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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무용가 최승희의 춤과 한국춤의 국제성 - 'Sound and Motion of Korea'와 '무용역사기록학회 제18회 학술심포지엄'에 대한 후기


 무용역사기록학회(공동회장 김운미, 조기숙)에서 개최하는 심포지엄에 초청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공연 실연과 학술발표 그리고 토론회를 통합하고자 시도한 주최측의 노고이다. 불교의식무용, 궁중무용, 기생춤 등의 한국전통춤을 프리젠테이션 'Sound and Motion of Korea'와 국립무용단 및 서울세계무용축제의 컨템포러리댄스 관람을 아우르며, 현대 한국의 풍요롭고 다양한 춤문화를 엿볼 수 있게 해주었다.


 이번 일정 전에도 몇몇 한국의 현대무용을 본적이 있으나 내게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온 것은 한국 무용수들의 훈련과 공연이 발레의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는 점이다. 이는 무용수들이 동작을 수행할 때 고도의 정밀성과 놀라운 속도 감각을 가지게 한다. 그러나 발레의 영향은 특히 그것이 전통춤의 기술이나 요소들과 통합되었을 때에는 양날의 검처럼 보였다. 한편으로 이것은 한국 전통춤의 특징인 몸통과 팔의 섬세한 유동성과 완벽하게 맞아 떨어진다. 반면, 이로 인해 기생춤과 같은 한국 전통춤에서 볼 수 있는 복잡한 무게감각을 현저하게 약화시킨다. 이 무게 감각은 무용수의 신체에서 경이로운 에너지의 순환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가장 매력적이었던 사례는 국립무용단의 <묵향>공연이었는데, 이 공연에서 여성 무용수들은 낭만 발레의 뛰어난 무용수들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무게 중심을 위로 둔 채로 춤을 추었다.


 이번 심포지엄은 전설적인 무용수인 최승희의 유산에 헌정되었다. 다양한 국가들로부터 온 학자들이 각자의 관점으로 상이한 맥락에서 이루어진 최승희에 대한 연구를 발표하는 것을 들을 수 있는 귀한 기회였다. 멕시코의 정치사학자 알프레도 로메로 카스킬라 교수가 최승희의 남아메리카 순회공연에 대해 발표한 논문은 놀라웠다. 그는 최승희 공연에 대한 현지 비평가들의 반응들을 추적했을 뿐 아니라 최승희의 춤을 1940년대 초 멕시코의 모던 댄스의 급격한 발전에 관련시켜 논의하기도 했다. 이 논문은 최승희의 국제적인 경력에 대한 역사적 기록의 중요한 공백을 메워주었다. 그리고 한국춤의 저명하고 존경받는 민족무용학자인 주디 반 자일 교수는 최승희에 대한 그의 장기적 연구의 결과를 발표하였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춤 전반의 현대성에 관한 복잡한 성격을 설득력 있게 밝혀주었다.


 심포지엄에서 특별히 흥미로웠고 유용했던 행사는 둘째날 아침에 진행되었다. 연변대학교 무용과 교수진과 김백봉춤보전회의 합동 시연회는 최승희로부터 큰 영향을 받은 북한과 대한민국, 그리고 중국 동북부의 한민족 춤을 색다르게 해석하여 보여주었다. 이들의 시연은 한국무용의 훈련에 있어서 최승희의 교육적 유산을 즉각적으로 이해시켜주었다.

 전체적으로 이번 심포지엄은 주최측의 지대한 노력과 헌신으로 조직되었다.
 공식적인 논문 발표와 라운드테이블 토론들에서 나아가 참가자들 사이의 비교문화/다문화적 대화들을 위한 훌륭한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글_ 첸 야핑(타이페이예술대학 교수)
번역_ 기자 심온(서울대 미학 석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