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국제심포지엄 - “유럽에서의 판소리: 전수와 습득” - 은 한국의 전통 공연예술의 세계간 전파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한 사람이 관중 앞에 서서 이야기 하나를 들려준다. 북 장단을 맞추어, 이야기와 노래가 어우러진 퍼포먼스를 배가시키는 리듬에 따라서, 그 목소리는 냉철한 묘사에서부터 불타는 사랑의 고백까지, 단조로운 슬픔에서부터 정맥 안의 피를 얼게 만드는 고통과 비애의 아우성까지를 넘나든다. 청중들은 추임새로 소리꾼(판소리 창자)을 거들었고 서사의 흐름에 기여했으며, 소리들의 다성악을 더하며 공연의 일부가 되었다.
판소리는 한국의 청중들만을 설레게 하는 것이 아니다. 이 예술의 매력은 국경을 초월하고, 풍부한 표현의 발성 기술들과 서사시들은 타국에서도 경험될 수 있는 것이다. 초청 공연은 축제, 극장, 박물관 그리고 문화센터, 때로는 거리에서도 가능하다. 그러나 판소리가 한국에서 문화 유산으로서 인정받는 한편, 이 장르의 이야기들과 관습들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을 위한 공연의 경우 전수의 방법들을 필요로 한다. 전통적인 접근들에서 나아가, 판소리는 다양한 영역의 한국인 및 비한국인 예술가들을 위한 영감과 소재를 제공한다.
2017년 7월, “유럽에서의 판소리”에 초점을 맞춘 이번 심포지엄은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을 받아 주독 한국문화원에 의하여 조직되었다. 조용수의 북 반주와 함께 명창 윤진철이 부른 전통작인 <적벽가> 완창 공연이 행사의 시작을 알렸으며, 마티아스 엔트레스가 여기에 소개를 덧붙였다(7월 14일 저녁 7시, ufaFabrik). 이튿날(7월 15일 오전 11시 – 오후 6시) 독일, 프랑스, 미국 그리고 한국에서 온 학자들과 예술가들은 유럽 내 판소리 공연의 잠재력에 대해 논했다. 그들은 이 예술의 전통적 측면들을 다양한 장르와 미디어를 포함하는 더욱 실험적인 접근들과 함께 보존할 수 있는 전수의 방법들을 비교해보았다.
전수에 대한 질문들
1960년대와 70년대 이래로 한국 음악가들의 초청 공연들이 유럽에서 종종 있어왔다. 그러나 세기가 바뀌면서 판소리에 대한 관심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 현상의 원인에는 단지 판소리가 200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많은 이유들이 있다. 한국의 재정적·조직적인 지원에서 나아가, 명망 있는 명창들의 성공적인 초청 공연들 역시도 현지 관객들의 특정한 수요들을 잘 알고 있는 매개자들의 노력들에 의존한다.
[사진 1] 조용수의 북 장단에 맞추어 프랑스어로 판소리에 대하여 발표하는 에르베 페조디에
[사진 2] 윤진철(소리꾼)과 조용수(북)의 <적벽가> 공연
번역가이자 학자인 한유미와 에르베 페조디에(파리), K-Vox 축제의 설립자들 그리고 저널리스트이자 음악 큐레이터인 마티아스 엔트레스(베를린)는 이 한국 전통 예술과의 강렬한 만남을 선사하는 공연들을 성황리에 정기적으로 조직하고 있다. 대부분의 유럽 관객들에게 낯선 몇 세기나 지난 전통예술과 한국인들조차 가까스로 따라가는 그것의 옛 텍스트들을 소개하고 전수하면서, 수많은 이론적·실제적인 난관들이 대두된다. 강연에서 한유미, 페조디에 그리고 엔트레스는 번역의 문제, 자막을 띄우는 문제부터 추임새를 넣도록 관객을 이끄는 문제까지, 그들이 이 난관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논했다. 조용수의 북 장단에 맞추어, 페조디에는 “프랑스 아니리 광대”로서 그의 스토리텔링 기술들을 선보이기도 했다. 한국의 전통 음악에 주목했던 독일의 초창기 행사들 중 하나인 “호리촌테(Horizonte)” 축제의 주최자인 하인츠-디터 레스(쾰른)는 역사적 관점을 더하면서, 유럽에서 진정한 판소리를 소개하는 데 있어서의 문제들을 맞닥뜨렸던 그의 경험을 공유해주었다.
개인적인 습득과 예술적 협업들
한국에서 온 명창들의 방문에 더하여, 판소리 그리고 판소리로부터 영감 받은 예술을 위한 다른 기회들이 새로운 맥락에서 생겨나고 있다. 유럽의 음악가, 작곡가 그리고 연극 제작자들의 실험적인 접근들과 다양한 국가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예술가들 간의 협업으로부터, 음악·문학·연극 그리고 미술 사이에 새로운 퍼포먼스 형식들이 나오고 있고, 이는 이 전통 서사 예술의 창조적 잠재력을 분명히 시사한다.
현대음악 작곡가들과 음악가들 또한 판소리의 형식적이고 개념적인 측면들을 비롯하여 전통 한국 음악의 형식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 아트 앙상블, IIIZ+ 등 기악 앙상블들과의 국경을 넘나드는 작업으로 독일과 한국을 너머 알려져 있는 작곡가이자 음악가인 정일련(베를린)은 최근 여성 소리꾼과 한국 악기들을 위한 곡 <카산드라>를 작곡했다. 또 다른 작곡가 겸 음악가인 제러드 레드몬드 (서울)는 각각의 특유한 기보법들을 비롯하여, 규범화된 소재에 대한 각 소리꾼들의 개별적 접근들에 특히 주목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작곡한 곡이자 악기 없이 혼자 무대 조명만 두고 부르는 여성 판소리 곡 <검은 꽃의 개화(Black Flower Blossoming, 2016)>을 소리꾼 장서윤이 가능한 한 마음껏 해석하도록 두었다. 작곡가 세바스티안 클라른(베를린)은 대금을 위한 전통 산조를 다시 쓴 <오늘 나는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Today I Wrote Nothing)>를 가지고 서양의 기보법을 사용하여 미분음의 디테일들을 포착하고자 시도했다. 숙련된 소리꾼이자 현재는 카를 마리아 폰 베버 대학의 작곡과 학생으로서 새로운 예술적 표현 가능성들을 찾고 있는 소솔이(드레스덴)는 재즈드러머 김하림(베를린)과 함께 드럼 비트와 폭력에 대한 나레이션을 가지고 노래와 연기를 결합한 새로운 판소리 작품 – <산국(Feldblumen, 2016)>의 일부를 선보였다.
소리꾼들은 유럽 내에서만 현대적 주제들과 방법들로 실험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문학자 바르바라 왈(함부르크 대학)은 이영태의 <오공씨 불황 탈출기>를 소개하고 해석해주었다. 이 창작 판소리 작품은 한국에 널리 알려져 있으며 다양한 각색과 미디어로 알려진 중국 전통 작품 <서유기>를 현대적 맥락 안으로 가져다 놓는다. 음악학자 도로테아 서(할레-비텐베르크 마틴-루터 대학)는 또 다른 “서역으로의 여정”, 즉 독일 연출가 아힘 프라이어가 2011년에 국립극단과 공동제작한 을 다루었다. 그녀는 원자료인 전통 판소리 <수궁가>를 고려했을 뿐 아니라, 시각적으로 생소한 부퍼탈에서의 “판소리 오페라” 초청 공연에 대한 독일과 한국 언론의 반응까지 구분하였다.
[사진 3, 4] 유럽에서의 판소리에 대한 토론
발표와 강연들 후 이어진 토론에서는 참가자들 – 다양한 프로젝트, 협업, 실험들에 몸담고 있는 다양한 배경의 예술가들, 학자들 그리고 문화 큐레이터들이 관객과 그들의 입장을 나누었다. 판소리, 음악, 연극 그리고 한국의 전통에 대한 그들의 관점들, 전수, 각색, 습득에 대한 각자의 방법들이 다양한 것은 당연지사이다. 일례로 수기강와 디트마 렌츠에 의하여 1994년 설립된 베를린 기반의 앙상블 “살풀이 극단(Theater Salpuri)”은 예를 들자면 독일어 나레이션과 한국어 노래를 결합하는 방법과 같이 전통적 스토리텔링을 새로운 방식으로 선보이며, 한국에서도 선보인 바 있듯이 연극 제작에 전통 이야기들과 새로운 소재를 결합하기도 한다. 한편 독일의 첫번째 “국립” 오페라인 카를 마리아 폰 베버의 <마탄의 사수>에 기반한 극단 오페라 디나모 웨스트(Oper Dynamo West)의 2008년 공연 <마탄의 사수가(Freischütz-ga)>는 소리꾼 이자람과 테너 일인의 듀엣으로 재탄생했다. 탕그람 프로젝트의 수장이자 국제 앙상블인 Ensemble ~su(水)의 공동설립자로, 이번 행사 및 여타 수많은 한독 공동제작에 참여했던 신효진(베를린)은 소리꾼, 무용수, 음악가 그리고 연기자들의 문화간 협업에 대해 이야기했다.
음악가들, 연극제작자들 그리고 예술가들 뿐 아니라 감정을 자극하는 소리와 서사시 그리고 놀라운 경험들에 관심이 있는 모든 이들을 대상으로 하여, 활발한 토론이 종일 이루어졌다. 학술적인 토론을 넘어, 발제 후에 각색의 방법들, 저작권에 대한 문제들이나 서로 다른 문화간 연주자들과 관객들의 수요를 적절하게 고려하는 협업들에서의 권력 역학 문제들이 계속해서 제기되었다. 이론적·실제적인 토론들을 통해,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전통적인 그리고 실험적인 공연들이 유럽의 맥락에서 수행할 역할이라든지 판소리가 현대 예술가들의 작업을 어떻게 풍부하게 만들어줄 것인지와 같은 핵심 사안들이 다루어졌다. 발표, 토론 그리고 공연을 통해, 이번 심포지엄움은 한국 바깥에서 판소리 실천들의 다양성 역시 증명했다.
8시간이 넘는 시간이 지나고, 심포지엄은 수기강의 놀라운 노래로 끝을 맺었는데, 즉석에서 정일련이 장구 장단을 맞추었으며, 모든 이들이 노래하고 박수치는 데 합류했다. 열띤 토론들에도 불구하고, 판소리와 한국 문화 그리고 유럽에서의 현대적 판소리 수용에 대한 강한 관심은 한국, 프랑스 그리고 독일 전역에서 온 참가자들을 한 데 묶어주었다. 그들이 나누어준 경험들과 통찰들 덕에 많은 질문들이 제기되었고, 그 모든 질문에 답이 되지는 않았다. 미래에 있을 토론들에서 그것들이 번뜩이기를 바라본다!
이안 코이츤베악(Jan Creutzenberg)은 “유럽에서의 판소리: 전수와 습득 그리고 전용”을 저널리스트이자 음악 큐레이터인 마티아스 R. 엔트레스와 함께 주독한국문화원(후원: 한국문학번역원)을 위하여 조직하였다.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연극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최근 “한국의 현대 판소리 공연들에서의 공동체”이라는 박사 논문을 썼다. 2010년부터 서울에 거주하고 있으며, 성신여대 조교수로 강의 하고 있다. 한국 연극과 음악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 Routledge Handbook of Asian Theatre(2016) ’에 글을 기고했고, 한국 연극 작품들을 번역했다. 더하여 그는 주한독일문화원과 통영국제음악제가 공동적으로 하는 “아시아 작곡가 쇼케이스”의 코디네이터를 맡고 있다. 판소리와 창극과 더불어, 오늘날 전통 예술의 역할과 공연 실천들을 다문화적으로 섞어짜는 것에 특별히 관심을 두고 있다. 연극, 음악 그리고 예술에 관하여 그의 영문 블로그(seoulstages.wordpress.com)에 글을 게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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