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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너머 무용을 말하다 - 제22회 국제학술심포지엄

 



 

무용역사기록학회 제22회 국제학술심포지엄이 2020년 9월 12~13일 양일간 서울에서 개최되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일정, 장소 등이 조정되는 등 여러 변화 속에서도 학술적 열기와 관심, 담론에 대한 논의는 어느 때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었다. 올해는 강원도 원주에서 제29회 전국무용제와 함께 무용 현장과 학술이 이루어질 상황이었지만 온라인 줌(ZOOM) 속에서 함께 용해되는 느낌이다.

 

12일(토) 본행사는 홍대역 부근 청년문화공간 JU 동교동 바실리오홀, 13일(일) 부대행사는 광화문 스페이스 라온에서 각각 진행됐다. 이번 심포지엄 주제는 <국경 너머의 무용사(Dance History Over the Borders)>이다. ‘국경’이라는 지리적, 지정학적 상황뿐 아니라 무용연구 범주인 역사, 정치, 사회 등을 역사의 두터운 지층 속으로 들어가 탐색하고, 미래라는 터널을 빠져나오는 시간이었다. 각국의 다양한 무용학자들의 논의는 무용 연구 지경을 확장하는데 충분히 일조했다. 

 

학회 김경숙 회장은 “정치적 경계선의 이동이 무용 역사쓰기에 미치는 다양한 영향, 한반도 통일을 대비한 분단과 통일, 영토 재설정과 경계선 변화에 따른 무용사 서술 방안”등을 인사말을 통해 언급했다. 또한 2018년 개최된 국제학술대회 <몸의 정치학>의 연속선상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은 이번 심포지엄에서 논의하고자 하는 무용의 사회정치적 영역에 대한 고민과 화두를 동시에 밝혀주고 있다. 

 

최해리 학회 부회장의 전체 사회로 12일 10시부터 진행된 본행사는 1부 ‘통일의 시대 무용사 전망하기’와 2부 ‘재영토화 시대 무용사 다시 쓰기’란 각각의 주제가 자연스럽게 연결돼 국경 너머 무용을 생각하고, 쓰게 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1부 첫 문은 김호연 숭실대 연구교수가 <새로운 한국무용사 서술을 위한 시론(試論)>을 주제로 발제했다. 무용사 서술에 대해선 그동안 관점, 방법 등 다양한 시각과 학술 현장에서의 실천이 이루어졌다. 발제자는 그동안의 한국무용사 기술이 전근대사무용사는 자료의 한계, 획일적 개론의 성격이 강함을 지적하면서 근대무용사 서술을 위한 쟁점을 사적 연구를 통해 언급했다. 무용사 전형성에 함몰되면 안된다고 지적한 점은 무용사 서술을 위한 전제 역할을 충분히 했다. 통사적 기술뿐 아니라 장르, 개념사적 연구에 대한 요청은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이어진 발제는 <북조선의 무용사에 대한 연구현황에 대한 고찰>이다. 김영화 연변대 예술대학 부학장과 김해금 연변대 무용학과 강사가 함께했다. 이날 온라인상 발제는 김해금 박사가 맡았다. 북조선 무용사에 관한 본격적인 연구는 1970~1980년대 들어와 전개되었다. 발제에선 북조선 무용사 연구 현황, 민족무용교육 이론 연구 현황, 민족무용 무형문화유산 등록 현황 등을 순차적으로 담았다. 이러한 제반 연구는 기초연구자료, 무용이론연구 토대 마련에 도움을 준다는 면에서 연구성과는 의의가 있음을 언급했다. 북한 무용, 무용사에 대한 연구는 분단 현실 속 쉽지 않는 상황 속에서 해당 발제를 통해 연구현황을 확인한 점에서 유의미하다. 1부 마지막 발제는 중국 무용에 관한 것으로 김선화 연변대 무용학과 강사가 <시대별로 본 중국 조선족 무용의 사(史)적 흐름>이란 주제로 발표 강도를 높였다. 발제는 논제에 따라 시기별 조선족 무용의 변모양상을 살피고, 특징을 밝히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이주 초기부터 1949년까지인 태동기를 시작으로 성장기라 할 수 있는 1990년부터 현재까지 조선족 무용 흐름까지 다섯 단계별로 구분해 상세히 설명했다. 이러한 조선족 무용 변천 과정을 통해 나타난 특징을 발표자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했다. 조선족 무용은 크게 민간・민속무용과 극장예술무용 두 갈래로 전개된다는 점과 조선족 무용은 타 문화의 춤 성격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각각의 발제는 한국, 북한, 중국 무용의 흐름을 확인을 가능케 했다. 

 

세 발제에 대한 지정토론자들의 토론은 발제의 의미를 재확인하고, 논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박경란 동경한국학교 교사는 다학제적 관점에서 무용역사에 대한 재고의 필요성을 제시한 점이란 논평과 더불어 춤의 표기와 명칭, ‘신무용’을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는 질문을 하였다. 무엇보다 ‘재일 동포사회에서 무용교육의 현황과 전망 – 동경한국학교와 조선학교의 사례를 중심으로’라는 토론문은 일본 무용의 역사와 현황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연변 교환교수 경험이 있는 강원대 무용학과 한경자 교수는 ‘발해사’에 대한 무용 관련 연구와 무용표기에 관한 결과물 공유는 향후 남북 무용 연구의 학술교류 관점에서 중요함을 지적했다. 이는 남북한, 연변 무용학자들의 공동연구 및 교류의 필요성을 언급한 점이라 볼 수 있다. 지아동(JIANG DONG) 중국예술원 무용연구소 교수는 56개 민족 중 하나인 조선족은 중국 무용예술에 기여했으며, 신 중국 건립 이후 70여 년간 큰 성과를 거두었음을 언급했다. 조선족무용예술은 연변은 물론 북경을 포함한 중국 전역에서 역할을 하고 있고, 진일보할 수 있는 가능성 및 한국과 조선무용간의 매개 또한 중요함을 질문으로 남겼다. 1부는 남북한, 중국, 일본의 무용사에 대한 고찰을 했다. 이를 통해 공통점,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었고, 관점, 대상, 방법론에 대한 고민을 한 시간이다.

 

2부 ‘재영토화 시대 무용사 다시 쓰기’의 첫 발제는 미국 메리마운트 맨해튼 대학의 옌스 리차드 기어스도프(Jens Richard Giersdorf)가 <미래를 불안정하게 만들기: 무용학과 통일>이란 주제로 시작했다. 시차 등 환경 상 영상 발표로 대체했다. 옌스 교수는 발제를 통해 몸의 정체성에 대한 담론 제시, 동독 무용 소멸에 대한 시각, 춤의 실천성과 주체성까지 담았다. 두 번째는 김수인 경희대 강사가 <탈영토화・재영토화가 무용사 연구에 주는 시사점: 움직이고 춤추는 국경의 정치학>을 발표했다. 이번 심포지엄의 성격과 논제를 가장 핵심적으로 담았다.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경계선 이동이 문화예술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춤과 국경의 문제에 대한 다룸을 전제한 뒤, 탈영토화・재영토화가 무용사 연구에 주는 시사점을 독일 사례를 통해 진단했다. 독일 통일로 인한 동독 무용과 문화의 희석, 타자화하지 않기 위한 성찰의 중요성, 영토 확장 시 균형 잡힌 시각의 긴요함, 통일 다음에도 ‘국경 너머’를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은 한국의 경우를 전망하는 데 유효한 논점이라고 본다. 

 

마지막 발제는 독일 베를린 Akademie der Künste 총괄프로그래머인 요하네스 오덴탈(Johannes Odenthal)의 <인류 지식의 살아있는 아카이브로서의 컨템포러리 댄스>였다. ‘춤은 인류의 아카이브다’로 시작되는 발제는 인류와 진화 도서관으로서의 몸. 이는 다양한 지식과 연결됨을 언급한다. 몸의 이미지, 몸 속 기억은 지식과 실체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컨템포러리 댄스가 무형의 지식을 실현하는 방법을 안느 테레사 드 케이르스마커, 피나 바우쉬, 오노 가즈오 등의 인용을 통해 예시했다.  

 

옌스 교수 발제에 대한 지정토론자인 성균관대 김재리 초빙교수는 글로벌화를 지향하는 국내 상황에서 이질적인 장소 등 경합하는 공간으로서의 무용 바라보기를 밀도 있게 진단했다. 이주희 중앙대 교수는 두 번째 발제에 대해 탈영토화・재영토화에 대한 현대적 해석의 추가 필요성을 언급한 후, 국내 상황 상 북한춤 수용이라는 탈영토화가 갖는 의견을 구했다. 이에 대한 답변을 김수인 박사는 문화경계선은 남아 있음을 언급했다. 마지막 토론자인 하상우 말레이시아 말레야대학 조교수는 살아있는 아카이브로서의 기동적 의미에 대해 동의하면서도 무용사 연구에서 춤추는 몸은 대상자가 아니라 주체자로서의 배치, 춤추는 몸의 격상을 언급했다. 더불어 ‘최근 30년간(1990~2020) 북한 부용 연구 범주와 동향에 대한 고찰’을 통해 북한 무용 연구 관점과 방법론을 제시했다.  

 


 

심포지엄 부대행사는 13일 오전 10시 광화문 스페이스 라온에서 리서치 워크숍으로 진행되었다. 진행자는 본 행사 때 발제를 한 옌스 교수가 맡았다. <무용 역사 연구의 새로운 방법론>을 주제로 매우 흥미롭게 진행되었다. 진행자가 언급한 것처럼 코로나 상황이 아니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조를 나눠 실질적인 워크숍이 되길 희망한 것에 대해 필자도 동의하는 입장이다. 상당히 방대한 논의와 토론이 이어졌다. 옌스 교수의 동독, 영국, 미국 등지의 경험에서 나온 사례와 연구 관점을 시작으로 여러 무용 관련 문헌 고찰을 통해 춤의 구조, 분석, 미학, 정치, 기호 등을 살펴본 시간이었다. 참여자들과 진행자간의 질의응답은 워크숍 밀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무용역사기록학회의 이번 국제학술심포지엄은 온라인으로 의미 있게 진행됐다. ‘국경 너머의 무용’을 넘는 시간이었다.

 

 

                                   글_ 이주영(한양대 무용학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