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에서 공연예술아카이브의 길을 모색하다 - 국립국악원의 국악아카이브 연구기획 학술세미나 참가 후기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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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예술은 찰나에 연행된 후 바로 사라진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공연을 지속적으로 보존, 전승, 향유하기 위해서는 기록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공연예술기록물을 수집하고 관리하는 기관과 단체는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 공연예술아카이브의 개념이 도입된 지 오래되지 않아 관계자들이 그 현황을 공유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자리는 많지 않았다. 또한, 각 기관마다 기록물을 활용하기 보다는 선행 단계인 수집과 보존에 보다 초점을 맞춰왔다. 디지털시대에 들어 공연예술의 기록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공연예술아카이브의 관리와 활용방식도 변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11월 8일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학술세미나 ‘디지털 시대, 공연예술 아카이브의 역할과 가치 창조’가 개최되었다. 국립국악원 국악아카이브의 연구기획으로 이루어진 이번 세미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연예술아카이브들이 현황이 소개되고, 공연기록물 활용에 있어서의 여러 쟁점들이 논의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세미나는 크게 세 세션으로 구성되었다. 첫 번째 세션(좌장: 국립국악원 김정수) ‘사레로 보는 공연예술아카이브의 현황과 전망’에서는 국립국악원과 국립극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자료원, 국립무형유산원의 아카이브 담당자들이 각 기관의 현황과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 소개하였다. 우선 국립국악원의 권혜경 학예연구사는 <국악자원 집성‧활용을 위한 ‘국악아카이브’의 발전방향>을, 국립극장 공연예술박물관의 설인재 학예연구사는 <국립극장 66년의 역사 그 고귀한 스토리지(Storage)>를 발표하였다. 이어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자료원의 김현옥 학예사는 <예술자료원 공연예술 아카이브 현황과 발전방향>을, 국립무형유산원의 최연규 사무관은 <무형유산 자원 수집과 활용을 위한 아카이브의 역할과 전망>을 발표하였다. 1부 세션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연예술아카이브인 네 기관이 한 자리에 모여서 각 기관의 비전, 현황, 한계를 공유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었다.
‘공연예술아카이브 기록과 활용의 쟁점’이라는 주제로 열린 두 번째 세션(좌장: 공연예술기록협의회 정영순)은 무형예술인 공연의 기록화에 대한 철학적 논의, 그리고 문화자원으로서의 공연기록물 활용과 쟁점에 대해 사례 중심의 논의가 이루어졌다. 먼저 한성대학교 지식정보학부의 이호신 교수는 <공연예술 아카이브의 존재론적 고찰>을, 한국춤문화자료원의 최해리 공동대표는 <문화콘텐츠 창제작 원천으로서의 공연예술자료: 춤 사례를 중심으로>를 발표하였다. 이어서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의 홍승기 교수는 <공연예술 아카이브 저작권의 쟁점>을, Google Cultural Institute의 김윤경 프로그램 매니저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화향유 방식! 구글 아트 프로젝트의 현재와 미래>를 발표하였다. 2부 세션은 수집과 보존을 넘어 공연예술의 기록물을 어떻게 활용하고 서비스할 것인지에 관해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었으며, 나아가 아카이브에서 활용할 수 있는 최신 기술의 동향이 소개되는 장이었다.
종합토론의 장(좌장: 김희선 국악연구실장)으로 열린 마지막 세션은, 공연예술아카이브의 현직자들이 서로 의견을 나누고 객석의 질의에 응답하는 시간이었다. 메타데이터의 작성방식과 기록물 분류의 어려움, 저작권 문제로 인한 활용의 제약 등 공연예술의 아카이빙과 활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논의되었는데,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의 발표자들이 유사한 문제로 고민해 왔다는 점이다. 이는 현 시점에서 공연예술아카이브가 당면한 과제가 무엇인지를 표면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기관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관련 연구를 꾸준히 진행하여 전문가들이 결과를 공유하며 문제점을 공동으로 극복해 나가는 것이 한 방안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공연예술아카이브와 관련 연구는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이번 국립국악원의 학술세미나는 공연예술의 기록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향후 기록물의 활용방안까지 모색했다는 점에서 공연예술아카이브에 대한 논의를 한 단계 끌어올린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무엇보다도 시대에 부응한 주제와 전문 발표자의 선정 등 치밀한 기획 아래 개최한 이번 학술세미나는 개관 10주년을 앞둔 국립국악원의 국악아카이브의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걸게 한다. 앞으로 이와 같은 논의의 장을 지속적으로 마련하여 국내 공연예술아카이브의 선두주자로 발전하고, 또한 국악아카이브의 기록물이 충분히 활용되어 그 가치를 십분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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