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열풍을 통해 한국의 문화는 전 세계로 알려지며 관심을 받고 있다. <가온: 세상의 시작>(2016.04.01~2016.12.31)은 정동극장에서 자국민뿐 아니라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알리고자 노력하며 정동극장 전통공연 제작 20년의 내공을 총 집결한 공연이다. 한국무용, 연희, 무예, 소리 등 전통표현을 한 자리에 모아 2016 정동극장 새 상설공연으로 마련된 전통종합퍼포먼스 <가온: 세상의 시작>은 한국적 정서를 바탕으로 캐릭터부터 스토리까지 ‘창작’으로 완성했다. 평소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현재 고려대학교에서 객원연구원으로 한국학을 연구하고 있는 서이지님과 함께 <가온: 세상의 시작> 공연을 보며 외국인의 눈으로 본 한국의 공연문화와 한국무용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Q. 본인소개를 부탁한다.
A. 미국에서 태어났으나 지금은 한국에서 한국학을 가르치고 있고, 한국이름은 서이지이다. 이곳에 온지는 20년이 되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특별한 계획 없이 왔기에 한국의 전통공연에 대해 잘 몰랐으나 현재는 이쪽에 관해 연구하고 싶고, 하고 싶은 프로젝트도 너무 많다. 초창기 한국에서 영어도 가르쳤고 합기도, 택견, 공수도, 태권도 같은 무술도 오랫동안 배웠다. 연세대학교 한국학과에서 석사를, UCLA에서 박사를 마쳤다. 연구의 측면에서 한국의 가면극 공연을 보고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싶어서 영자서적, 인터넷 등을 찾아봤으나 사실과 다르거나 틀린 부분들이 많았다. 이처럼 가면극에 대한 부정확한 사실, 잘못된 부분들을 보게 되면서 한국학 석사 프로그램 입학을 생각했을 때 그것들을 고치고 싶었다. 오늘날 변화하고 있는 가면극에 대해 참여관찰법으로 연구하는 사람이 없기에 여기에 주목하고 있고 무용역사기록학회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Q. 이번 <가온: 세상의 시작> 공연을 어떻게 보았나?
A. 한국의 전통과 정체성이 보이지 않아 적잖이 실망스러웠다. 이미지를 위해 한복 비슷한 의상을 사용했고 춤적인 부분에서도 발레와 현대무용이 혼용되어 한국 전통춤 동작은 거의 없었다. 판소리 하는 두 명이 그냥 소리하고 있고 북만 들으면 괜찮지만 감독하는 방식이 뒤에서 다른 음악 소리도 너무 크고 이는 판소리 맛을 강하게 원하지 않음에 기인한 듯하다. 서양노래와 다른 방식을 취하면 서양 사람들이 이해가 힘들 거라 여기고 그렇게 연출한 것 같고 풍물도 이미지만을 위해 사용했다. 한국전통 공연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재미있게 볼 수는 있지만 이는 오리엔탈리즘을 보여주는데 불과했기 때문에 안타까웠다.
Q. <가온: 세상의 시작>을 보면서 특히 주목하거나 담아야 했던 부분이 있다면?
A. 외국사람들이 그 나라에 갈 때는 진짜 그 나라의 옛날 사람들이 했던 전통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특히 아시아권 문화가 아닌 먼 지역에서 온 사람들은 진짜 전통을 찾고 있다. 내가 한국학자인만큼 온전히 한국의 전통과 정체성을 담고 있는 공연을 통해 한국의 전통적인 것들이 얼마나 아름답고 훌륭한지를 알리는 일에 더 주력하기를 바란다.
Q. <가온: 세상의 시작>과 같은 공연에 당부하고 싶은 점은 무엇인가?
A. 국립부산국악원 상설공연 <왕비의 잔치>와 비교해서 말하고 싶다. 외국인들이 그 공연을 봤을 때는 한국의 전통공연을 봤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좋은 추억을 갖고 갔을 듯하다. 그 공연에도 부족한 점이 없지 않으나, 궁중정재, 동래학춤, 고성오광대와 같은 영남지역의 춤과 연희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의 공연장에서는 상설공연도 드물고 또한 정동극장이 위치한 지역이 외국인들,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지역이기에 <가온: 세상의 시작>이 뛰어난 전통이나 특징을 다수 담고 있는 공연으로 창작되면 좋겠다. 완전한 전통공연을 요일별로 정해서 어느 날 가면 어느 공연을 관람할 수 있고, 그것을 다른 외국인이나 관광객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완성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Q. 근황과 앞으로의 계획은?
A. 내년 여름까지 캐나다에 연구교수로 잠시 가있을 예정이다. 그곳 대학에서 학생들 120명에게 “Korean Popular Music in context"라는 과목으로 K-pop을 가르칠 것이다. 인기가 가장 많은 아시아학 수업이다. 내년에 한국에 다시 돌아오면 연구와 교육을 병행하면서 극장공연이나 축제에 대한 저술과 학술논문을 완성하고 싶다.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크고 너무 재미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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