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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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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生)의 고백, 춤의 기억(記憶)>’을 통해서 예인(藝人)들의 춤과 예술정신을 더듬어보다


 지난 9월 1일부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자료원의 ‘예술가의 집’에서 다섯 명의 무용가(김천흥, 김수악, 정무연, 김백봉, 메리조 프레슬리)가 남긴 구술(口述)기록, 육필(肉筆)원고, 동영상, 소품 등을 모아놓은 아카이브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필자는 전시관을 두 번에 거쳐 관람하였는데 첫 번째는, 무용역사기록학회의 국제학술심포지엄이 열리던 둘째 날, 점심시간을 잠시 이용해서 관람하였다. 전시관을 처음 들어서면서 생각보다 협소한 공간 때문에 무용가 몇 장의 사진자료와 유리진열대 속의 무보, 의상, 소품 등이 한 시야에 들어왔다. 그런 탓인지 '구전심수(口傳心授)'의 정신을 되살리는 채록사업과 예술자료의 보존가치를 널리 전하고자 하는 취지와 잘 부합할 수 있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으로 전시관을 나왔다.




 그리고 얼마 후 두 번째 다시 아카이브 전시관을 들어섰던 것은 아주 우연한 기회를 통해서이다. 한 가지 달라진 점은 필자 혼자가 아닌 최해리 선생님(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의 동반 아래 모든 자료들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들으면서 관람했다는 것이다. 시간에 쫒기다보니 나의 시각과 초점에 맞추어 부랴부랴 한 눈으로 스캔을 해서 내 마음의 잣대로 내 식대로 판독을 했다는 생각에, 마치 무겁고 둔탁한 그 어떤 것으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 들었다. 나의 선입견이 얼마나 잘못 되었는가 그때서야 알았다.

 

 우리에게 늘 회자되고 있는 무용가((故)김천흥, (故)김수악, 김백봉 선생님)의 춤 업적, 춤 철학이 담긴 예술정신이 무용학계에 예술적, 교육적 영향을 끼친 공로는 참으로 지대하다. 그러나 이 분들에 대해 더 알 수 있었던 것은 무보, 무용 등을 창작하여 자신의 예술적 길을 오롯이 걸으셨고, 후학양성을 위해 따듯한 마음을 지닌 참 스승이셨던 지극히 사람다운 삶을 사셨다는 사실이다.

 

 반면에 춤을 지독히 사랑한 사람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회자되지 않아 무용역사 속에 간과된 인물들이 다른 한쪽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으나 춤을 사랑하여 가족들에게 버림까지 받았지만 춤으로 모든 삶을 마친 정무연(본명 정항섭), 한국춤을 사랑한 여인 메리조 프레슬리는 웬만한 한국춤은 출 수 있을 정도로 지독히 한국춤을 사랑한 사람이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분들에 대해서는 최해리 선생님의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면 아마도 두 번째 관람 역시 눈으로만 슬쩍 보았을지도 모른다. 귀한 자료들을 통해서 뜨거운 감동이 물밀듯 밀려오면서 이 분들에 대한 나의 무관심이 참으로 미안했다.




 요즘은 모든 기록물들을 쉽게 담을 수 있고, 어디서든 원하는 자료들은 웬만하면 대부분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예전 다섯 무용가들처럼 그들의 예술혼과 춤을 기억하고 더듬어 볼 수 있는 풍부한 자료를 찾기에는 아직도 쉽지 않다. 그 만큼 자료수집이 어렵다는 뜻이 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기 힘든 귀한 구술자료들을 두 번이나 볼 수 있었던 것은 필자로서는 행운이었으며 감사한 일이다. 앞으로도 계속하여 한국의 춤 역사기록을 알 수 있는 자료들이 더 많이 발굴, 전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무용학계 연구에 크게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번 전시는 궁중무용가 등 다섯 명의 무용가가 남긴 구술기록을 통해 한국 고유의 춤 기억술인 '구전심수' 정신을 되살려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전시는 오는 2016년 1월30일까지 대학로 예술가의 집 아카이브 전시실에서 관람할 수 있으며 입장료는 무료다.

 

 

글_ 이화진(성균관대학 철학 박사, 우리춤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