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를 극복하는 무용교육의 힘 - 제 30회 국제 라반기록 협의회 학술대회(International Council of Kinetography Laban/Labanotation)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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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마다 정기적으로 열리고 올해로 30회를 맞이하는 국제 라반기록(키네토그라피 라반/ 라바노테이션)협의회-ICKL의 학술대회가 지난 7월 23일부터 29일까지 중국 라반연구센터 주최로 북경사범대학에서 개최되었다. 학술대회의 개회식은 루돌프 라반(Rudolf Laban)의 직속 제자 중 유일하게 생존 중인 앤 허친슨(Ann Hutchinson Guest) 회장의 기조연설을 필두로 북경사범대학 예술과 커뮤니케이션 학장 후지평(Hu Zhifeng) 외 여러 관계자들의 환영사가 이어졌다. 학술대회 기간 동안 1층 전시실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라반기록물과 연구물, 디지털화 된 자료와 응용 프로그램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하였고 그 중 특별히 유시현의 라바노테이션 기보가 실려있는 한국의 궁중무용무보 제13집 아악일무보(국립국악원, 2009)가 함께 전시되었다(로비에는 매일 전통 문화를 체험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행사 및 다과가 마련 되었다).
춤의 움직임을 기록하는 목표로 1928년 창안된 라반기록법은 미국, 영국과 유럽에 흩어져 있던 그의 제자들에 의해 라바노테이션과 키네토그라피 라반(Kinetography Laban)으로 발전하였다. 라반기록법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상호간의 교류와 기록 철자법 및 기본원리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였다. 라반 사후 이같은 역할을 감당하기 위하여 1959년 리자 울먼(Lisa Ullmann)을 중심으로 영국에서 국제 라반기록 협의회(ICKL)가 설립되었다. 비영리 국제기구로서 현재까지 무용기록, 안무, 무용교육 외 라반관련 기관에 종사하는 약25개국 10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 2년마다 국제학술대회를 통해 시스템을 발전시키고 연구와 출판을 장려하고 있다.
헝가리, 세르비아, 프랑스, 오스트레일리아, 멕시코, 뉴질랜드, 미국, 영국, 중국, 한국에서 참가한 37명의 발표자들과 약 20명의 중국현지 스텝으로 구성된 이번 대회는 대표 주제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형식의 발표와 회의로 구성되었다. Technical session(8회), Papers(14회), Workshops(2회), Meetings(6회), ICKL Lounges(3회), Ignite talk(5회)등의 발표형식에 따라 논의되는 부분에 차이가 있었다. 예를 들어 Technical session은 무용실에서 발표 혹은 워크숍 형태로 이루어 졌고 주로 동작기호의 사용법 즉, 읽는 방법과 쓰는 방법에 대한 검토와 방안을 논의하였다. 학술대회 기간 동안 각나라의 민속무용 기록, 무보의 재현공연, 라반기록용어 번역의 문제, 중국라반연구소의 역사등의 다양한 주제가 발표되었다.
이번 학술 대회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개최국인 중국무용계의 지속적인 라반기록연구에 대한 관심과 지원, 그에 따른 현재까지의 발전과정이었다. 1940년 마담 다이 라고 불리던 다이 엘리언(Dai Ailian)은 영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중국으로 돌아와 티베트댄스를 기록하는 등 활동을 하다가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라반기록법 3단계 교육법을 완성함으로써 중국라반 연구의 기틀을 마련한다. 중국 라바노테이션 교육 위원회의 발족과 더불어 중국무용의 기록과 분석에 힘쓰기 시작한 결과 501개의 중국민속무용이 기록되었다. 이렇게 내실을 다진 마담 다이와 중국라반기록 연구진들은 ICKL 의 국제학술 대회에 참가하면서 긴밀한 소통과 국제교류를 지속하여 2004년 제23회 ICKL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기에 이르렀고 이번 2017년 또 다시 개최국으로 지정되면서 명실상부한 아시아 라반기록 중심국의 입지를 굳혔다. 2000년부터 북경사범대학교의 무용학부는 라반기록법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하였고 2014년 대학부설기관으로 설립된 중국라반연구소(China Laban Research Center)는 탕 이(Tang Yi)에 지도하에 운영되고 있다.
이번 대회에 한국을 대표하여 참가한 유시현은 현 라반-바르테니예프 움직임 연구소(LIMS) 지도교수로서 오하이오 주립대학에서 수학한 라바노테이션 전문가이기도 하다. 또 다른 참가자였던 필자는 파리국립슈페리어 음악무용학교(CNSMDP)에서 수학한 키네토그라피 라반 전문가이다. 라반기록의 큰 두 흐름을 비교해서 연구할 수 있는 인적자원이 있는 반면 국내 학자들과의 소통과 국제교류를 할 수 있는 로컬기반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이 이웃나라 중국의 선전에 비교되어 더 절실하게 다가왔다. ICKL 이사회는 이번 한국의 참여에 매우 주목하면서 한국무용 기록의 지속적인 작업을 장려하였고 미래의 국제학술대회 개최국으로 성장해 달라고 당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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