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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계의 중론(衆論)이 모였던 시간- ‘전통무용’ 분야 전국 자원조사 추진방안 포럼


 

올해 (사)한국춤문화자료원은 문화재청 프로젝트로 ‘전통무용’ 분야 전국 자원조사를 위한 예비연구를 맡아 수행하게 되었다. 차후 무용 분야 무형문화재 지정을 위한 종목선정 사전조사의 일환으로, 자료원은 현실에 맞게 전통무용에 대한 개념과 용어, 종목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객관성을 위해 퍼실리테이션과 자문위원들의 자문을 추가하였다. ‘전통무용’ 분야 전국 자원조사 추진방안 포럼은 프로젝트의 중간보고회 형식으로, 2020년 12월 5일(토) 3시간 정도 전통공연창작마루 강의실에서 있었다. 무용역사기록학회와 한국춤문화자료원이 공동주최했고 문화재청이 후원했다. 사회는 한국춤문화자료원의 이사장인 최해리가 맡았고, 김경숙 무용역사기록학회 회장의 개·폐회사가 있었다. 코로나19로 무용계의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던 점이 아쉬웠지만 줌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면서 그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발제 1은 전통무용 전국 자원 조사의 필요성과 방향: “무엇과 누구를 위한 조사인가?”였다. 공동연구원이며 동아대학교 기초교양대 조교수로 있는 김형근 교수가 외부적 입장에서 발표했다. 김형근 교수는 광범위한 분야의 연구에 참여했던 바, 충분한 조언이 가능했다. 그는 크게 첫째, 자원조사의 필요성과 둘째, 전통무용 문화재 관련 쟁점과 본 용역의 상관성 셋째, 자원조사의 방향과 방법에 관해 논의했다. 세부적으로 자원조사의 필요성을 3개로 나눴는데, 학술적 목적과 문화재 정책 도움 자료(지정, 전승, 진흥), 무용계의 토론 기회가 그것이다. 특히 그는 그동안 한 번도 무용계에서 ‘전통춤’에 대한 전국 조사가 진행되지 않았던 점을 지적하며 이슈화했다. 그밖에도 국가무형문화재 종목 지정과 보유자 인정 프로세스에 관해 간단명료하게 설명했다. 국가무형문화재 춤 종목의 여러 문제들에 대한 지적, 국가무형문화재 종목 지정조사의 조사지표와 지정 종목 현황, 조사보고서 샘플 등도 유용한 자료였다.  

 

이 내용에 관해 정은혜 충남대학교무용학과 교수와 이미희 삼육대학교 통합예술학과 교수가 토론을 맡아 심도 있게 지적했다. 정은혜 교수는 탈춤 등 춤이 강조된 무형문화재 종목에 대해서 무용가들의 관심이 필요하며, 연희로 분류된 종목에 대한 전수, 춤이 있는 복합 종목을 적극적으로 발굴 및 조사 작업을 통해 춤 종목 지정을 확대하거나 복합종목으로 지정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함을 언급했다. 그리고 무형문화재 보유자에게 권력이 독점화되는 폐단, 공간적 맥락을 중시하고 원형 답습을 회피했던 우리나라 전통춤의 특성을 고려하여 무형문화재 춤 종목의 선정, 전승과 보전 등에 대한 정책적 보완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미희 교수는 무형문화재 춤 종목의 자원 조사, 기록 조사, 원형 활용에 있어서 빅데이터, 모션캡처 등 과학적 기법을 통해 조사의 질적 향상과 활용 방안을 확장해야 함을 지적했다. 또한 유네스코의 지정은 사람이 아닌 목록 중심주의이며, 활용에 방점이 있으므로 데이터의 축적과 코디네이터를 양성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을 강조했다.  

 


 

발제 2는 공동연구원인 이종숙 한국전통악무연구소 소장이 한국 전통춤의 전국 자원 분포 양상과 전승 현황에 대해 광범위하면서도 자세하게 발표했다. 그녀는 한국무용에 조예가 깊고 왕성한 학구열을 가진 연구자였다. 첫 시작에서 한국 역사 및 문헌에 근거한 전통춤 종목을 검토했다. 삼국시대부터 시작해 1945년 이후까지 전통춤 종목을 다룬 것이다. 이어서 국가시도무형문화재 제도에 의한 전통춤 현황을 단체 춤 종목 지정 및 존재 현황과 개인 춤 종목 지정 및 존재 현황으로 구분했다. 국가무형문화재 춤은 7종목이 지정되어 있음이 주지의 사실이지만 서울경기 지역 춤과 충청도 지역 춤, 전라도 지역 춤, 경상도 지역 춤 종목의 효시와 계승자를 그리고 전국 권번을 효시로 하는 춤 계승자들로 구분해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한국 전통춤의 전승 양상을 조사보고서에 기초한 전승 양상으로 점검하고 춤 종목을 종합 정리하였다. 방대한 자료인 만큼 그 연구는 기여도가 컸다.   

 


 

이미영 국민대학교 공연예술학부 교수와 임수정 경상대학교 민속무용학과 교수가 세부적인 내용을 짚었다. 이미영 교수는 신전통춤, 신무용, 신경향춤, 재구성 창작작품 등 확장된 전통춤과 관련된 용어들은 혼란을 지적하며 전통춤의 용어 정의는 창작춤에 대비하여 정리할 것을 조언했다. 또한 무형문화재 춤이 ‘박제된 보석’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전통춤의 발굴과 지정, 전승과 보전, 보급에서 ‘소통’ 문제를 고려해야 함을 지적했다. 그리고 구전심수(口傳心授) 방식으로 전승되는 무용은 소멸과 재창조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특수성을 고려하고, 원형에서 전형 중심으로 변화한 무형문화재법에 따른 정책적 대책을 마련할 것을 얘기했다. 임수정 교수는 90년대까지 진행된 무형문화재 조사보고서는 연구자와 조사환경의 한계로 오류가 많겠지만, 특정 연구자와 개별 종목에 대한 언급은 이 과업의 대외성을 고려한다면 위험하니 신중하게 언급할 것을 조언했다. 더불어 연구자의 춤 종목 분류에는 겹치거나 이해 불가한 부분이 발견되므로 이에 대한 숙고와 보완이 필요함을 지적하기도 했다. 두 토론자의 날카로운 지적은 무용계 내부에 무형문화재지정의 문제가 그만큼 큰 관심사이며 많은 이견이 나올 수 있는 상황임을 반영한 것이었다.  

 

포럼의 기본바탕을 이룬 ‘전통무용’ 분야 전국 자원조사를 위한 예비연구는 무형문화재 지정이라는 것이 민감한 문제인 만큼 한국 무용계에 있어서의 공공성과 현 시대에 맞는 개념 등을 고려해 올바르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기존에 무용분야의 무형문화재 지정이 개인의 권력화 수단이 되었고 무용은 타 분야에 비해 지정 개수도 적고 복합분야로 혼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김형근 교수가 지적했듯이 스승의 춤 그대로 고착화 되는 현상, 역사성의 시기규정에 대한 문제, 예술성과 표현성의 객관적 평가, 유네스코 무형유산과의 연동 등 산재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방향을 모색한 이번 포럼은 초석을 마련하는데 큰 도움을 준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글_ 장지원(댄스포스트코리아 편집장)

사진제공_ (사)한국춤문화자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