 주는 전시였다. 허영만 작가의 다양하고 폭넓은 작품세계를 엿 볼 수 있었으나, 공간구성 면에서 광장처럼 꾸며진 공간에 만화 컷을 나열한 것의 의미를 알 수 없었다. 예술자료원은 항상 작은 공간에서 아카이브 전시만 하고 있어 부러움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지 않나 싶다. 그럼에도 가장 인상적인 것은 허영만 작가 만화의 사전작업을 위한 리서치 아카이브와 일상에 관한 만화 메모들이었다.
Q. 전시에는 1974년도 <각시탈> 초판본 원화와 <식객>의 전국지도 등 다채로운 작품과 자료전시, 웹툰을 직접 관람하고 체험하는 행사가 이뤄졌다. 이 전시가 또 열린다면 어떤 측면에서 무용가들에게 추천하고 싶은가?
A. 허영만 작가의 경우 작은 메모 한조각도 쉽게 버리지 않고 이런 전시를 통해 후학에게 남기는 예술가의 모범적인 사례가 아닌가 싶다. 무용의 경우 본인의 첫 안무나 초연 작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는 당시 프로그램이나 잡지, 신문 등 인터뷰 정도에서 자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카이브에서 인쇄본보다 더 귀하게 생각하는 것은 작품의 구상단계에서 안무가가 자필로 작성한 안무 노트, 아이디어 메모, 리서치 노트 등이다. 그것은 유일본 자료이므로 그 가치가 더욱 크다. 다시 전시가 열린다면 작가의 메모를 유의 깊게 보라고 하고 싶다.
Q. 올해 9월부터 내년 1월까지 열릴 <생(生)의 고백, 춤의 기억(記憶)>은 한국춤의 구전심수의 정신과 예술기록의 가치를 되살려보고자 하는 차원에서 기획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전시에 대해 소개해 주신다면?
A. <생(生)의 고백, 춤의 기억(記憶)> 아키이브전은 무용 기록술의 하나로 최근 국내에서 활발히 진행되는 ‘한국 근현대 예술사 구술채록 사업’을 소개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2003년부터 시작한 구술채록사업 무용분야 결과물인 1차 구술 자료집, 동영상, 기증자료 등을 활용하여 구술채록 사업 소개 및 성과를 점검하고 예술자료 보존과 가치 인식의 확산에 목적이 있다. 또한, 이번 전시는 2015년 9월 11~ 13일, 예술가의 집 다목적홀에서 개최되는 무용역사기록학회〈2015 국제학술심포지엄〉과 연계한 전시로서 국내예술관련 학회와의협업을 통해 새로운 시너지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Q. 전시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A. 구술채록사업 결과물인 영상을 통해 무용가의 생생한 삶과 그 속에 녹아 있는 구전심수(口傳心授)의 정신을 찾아보는 것에 있다.
Q. <생(生)의 고백, 춤의 기억(記憶)>을 통해 무용도 매체의 특성은 다르지만 2차 콘텐츠로 제작되어 원소스 멀티유스(one source multi use)로의 가능성을 탐색해볼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A. 어떤 장르도 기본이 탄탄하다면 2차, 3차의 콘텐츠로 재탄생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구술채록의 사업의 초기 기획에서부터 활용에 대한 방안과 활성화를 고민했다. 그 방법 중 출판, 전시, 다큐멘터리 제작 지원 등이 논의된바 있다. 이번 전시 또한 새로운 콘텐츠로 만든 사례 중 하나로 소개되겠지만 아직은 초보적인 단계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구술채록을 1차 사료로 사용해 어린이용 예술가 전기, 만화로 보는 예술사, 다큐멘터리 영화 등을 기획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으나 향유자가 원하는 재미있고 유익한 콘텐츠로 만드는 과정을 지원하는 것도 문화콘텐츠 산업에서 다루어지기를 기대한다.
Q. 앞으로도 공연예술계의 기록 작업을 위해 많은 활동을 기대한다. 향후 계획은?
A. 1979년 예술자료원 개원 이후 소장자료 70만점 중 기증을 통해 입수한 자료는 39만점에 이른다. 이는 많은 예술가들의 지지와 도움으로 가능했다. 예술가 및 예술단체가 소장한 자료의 정리를 돕고 예술기록관리 방법을 공유하여 소중한 자료들이 예술자료원 수장고에서 후대에 까지 이어져 연구와 재창작의 소스로 활용되도록 일조할 것이다.
인터뷰·글_ 장지원(무용평론가,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