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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잉 댄스 배틀의 미학적 의미

미국의 게토지역인 빈민가에서 탄생한 ‘비보잉(브레이크 댄스)’은 잠정적이지만 2024년 파리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상태이다. 길어야 60년 정도 된 춤이 예술·스포츠로써 올림픽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것은 이례적인 사건이다. 물론 비보잉 부문 올림픽 대회는 댄스 배틀로 이루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올림픽 대회에까진 미친 비보잉 댄스 배틀의 탄생과 의미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M’net ‘쇼미더머니’에서 프리스타일 랩 배틀을 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멋진 랩핑으로 상대를 무너트리고 승자가 되는 형식은 보는 이로 하여금 긴장과 희열감을 준다. 쇼미더머니가 유행되면서 배틀문화가 힙합음악에서 탄생되었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것은 오해다. 신기하게도 힙합문화의 정수인 배틀은 비보잉에서 탄생되었다. 

 

우리가 알아야 할 힙합문화는 음악으로 이루어진 것만이 아니다. 힙합은 ‘엠씽’, ‘디제잉’, ‘그라피티’, ‘비보잉’의 4대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힙합이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비보잉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그러나 이후, 랩이 부각되면서 현재에는 힙합이라고 하면 힙합음악인 ‘랩’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 것이다.

 


 

힙합문화의 배틀 형식은 비보잉 배틀에서 탄생된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댄스 배틀의 탄생배경에는 70년대 미국 갱들 간의 자기 지역의 자존심과 명예를 지키기 위해 총과 폭력을 사용한 세력다툼으로 이어졌으며 이로 인해 사상자가 발생하고 동료를 잃는 피해까지 생겨나자 해결 방안을 모색하였다. 결과적으로 갱들은 이러한 피해를 줄이고 좀 더 평화적으로 해결하고자 갱단에 소속된 비보이(댄서)들의 춤 대결을 제안하게 된다. 초창기 갱들 간의 댄스 배틀에서는 춤을 추다가 싸움으로 이어지기도 하였지만, 서로 간의 합의를 통해 공격적인 춤 표현은 허용하되 터치하지 않기로 하고 진화한 것이 현재의 비보잉 댄스 배틀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여기서 발견할 수 있는 미학적인 요소가 있다. 바로 그들(갱단) 스스로 생존을 위해 불가피했던 폭력을 춤으로 승화한 것이다. 이것은 싸움 대신에 브레이크 댄스로 대결하여 갱들의 우위성을 입증하게 된 것이며, 춤은 폭력을 대신하는 동시에 평화를 상징하게 된 것이다. 댄스 배틀은 상대와의 대결인 춤 싸움으로 내비칠 수도 있지만, 결국은 춤 대결로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상대방을 깊이 이해하고 인정한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댄스 배틀로 인정하는 문화를 ‘리스펙트(Respect)’라고 표현한다. 리스펙트는 댄스 배틀이 이루어지는 동안 상대방을 비난하며 위협적이고 공격적인 동작의 표현이 강하게 나타나지만 배틀이 끝난 후,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고 인정하는 문화로 평화의 뜻을 담고 있으며 미학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몇 년 전 유튜브에서 미국의 여학생과 여성 경찰이 댄스 배틀한 영상이 화제가 됐었다. 이 영상은 그 당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보고 칭찬하였다고 하니 화제가 아닐 수 없다. 학생들의 패싸움을 저지하기 위해 출동한 여성 경찰이 여학생과 댄스 배틀을 신청해서 이기면 패싸움을 하지 않기로 약속을 받고 댄스 배틀을 하게 된 것이다. 결국 패싸움의 살벌한 분위기는 댄스 배틀로 인해 평화롭게 바뀌고 학생들은 모두 흩어졌다. 여기서 춤은 폭력을 대신하여 표현된 평화의 몸짓이었다. 여성 경찰이 패싸움을 춤으로 저지하여 평화적으로 끝낸 것은 댄스 배틀의 진정한 의미를 몸소 보여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사례를 보았듯이 댄스 배틀은 폭력을 춤으로 승화하여 평화를 추구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처럼 비보잉에서 탄생하고 시작한 댄스 배틀은 폭력을 춤으로 승화한 평화와 존중과 화합의 미학적 의미를 나타낸다는 것을 역사적 사실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끝으로 우리는 이 글을 통해 2024년 올림픽에서 이루어지는 비보잉 배틀이나, 그밖에 여러 형식의 배틀을 감상할 때 그 의미를 좀 더 전문적이고 깊이 있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배틀은 대결을 통해 승자를 나타내는 것을 넘어 열악한 환경에서 처절한 목숨이 걸린 생존경쟁을 긍정으로 승화하여 탄생한 아름다운 문화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한다. 

 

글_ 이우재(서울예술대학교 실용무용전공 교수)

사진제공_ 한국문화예술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