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1일 ‘코리아댄스커넥션2017 국제포럼’이 서울 대학로 콘텐츠코리아랩에서 개최되었다. (사)한국무용협회가 주최하고, (사)한국춤문화자료원과 댄스포스트코리아가 주관한 이 행사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유통 및 시장개발을 위한 민간 거버넌스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국내‧외 전문가들이 국제시장에서의 한국춤의 위상과 해외진출에 대해 토론하고, 해외 사례를 통해 국립무용센터 건립의 필요성을 제기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조남규 (사)한국무용협회 이사장, 이영열 문화체육관광부 예술정책관, 이종호 서울세계무용축제 예술감독, 한경자 무용역사기록학회장을 비롯하여 문화예술 관계자 50여 명이 참석한 이 행사는 최해리 (사)한국춤문화자료원 이사장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세션 1‧2에 걸쳐 진행된 이번 포럼은 ‘세계 속의 한국춤’을 먼저 조망한 뒤, ‘국립무용센터 건립을 향한 전략과 과제’를 주제로 해외 연사들의 사례를 공유하고 향후 나아갈 방향을 토론하였다. 아울러 전자지도와 다국어 서비스를 통해 대한민국의 춤을 전 세계에 알리고 해외교류가 필요한 무용가들을 이어주는 온라인 무용정보 플랫폼 ‘코리아댄스플랫폼’의 1단계 구축 시연회 또한 진행됐다.
'코리아댄스커넥션 2017 국제포럼' (세션 1)
세션 1 '세계 속의 한국춤'에서는 3인의 발표자와 3인의 토론자가 세계 공연시장에서의 한국춤의 위상을 진단하고, 이와 함께 한국춤의 발전방안에 대해 논의하였다.
먼저, 중국무용가협회 매거진 <무용(舞蹈)>의 편집위원인 쩡 지에(Zeng Jie)는 전통계승 및 창조력 확립에 있어서 한‧중의 춤이 보이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소개하고, 중국무용 정체성 정립에 최승희가 일조한 사실을 통해 한국춤과 중국춤의 접점을 강조했다. 독일 무용지 <탄츠>와 프랑스 무용지 <당세 까날 히스토리끄>에서 평론가로 활동 중인 토마스 한(Thomas Hahn)은 프랑스에 진출한 한국 출신 무용가들의 사례를 들어 그들이 겪는 한계를 진단하고, 한국 정부의 능률적 지원과 작품 보급망 확충을 제안하며 개성적 안무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 세계진출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일본 ‘산리쿠국제예술축제’의 큐레이터이자 춤평론가인 다이스케 무토(Daisuke Muto)는 현대무용 장르에 초점을 맞춰, 김재덕의 가 공연 공간 자체를 한국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구체적 예로 들어 안무가가 춤 문화의 창구가 될 수 있음을 역설하고 다양한 문화와 깊이 관여하는 한국 안무가들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 한국의 무용공연 관계자 박나훈(박나훈컴퍼니 대표)은 춤이 표현해야 할 한국성이 무엇인지, 전통을 현대로 승화하는 데에 따르는 과제는 무엇이지에 대해 관심을 환기했다. 장성은(한국축제포럼 전문위원)은 외국에서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 예술가들에게 정부의 지원이 확대돼야 함을 촉구하고, 앞선 토마스 한의 제언을 거듭 강조하였다. 장광열(춤평론가)은 국립무용센터 건립의 필요성은 이미 15년 이상 제기돼 온 사안임을 강조하며, 춤 문화유산을 지원하고 세계적 네트워킹을 확장해 가는 구심점으로서의 국립무용센터의 중요성을 밝혔다. 또한, 한국의 춤 작품들에서 예술성 고양에 방해가 되는 요인으로 안무가들에게 주어지는 바쁜 일상, 지원제도의 탄력성 부족, 기술 스태프들과의 협업 부족, 유통체계의 부진 등을 꼽으며 국가적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으로 세션 1이 마무리 되었다.
'코리아댄스커넥션 2017 국제포럼' (세션2)
세션 2 '국립무용센터 건립을 향한 전략과 과제'에서 역시 3인의 발표자와 3인의 토론자가 해외의 무용센터 사례를 살펴보고 한국적 상황에서는 어떤 비전과 운영 방침이 적용되어야 할지를 논의했다.
'프랑스 국립무용센터(Centre National de la Danse, CND)'의 센터장인 마틸드 모니에(Mathilde Monnier)는 일정 상 방한이 어려워 영상으로 발표를 대신했다. 그는 창작‧출판‧연구‧작품배급 등 다양한 지원을 무용계에 정착시키고 타 예술분야와의 협업 및 관객소통을 지향하고 있는 CND의 활동현황을 소개했다. 캐나다 ‘더 댄스센터(The Dance Center)’의 멤버서비스 코디네이터인 힐러리 맥스웰(Hilary Maxwell)은 춤을 통해 지역사회를 통합하는 모델을 제시하고, 전문가 및 일반인에게 기술‧시설‧경영 지원을 하는 센터의 역할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사)한국무용협회 문화예술정책연구 실장 김경숙은 무용학과 및 공연기회의 축소 등으로 위협받는 한국 무용생태계의 돌파구로서 국립무용센터가 필요함을 주장하며, 모든 무용가를 위한 기관으로서 폭넓은 층의 다각적인 검토와 대화, 지지가 따라야 할 것을 촉구했다.
뒤이은 종합토론을 통해 조기숙(이화여대 무용과 교수)은 무용가 개개인 간의 소통과 차세대 발전 도모에 대한 성찰로 본 포럼이 이루어졌음을 주지시키며, 프랑스 등의 성공적 케이스를 본보기로 한계가 많았던 기존의 구심점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병주(경희대 무용학과 교수)는 캐나다의 ‘더 댄스센터’가 실천하는 시설 운영방법과 아카이브 자료의 구성‧기능에 관한 질문으로 센터가 어떻게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고 자료를 보존하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를 이끌어 냈다. 마지막으로 심정민(춤평론가)은 한국 무용교육이 현재 처해있는 한계를 지적하며 그 대안으로서, 교육‧제작‧유통‧홍보를 전방위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국립무용센터의 의미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성과 분업화로 정체성에 흔들림이 없고, 지리적 접근성이 양호해야 하며, 이해집단으로 변질되지 않고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센터가 되어야 함을 강조하는 것으로 세션 2를 마쳤다.
이후, 청중과 패널 간의 질의‧답변 시간은 한국 작품이 국제사회의 환영을 받기 위해 작품의 철학적 토대를 보완해야 하는 점, 무용계 발전을 저해하는 벽을 무너뜨리기 위해 무용계의 성찰이 요구되는 점, 국립무용센터 건립의 주요 고려 사항 등을 다시 한 번 요약했다. 장시간 뜨겁게 달구어진 발표와 토론은 국립무용센터 건립이 매우 시의 적절한 사안으로서 꼭 추진되어야 하며, 지금까지 우리 무용계가 거쳐 온 공과 실을 돌아보는 자성과 토론을 겸할 때에 더욱 큰 힘을 낼 수 있다는 한 목소리로 막을 내렸다.
글_ 김보슬(자유기고가, Otis College of Art and Design 공공예술학 M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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