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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 김상덕 예술감독 인터뷰

  작년 10월에 김상덕 전 울산예술감독이 국립무용단의 신임 예술감독으로 선정되었다. 대표적인 국립단체장직을 공석으로 방치하더니 하필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로 어수선하던 즈음에 선정되어서인지 무용계에서 여러 잡음이 붉어져 나왔다. 특히 여러 차례의 경합 끝에 선정되었으므로 그 누가 되어도 뒷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소위 이름난 ‘주류 무용가’도 아닌 지방의 무용단체장이 선정되었으니 신임 감독은 이래저래 논란의 중심에 설 수 밖에 없었다. 급기야 일군의 무용가들은 언론사에 잘못된 정보를 제보했고, 무용계에 밝지 못한 어떤 기자가 그 정보를 그대로 받아 적어 오보를 내고 말았다. 국립극장이 신속히 대응하여 논란은 일단락되었지만 무용계에 큰 파장을 남겼다. 국립무용단의 올해 첫 공연인 <향연>의 연일 매진 사례로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김상덕 예술감독은 비로소 힘찬 행보를 시작했다. 김상덕 예술감독을 만나 국립무용단 이전의 그, 국립무용단과 함께하는 현재와 미래의 청사진에 대해 들어보았다. 



[사진 / 김상덕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Q. 어렵사리 국립무용단의 예술감독으로 선정되었다고 들었다. 부임을 축하드린다. 간략하게 본인 소개를 부탁드린다면?

A. 고등학교 때 무용을 시작했다. 예고에 들어가기 전에는 축구, 태권도 등 과격한 운동을 즐겨했다. 축구는 유소년 국가대표선수까지 했다. 당시는 남성이 무용을 하는 것이 흔치 않았고 힘든 시절이었으나 무용이 움직임이라는 측면에서 굉장히 매력적으로 와 닿았다. 그래서 집안의 반대를 극복하고 학원과 학교를 오가며 한국무용, 발레, 현대무용을 고루 익혔다. 이후 대학에 들어가고 석박사 과정도 모두 거치며 무용계의 엘리트로서 성장했다. 남무단 1기로 활동하였는데, 이 남무단은 한국무용계에서 남성무용수들이 양성되는 계기가 됐다. 콩쿠르를 통해 군면제도 받고 국립무용단에서 활동했다. 그러나 무용단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당시에 비슷한 연배인 김충한, 김승일, 김장우와 함께 4K라고 불렸는데, 그들과 재밌게 활동도 했고 대학원 공부도 열심히 했다. 그러면서 창작에 흥미를 느꼈고, 내 자신의 활동영역을 넓히기 위해 무용단을 나와서 워커힐무용단에서 6년간 활동했다. 이곳에서 프로무용수들과 호흡을 맞추고 관객들과 소통하며 무용의 대중화를 다각도로 실험할 수 있었다. <천년의 사랑>, <가리온>, <대장금> 등이 그곳에서 제작한 작품들인데, 모두 관객들로부터 호응이 높았다. 그 다음으로 울산시립무용단에서 5년 동안 있었다.



Q. 일찍부터 프로무용단과 지방에서 터전을 잡았던 탓인지 국립단체의 예술감독으로서 적절한 인물인가에 대한 의구심들이 있다. 이에 대한 해명을 한다면? 더불어 앞으로의 각오는?

A. 국립무용단에서 단원으로 활동했었고, 지방무용단과 프로무용단에서 무용의 대중화에 성공하는 등 차근차근 준비해왔기에 자신 있게 도전했다. 공연에서 기존의 방식을 고집하거나 나만의 예술이라 여기지 않고 모두의 예술이라 여기며 끊임없이 연구하고 창작한 부분이 어필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울산에서뿐만 아니라 중국 길린에서의 해외공연에서도 정명훈을 누른 티켓파워가 있었다. 이 점도 감안하지 않았을까 싶다. 앞으로의 각오라면 단원들이 기술적인 기량과 창의적인 역량의 모든 것이 갖춰질 수 있도록 작품제작에 과감히 끌어들일 생각이다. 단원들의 스타성도 찾아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작업에도 힘쓸 것이다. 결국은 춤으로 인정받아야 하고, 관객들이 말해주는 것이다. 작품을 통해서 역량을 보여줄 것이며, 좀 더 많은 무용인들이 우리 무용단과 같이 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겠다. 그리고 무용붐을 일으켜 다른 분야로 무용인구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돌파구를 찾고 새로운 무용대중화에 기여하고자 한다. 



Q. 울산시립무용단에서는 지역성을 활용한 공연을 주로 제작해 오셨다는데?

A. 문화예술의 변방지역이라 할 수 있는 울산에서는 지역콘텐츠가 중요했다. 시의 입장에서는 울산 시민들이 쉽게 이해하고 지속가능한 공연물을 원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래서 시민들이 즐겨볼 수 있고 다시 찾아올 수 있는 공연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는 매진사례였다. 지역콘텐츠로 제작한 작품을 손꼽아 보자면 반구대 암각화를 형상화한 <암각화>가 있고, <흑백 빛의 사랑이여>가 있다. 이 작품은 ‘울산판 백조의 호수’라 할 수 있다. 울산에는 태화강을 중심으로 까마귀 떼와 백로 떼가 많이 날아들었는데, 사실 새떼들은 시의 골칫거리였다. 이에 착안해 태화강의 생태계를 자연과 경제공업도시와 연결해서 작품을 구상했다. 이 작품은 자연과의 친화와 공존의 사업으로 엄청난 시너지를 가져왔다. 또 지역의 역사이야기를 다룬 <자란의 이야기>를 제작했다. 내용은 춘향전과 비슷하나 울산에 맞게 변형한 스토리텔링으로 주목을 받았다. 또 울산은 과거에는 고래 사냥이 유명하여 장생포라는 역사성이 깊은 지명을 갖고 있다. 이를 감안하여 고래잡이들이 사는 이야기를 그린 <장생포>를 통해 역경을 딛고 고래를 잡아들이는 사람들의 잠재력을 시각화함으로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외에도 ‘나는 가수다’와 같은 포맷으로 배틀형식의 공연을 올리기도 하는 등 1년에 평균 16편 정도를 공연했다. 전국평가도에서 국립을 제외한 단체 중 5년 동안 전국 1위를 차지했다.  



Q. 국립무용단에서는 어떤 작품을 펼칠지 궁금하다. 최근 국립무용단의 춤은 컨템포러리 스타일이 주를 이룬다. 이에 대한 견해는? 

A. 국립무용단의 관객은 전 국민이다. 국립의 예술감독이 된 이상 국민의 문화향유권을 존중하고, 국가 단체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적인 컨텐츠, 세계적으로 나갈 수 있는 브랜드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컨템포러리 춤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국립무용단은 과거로부터 전해오는 정체성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선도적 위치에서 과거에만 머물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통의 바탕 위에서 현재의 감각과 이미지들을 공유할 수 있고, 또 미래 세대에 다가갈 수 있는 춤을 제작해야 한다. 한국무용은 지금의 춤을 추는 것이며, 국립무용단은 현시대의 무용을 표현하는 무용단이다. 그래서 이 시대의 춤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일 것인가의 문제를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런 생각들이 무용수들을 세련되게 만들 것이며, 무용수의 역할을 다각화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렇게 만드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라 본다. 



Q. <향연>이 일반 관객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전석매진 되었다. 언론이나 대중은 이 작품의 연출자인 정구호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 ‘향연’의 미학도 그로부터 나왔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그와 협업을 계속해 나갈 것인가? 

A. 아직 당장은 특정인과의 협업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국립무용단의 작품에 필요하다면 끊임없이 새로운 사람을 찾아야 하고, 계속해서 수준 높은 공연으로 대중들의 호응에 보답해야 한다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답인 것 같다. 한 사람의 인물에 국한하면 컬러가 비슷해지기 때문에 작품에 따라 적절한 인물들을 발굴하고 그들과 연구하고 협업하면서 변화를 주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시즌제를 실시하여 색깔을 미리 준비하는 과정을 가질 것이다. 



Q. 국립무용단이 지금까지 외부 혹은 외국 안무가를 고용해서 정체성의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는데 본인이 전적으로 안무를 담당할 것인지? 본인의 신작은 언제 선보일 것인가? 새롭게 제작될 신작에 대해서 미리 정보를 주신다면? 

A. 현재 <리진(Lee Jin)>이라는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6월 달에 공연될 예정이다. 조선시대 궁중무희인 리진과 초대 프랑스 공사의 운명적인 사랑이야기를 다룬 내용이다. 소설로도 다루어졌으므로 익히 아는 내용일 것이다. 협력 아티스트들과 함께 무용에 중심을 둔 스토리텔링을 구성하고 있다. 국립무용단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무용극이 될 것이지만, 과거의 그런 무용극 스타일은 아니다. <리진>은 전달력 있는 춤의 기법과 구성, 오브젝트 중심의 무대 메커니즘을 고심하며 색다른 변화를 시도할 것이다. 국립무용단에서의 첫  작품이므로 콘셉을 잡는 것에서부터 움직임과 동선, 그리고 연출 등 모든 것을 총괄하면서 제작해 나갈 것이다.  



Q. 작년부터 국립무용단이 해외무대에 진출하여 호평을 받고 있다. 이런 추세로 계속 나아가야 할텐데, 주력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A. 세련된 작품이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시대에 맞는 한국적 정서를 입히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고유의 정서와 기능을 세련되게 표현하고 더 승화시켜서 수출할 수 있도록 협력 아티스트들과의 연구를 강화하고자 한다. 그리고 해외 안무가들과의 협업은 해외에 우리 춤의 장점이 어필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으므로 지속해야 할 것이다. 임기 동안에 우리 작품이 해외시장에서 높은 공연비에 팔릴 수 있도록 만들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향유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글_ 장지원(무용평론가,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