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발레 콩쿠르이자 발레 무용수의 등용문인 로잔국제발레콩쿠르는 다른 콩쿠르들과 많이 다르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으로 콩쿠르가 진행되고 또한 어떻게 발레무용수들을 예술현장에 연결해 주는지 그 내용을 듣기 위해서 로잔국제발레콩쿠르 조직위원장인 스테판 라고니코(Stéphane Lagonico)를 인터뷰하였다.
조기숙(이하 조): 만나서 반갑다. 나는 대한민국 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에서 발레를 가르치는 교수로서 당신을 인터뷰하기 위해서 이곳에 왔다. 우선 자신의 소개부터 부탁한다.
Stéphane Lagonico(이하 Stéphane): 나는 본 로잔국제발레콩쿠르 조직위원장이다. 내 본업은 변호사인데 조직위원장 직은 콩쿠르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서 맡은 일종의 봉사직이다. 조직위원장은 이 콩쿠르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다양한 측면에서 지원하고, 특히 후원을 받아서 자금을 충당해야 하는 일이 주요 업무이다. 난 여기뿐만이 아니라 다른 재단에서도 이사로 봉사하고 있는데 이런 일을 명예롭게 생각한다. 평상시에는 주 1회만 나오고 지금처럼 콩쿠르가 진행될 때는 계속 나와서 진행을 도와주고 있다.
조: 로잔국제발레콩쿠르 조직구성은 어떠한가?
Stéphane: 예술감독 아만다 베네트(Amanda Bennett)를 포한해서 6명의 전임직원이 근무하고 9명의 이사들이 있다. 아만다는 미국 휴스턴발레단의 발레리나 출신으로 작년 9월에 이곳의 CEO겸 예술감독으로 오게 되었다. 전 직원들이 1년을 충실히 준비해서 8일간 본 행사를 진행한다. 콩쿠르가 진행되는 8일간은 자원봉사자들 60명 이상이 통역과 진행 등의 일을 돕고 있다. 당신도 온 김에 한국학생들을 위해서 통역을 도와주면 고맙겠다.
조: 물론 돕겠다. 로잔콩쿠르의 역사를 간략히 말해 달라.
Stéphane: 본 재단은 1972년에 무용인 필립 브라운쉐이그(Philippe Braunschweig), 그의 부인 엘바이어(Elvire) 그리고 로젤라 하이타워(Rosella Hightower)가 준비해서 1973년부터 젊은 발레리나들을 발굴하기 위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모리스 베자르(Maurice Béjart)도 본 콩쿠르를 많이 도왔다. 나도 1973년에 태어났으니 이 콩쿠르도 내 나이도 44세이다. 로잔은 내가 태어나서 자란 곳인데 이곳의 시민들은 이 콩쿠르에 대해서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본 콩쿠르는 처음부터 단순하게 2분 정도의 작품을 봐서 학생을 평가하고 상을 주는 그런 일회적인 경선이 아니다. 우리는 경선자의 가능성을 보고 무용수를 실제로 발레학교에 장학생으로 보내거나 또는 발레단에 입단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조: 출전규정은 어떠한가?
Stéphane: 15세부터 18세까지의 학생이면 인종이나 국적에 관계없이 누구나 이 콩쿠르에 지원할 수 있다. 15-16세와 17-18세로 나눠서 수업을 하고 경선을 치른다. 올해는 13개국에서 약 300명이 지원했다. 지원자의 1/3정도가 유럽인이다.
조: 콩쿠르의 전 진행 과정을 설명해 달라.
Stéphane: 올해의 경우를 예를 들어서 설명하겠다. 우선 예선에서는 지원자들이 보낸 작품 동영상을 비디오심사를 통해서 지원자 약 300명중에서 71명을 선정했다. 이렇게 선정된 71명은 이미 수준이 높은 학생들이다. 이들이 이곳에 와서 8일 동안 전 과정을 참여하며 진행된다. 매일 클래식발레와 컨템포러리 댄스 레슨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경선 작품은 주최 측에서 제시한 클래식 발레작품과 컨템포러리 무용작품 중에서 각 한 작품을 지원자들이 선정한다. 이 선정한 작품을 1:1로 코치(개인지도)도 해 준다. 이렇게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까지 레슨과 코칭을 받고 금요일 오후에 준결승전을 한다. 본선에 진출한 71명 중에서 약 20명이 선정되어 결선에 올라간다. 토요일에는 결선 진출자들의 경연이 있는데 이는 결선이기도 하지만 이 지역 주민들의 축제이기도 하다. 주민들은 극장에 와서 표를 구매해서 결선을 관람한다. 심사는 클래식발레 수업, 컨템포러리 댄스 수업, 클래식발레 경선, 컨템포러리 댄스 경선을 각 25%씩 해서 종합점수를 낸다. 일주일 내내 심사자들이 학생들을 관찰하고 정확하게 채점을 하기 때문에 역사상 한 번도 심사결과에 대해서 문제제기가 없었고 부정부패도 없었다. 그리고 토요일 오전에는 심사위원들이 결전에 진출하지 못한 지원자들을 1:1로 만나서 학생의 장점과 개선해야 될 점들을 면담해 준다.
조: 로잔발레콩쿠르의 특징이자 장점은 무엇인가?
Stéphane: 우리는 2분짜리 작품으로 학생들을 평가하지 않는다. 일주일간의 수업을 통해서 학생들을 심도 깊게 종합적으로 파악한다. 수상자들 전원에게는 주최 측에서 발레 학교에서 1년간 수학할 수 있는 전액 장학금을 제공한다. 그리고 결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해도 본선 진출자 71명의 반은 세계적인 발레학교에 장학생으로 선발된다. 영국의 로열발레학교(The Royal Ballet School)를 비롯해서 우리와 자매결연을 맺은 세계적인 발레학교 측에서 콩쿠르 기간 내내 여기에 와서 학생들을 보고 장학생으로 선발해 간다. 이렇게 우리는 조직적이고 구조적으로 발레무용수를 양성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따라서 본 콩쿠르는 사실 콩쿠르라기 보다는 발레무용수의 등용문이자 살아있는 교육과 교류의 현장이다. 여기 본선에 출전한 학생들은 이미 모두가 승리자이다.
조: 이 콩쿠르는 수익사업이 아니라 돈을 써야 되는 사업인데 재정확보는 어떻게 하는가?
Stéphane: 그 일이 바로 조직위원장인 내가 해야 하는 주요 업무이다. 기업, 정부, 복권 또는 개인이건 본 콩쿠르의 정신과 의미를 아는 단체나 사람들에게 후원을 받으러 다닌다.
조: 이제까지 한국인 출전자는 많았나? 그중에서 수상자는 지금 어디서 활동하고 있나?
Stéphane: 한국은 본 콩쿠르에 지속적으로 많은 지원자를 보내주는 고마운 나라이다. 이제까지 17명의 수상자를 배출했고 이들은 다 여러 발레단에서 발레리나로 활동하고 있다. 작년에는 박지수양이 수상을 해서 지금은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입단해서 활동하고 있다. 올해는 12명이 본선에 진출하게 되어서 이곳에 와있고 이중 1명이 다리부상으로 기권해서 11명이 함께 하고 있다.
조: 심사위원 구성은 어떠한가?
Stéphane: 보통 50%는 본 콩쿠르 수상자이면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무용수를 초대하고 50%는 발레단의 예술감독이나 발레학교의 마스터들을 초빙한다. 올해의 심사위원장은 아메리칸 발레시어터(American Ballet Theater)의 주역이었고 현재는 우루과이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으로 일하고 있는 훌리오 보카(Julio Bocca)이다.
조: 이 콩쿠르에서 클레식발레만 하지 않고 컨템포러리 댄스까지 같은 비중으로 실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Stéphane: 발레는 고정불변의 형태가 아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발레의 모습도 변해간다. 발레무용수라면 컨템포러리의 다양한 메소드도 소화해내야 한다. 이는 유럽의 발레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조: 나는 그간 콩쿠르에 대해서 별로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인데 로잔국제발레콩쿠르를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고 배워간다. 앞으로도 좋은 무용수들을 발굴하고 키우기 바란다. 감사하다.
인터뷰 이후 결선에서 한국학생 김단비(15세)양이 영광의 유망기대주상(Prix Jeune Espoir)을 수상했다. 또한 결선 참가자 5명이 유럽의 각 발레학교에서 장학생 제안을 받았다.
일시_ 2016년 2월 3일 오후 1시(현지시각)
장소_ 로잔극장 회의실
인터뷰, 글_ 조기숙(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 발레교수, 영국 Surrey 대학 무용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