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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평론가 장지원의 ‘님과 함께’ - 민속학자 양종승 님과 샤머니즘박물관을


 샤머니즘박물관은 민속학자 양종승 박사가 서울시 성북구 정릉의 국민대학 앞쪽에 2013년 개관한 국내 유일의 무속박물관이다. 사재를 털어 무속 관련 유물과 장서, 사진과 동영상 자료를 갖춘 이곳은 그의 민속학에 대한 전문지식과 샤머니즘에 대한 이해와 애정의 결과였다. 무속과 춤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반무당’이라 불리는 양종승 박사님을 만나 박물관의 설립과 운영, 아카이브 작업, 무속과 춤에 대한 전반적인 대화를 나눴다.





Q. 2013년에 개관한 샤머니즘박물관의 운영과 민속학 관련 학회와 교육 활동으로 매우 바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본인 소개와 근황을 알려주신다면?

A. 민속학을 공부했고, 특히 민속연희와 샤머니즘에 관심이 많았다. 우리나라의 역사문화가 무속신앙에 근거해서 계승, 발전해왔는데, 악가무극의 총체가 바로 연희이다. 전남 여수 출신으로 춤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어렸을 때부터 광주 권번 출신의 이옥선 선생 아래에서 춤, 판소리, 장고 등을 배웠고, 이후로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하며 농악, 탈춤도 익혔다. 또한 연희 고수들을 찾아다니면서 계속 배움의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미국으로 건너가 인디애나대학에서 인류학으로 석‧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귀국해서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실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다가 얼마 전에 은퇴했다. 그리고 지금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에서 민속학과 샤머니즘과 관련해서 강의를 하고 있고, 또 박물관 관장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Q. 사재를 털어 사머니즘박물관을 운영하게 된 계기와 현재 운영상황은 어떠한지?

A. 과거에 무당들이 쓰던 물건들은 다 태우는 것이 관례였다. 그것들이 귀중한 자료가 된다는 인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귀한 자료들이 소실되는 것이 너무 아까워서 애착을 가지고 수집을 시작했다. 또한 한국이 일본, 중국과 차별되는 중요한 문화적 뿌리가 여기 있다고 보았다. 결국 학자로서 이런 문화를 대중과 공유하고, 새롭게 인식하는 판을 만들겠다는 의지에서 샤머니즘박물관을 개관하게 되었다. 하지만 개관할 때 도와주는 일손도 없었고, 가족들조차도 왜 하필 귀신공부를 하냐며 만류하였다. 샤머니즘박물관의 자료를 모아서 출판을 하려고 해도 사업성이 없어서 출판사에서 거절하기에 자비로 사진도 찍고 책도 내는 상황이었다. 박물관은 뜻과 자료의 공유 그리고 대중화를 위해서 유지하고 있다. 세계화 시대에서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며 발전을 이루어가야 한다. 운영이 어렵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노력하고 있다.


Q.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을 지내신 만큼 아카이브 측면에서 자료를 어떻게 분류, 목록화하고 계시는지?
A. 이미 자료실을 보여드렸지만 인력 부족으로 체계적인 정리와 분류, 목록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과학적 보존은 엄두도 못내고 있고, 겨울에는 얼지 않도록, 여름에는 습기가 차지 않도록 제습기를 돌리는 등의 기본적인 작업을 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보안과 과학적 관리이다. 지금의 분류는 무속유물(신복, 방울, 부채), 장서(활자, 도서), 사진과 동영상 자료 등 크게 3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상당한 자료가 축적되어 있지만 무신도만 목록화를 마친 상태이다. 이밖에도 음향 릴테이프나 카세트 테이프가 원본 그대로 있어서 정리 작업이 필요하다.


Q. 한민족의 정체성 찾기에서 무속연구를 시작했고, 이와 관련해 샤머니즘, 영의 민족, 신바람, 흥을 언급했는데 간략하게 설명해 달라.
A. 한국인은 영적인 민족이고 한민족 특유의 신바람 기질은 무속에서 비롯되었기에 가장 기본적으로 샤머니즘과 흥을 살려야 한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전부 다 부정하거나 매도하는 안일한 생각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와 충돌이 발생한다. 샤머니즘에서는 영으로 이야기한다. 허황된 소리 같지만 영적인 뭔가를 알고 있어야 하고, 영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신바람으로 일으켜야하는 것이다. 신바람이란 영의 세계가 내게 들어왔다라는, 즉 기운을 얻는다는 의미이다.




Q. 우리춤과 관련해 무속은 근원적 동질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이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
A. 춤에는 땅을 누르고 하늘로 오르는데 있어서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양우선이다. 모든 것은 두 가지에 의해서 원리가 이루어진다는 뜻인데, 곧 음양(陰陽)의 원리이다. 본래 춤도 어원적으로는 ‘돋움’을 뜻한다. 춤추다는 돋아 올라가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돋움이란 땅을 딛고서야 가능한 것이므로, 이 역시 음양의 원리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와 같이 우리 춤과 무속은 그런 원리를 가지고 있고 그것이 가장 잘 나타나고 있는 것이 굿춤이다.


Q. 샤머니즘에 대한 편견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러한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사업들을 펼치고 있는지?
A. 작년에 문화재청과 함께 영의 세계를 객관적으로 끌어올리고 소통의 문제로 가야한다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는 모든 종교를 포용하고 함께 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올해에도 진행을 기대하고 있지만 담당자가 변경되면서 제안이 늦춰지고 있다. 그리고 샤머니즘페스터벌을 통한 국제무속교류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재정적인 문제로 미진행 상태이다. 이것은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재정이나 규모가 아니므로 여러 기관이 함께 해야 하는 일이다.


Q. 현재 무용계에 바라고 싶은 점이 있다면?
A. 무용계가 더욱 성숙해야 하는데 화장이나 의상 같은 부수적인 것으로 주목받으려 하지 말고, 관객과 소통하는데 있어서 진짜 춤의 내실화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무용가들뿐만 아니라 그들이 예술적으로 기운을 잘 살려낸 것을 이론가들이 정확히 포착해서 논리화시켜야 한다. 즉, 이론적으로 논리가 확립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두 번째로, 춤추는 사람은 많은데 공부를 하는 사람은 너무 적다. 춤꾼일수록 공부를 많이 해야한다고 생각하며 이론가들이 글을 쓰도록 만들고 이에 대한 투자도 해야 한다.


Q. 차후 계획에 대해 애기해 주신다면?
A. 지금까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하는 마음을 갖고 노력해 왔듯이 마음의 소통, 나하고 생각이 다른 집단이나 신앙과 소통하는 일을 하고 싶다. 최종적으로는 소장하고 있는 자료들과 유물들이 체계적으로 잘 정리되어 빛을 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인터뷰, 글_ 공동편집장 장지원(무용평론가,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

정리_ 인턴 김미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