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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정신의 통합으로 일상을 혁신하다 - 펠든크라이스 메소드(Feldenkrais Method)

 창시자인 모쉐 펠든크라이스 박사(Dr. Moshe Feldenkrais, 1904-1984)의 이름을 딴 펠든크라이스 메소드(Feldenkrais Method)는 신경학적·신체적·생체역학적 원리들을 기반으로 하여 ‘움직임을 통한 배움’에 다다르고자 하는 고유한 방식이다. 부지불식 중에 생겨나는 각 자의 움직임 습관들 중 우리 몸에 고통이나 손상을 주는 부정적인 것들이 있는데, 펠든크라이스는 이로부터 벗어나 우리가 몸을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는 레퍼토리들을 익히도록 도와준다고 한다.

 유럽과 호주, 아시아에 걸쳐 반향을 얻고 있는 펠든크라이스를 한국에서 교육할 수 있는 전문가는 현재로선 세 명에 불과하다. 길드에서 인정하는 800여 시간의 교육 과정을 이수해야만 전문가 자격을 획득할 수 있는데, 이번 수업(9/29 – 10/6)은 2021년 8월에 마치게 되는 4년간의 일정 중 첫 수업에 해당한다.

 댄스포스트코리아는 이번 한국 펠든크라이스 전문가 과정에 직접 일일 방문하여 참관한 후, 10월 3일 이번 과정을 이끈 펠든크라이스 길드의 교육담당 디렉터인 루티 바(Ruty Bar)를 인터뷰했다.



댄스 포스트 코리아(이하 댄포코): 독자들에게 펠든 크라이스를 간단히 소개해줄 수 있는가. 

루티 바(이하 루티): 펠든크라이스는 한 마디로 ‘배우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펠든크라이스는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으로 우리 자신을 통합시킬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펠든크라이스는 크게 FI(Functional Integration, 기능적 통합)와 ATM(Awareness Through Movement, 움직임을 통한 자각)으로 구분된다. FI는 일대일 방식이며, 전문가practitioner가 탈의 없이 특수한 침대에 누운 고객의 신체에 직접 손을 대고 진행하는 핸즈온(hands-on) 방식이다. ATM은 전문가가 여러 명의 그룹을 상대로 하여 말로써 진행하는 방식이며, 수강생들은 바닥에 누워 강사의 지도에 따라 움직임들을 해보게 된다.
  실은 내가 언어로써 ‘펠든크라이스가 무엇이다’라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펠든크라이스는 ‘어떻게 하라’는 지시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다시 말해 펠든크라이스에서는 교육자의 ‘가르침’에 초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의 ‘배움’이 중요하다.

댄포코: 특히 어떤 사람들에게 펠든크라이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루티: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갖가지 활동들을 하며 살아간다. 일어나 서 있기도 하고, 앉아 있기도 하고, 걸어 다니거나 요리를 하기도 한다. 즉, 일을 하는 데 신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무용수나 운동선수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하는 이 일상적인 활동들에 펠든크라이스는 도움이 된다. 

댄포코: 그렇다면 아픈 곳을 고쳐준다는 말인가?

루티: 펠든크라이스는 치료(treatment)가 아닌 교육이다. 펠든크라이스 전문가들은 의사가 아니다. 아픈 곳, 약한 곳을 고쳐주는 것은 펠든크라이스의 철학과도 거리가 있다. 펠든크라이스는 약한 지점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움직일 수 있는 여러 가지 옵션들을 배울 수 있도록 유도한다. 앉고, 서고, 움직일 수 있는 옵션들이 늘어나게 되면 이전까지 가지고 있던 고통들이 완화되는 경우들을 볼 수 있었다. 

댄포코: 당신이 펠든크라이스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루티: 모쉐 펠든크라이스와 만나기 전, 나는 무용수였다. 자동차 사고로 다친 후 한 교수님의 소개로 그를 알게 되었는데, 당시 그의 가르침으로 인해 나는 내 몸과 움직임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 이전까지의 나는 항상 외부의 음악에 맞춰 춤추는 데 익숙했고, 거울 앞에 서서 춤을 추었다. 펠든크라이스를 통해 나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 그리고 거울이 아닌 나 스스로 앞에 서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펠든크라이스에 몰두하게 된 후 나는 공연을 하거나 춤을 추는 일을 점차 줄이고 레슨에 집중하게 되었다.



댄포코: 교육 시간 중 당신은 수강생들이 서로의 움직임을 한 명씩 돌아가면서 관찰하고 서로가 몸의 어느 곳에 집중하여 움직이고 있는지 맞춰보도록 했다. 그 때 관찰하는 사람에게 보이는 대로가 아니라, 누워서 움직이고 있는 사람이 의도하는 대로가 맞다고 했는데, 이것은 어떤 의도에서였는가?

루티: 펠든크라이스의 핵심은 당신이 당신 스스로를 어떻게 느끼는지 묻는 것이다. 그러니까 바깥으로 어떻게 보이는지가 아니라, 당신이 느끼기에 편안한지, 당신 스스로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에 집중하는 것이다. 펠든크라이스는 운동exercise이 아니라 실천practice이다. 전문가는 당신에게 어떻게 움직이라고 지시하지 않으며, 당신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하지 않는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당신이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더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는지의 문제이다.
  우리는 우리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가진 것에 대해서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보겠다. 당신이 왼팔보다 오른팔을 훨씬 더 많이 움직일 수 있다고 해보자. 펠든크라이스는 잘 움직이지 않는 쪽을 강제로 움직이게 하지 않는다. 그 대신 “이 정도가 당신의 한계일까? 체크해보자. 당신의 신경 체계에 무엇이 가능한지 알아보자. 무엇이 당신에게 더 용이한지 보자. 이걸 더 쉽게 만들어보자”라고 유도하는 것이다. 잘 되는 것을 시도해보면 그렇지 않은 쪽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왜냐하면 당신의 뇌가 그것을 터득하게 될테니 말이다. 이것이 바로 혁명이다. 
 
댄포코: 또 하나, 당신은 수강생이나 고객이 편안하게 느낄 때까지 기다린다고 했는데, 이는 당신의 고유한 방식인가 아니면 펠든크라이스의 것인가? 

루티: 펠든크라이스. 즉 당신이 편안하게 느끼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의 뇌는 어디까지나 고통이나 여타의 것들로 인해 산만할 것이다. 당신이 고통을 느끼는 곳을 내가 직접 건드린다면 그 주변이 한껏 긴장하게 된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래서 나는 고통스러운 부분을 건드리지 않는다. 대신 다른 편안하게 느낄 만한 움직임들을 시도하면, 당신의 뇌는 ‘아 나에게 귀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챌 것이다. 그리고 나면 긴장을 풀고 무엇인가 배울 수 있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  

댄포코: 마지막으로 댄포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루티: 무용수나 운동선수와 같이 상당 시간 동안 신체를 사용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신체를 가지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펠든크라이스를 접하기를 바란다. 펠든크라이스를 통해 당신은 쉽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법을 배울 것이다.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레퍼토리가 강화되면, 그에 따라 감정과 정신의 레퍼토리 역시 강화될 것이며, 그 반대 역시 마찬가지다. 
  펠든크라이스는 ‘배우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나는 언제나 펠든크라이스가 ‘내면의 바로 섬’에 관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내가 말로 아무리 ‘바로 앉으라’고 해도 그것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러나 펠든크라이스를 배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알게 될 것이다.

 루티의 말에 따르면, 몸을 편안하게 그리고 더 용이하게 움직이는 법을 펠든크라이스를 통해 터득하면 삶의 질 자체를 개선할 수 있다고 한다. 언제나 바쁘게 돌아가고, 무엇인가를 성취하기 위해 개인들을 몰아붙이는 한국의 사회 분위기에서 펠든크라이스라는 방식이 새로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 기대할 수 있는 바가 적지 않을 듯하다. 


인터뷰_ 기자 심온(서울대 미학과 석사 수료)
사진_ Ruty Bar 제공

참고 웹사이트_
루티 바 홈페이지
한국펠든크라이스


- 이번 인터뷰는 영어로 진행되었으며,
인터뷰 내용은 필자에 의해 번역/편집되었음을 알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