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사회 전반에 걸쳐 확장되고 있는 가운데, 공연예술 분야에서도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새로운 시도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PC, 스마트폰, 인터넷 등 디지털 환경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디지털 네이티브’ 관객들을 위해 디지털 가상공간의 체험이 가능한 공연 <루시드 드림>을 펼친 이정연 안무가와 TY스튜디오 현소영, 김진태 대표를 만나 이들의 무용작업과 테크놀러지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루시드 드림>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가 주관하는 ‘2017 가상공간을 활용한 공연예술 창작모형 개발지원’ 사업의 선정작이다. 이 사업은 온라인 미디어, 디지털 기술 등을 활용해 공연예술의 시공간적 한계를 뛰어넘는 창작 시도를 지원하고자 시작됐다.
Q. 성공적 공연을 축하하며 간략하게 본인들 소개를 부탁드린다.
A. 이정연(이하 이): 이정연 댄스프로젝트 예술감독이며 이전에는 무용수로 많은 활동을 했다. 현대무용을 전공했고 한양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요즘은 안무자, 총연출로 무용계에서 작업을 하고 있으며 가림다 댄스 컴퍼니에서 상임안무가, 한양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 있다.
현소영(이하 현): TY스튜디오 설립자이자 감독이다. 영국 왕립예술학교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해 석사를 마쳤고 돌아와서 다수의 대학에서 강의하다가 현재는 스튜디오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뉴미디어 컨텐츠와 모션 그래픽을 추축으로 하는 스튜디오로 커머셜 쪽도 좋아하지만 이런 아트 쪽에 대한 열망과 열정으로 이정연 선생님과 공연을 하게 되었다.
김진태(이하 김): 미디어아트 베이스로 해서 영상작업이랑 여러 일들을 하고 있는데, 주로 아트 앤 테크놀러지 관련된 작업들을 하고 있고 공연 작업을 어렸을 때 많이 했다. 15년 정도 공연영상 디자이너로 활동하기도 했고 전시나 뉴미디어 쪽으로 넘어와서 지금은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다. 본래 석사 때 미디어 아트랑 영상 커뮤니케이션 전공을 했고 현재 여러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스튜디오 운영과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Q. 그럼 무용 쪽은 지금 작업 외에 어떤 것들을 했는지?
현, 김: 우리는 커머셜이랑 병행하다보니 계속 무용만 한건 아니고 무용 쪽에서는 정현주, 박재홍 선생님이랑 작업을 했다. 공연은 국립국악관현악단쪽 무대영상을 2년 정도 계속 했고 지우영 선생님의 <백사마을>에서 무대영상 프로젝션 맵핑하다가 지금의 이정연 선생님이랑 만나게 되었다. 국립극장과는 ‘여우락 페스티벌’에서 남궁현, 민영치 선생님이 공연하는데 무대영상으로 들어갔다. 그때 처음으로 발레공연에다 프로그래밍한 뉴미디어 인터렉티브한 영상을 넣어 뉴미디어 퍼포먼스처럼 만들어 융‧복합 공연을 했고 김주원, 이영철 선생님이랑 작업을 했다.
Q. 이정연 선생님이랑 두 분이 처음 작업을 하게 된 계기는?
A.현, 김: 이정연 선생님이 지우영 선생님께 추천을 받아 2015년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때부터 작업하게 되었다.
Q. 실험적인 작업으로 주목받으며 같이 작업했던 <루시드 드림>에서 각자 주력했던 부분은 어떤 것인지?
A.이: 안무자로서는 어떻게 보면 VR, AR 같은 것이 상업적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고, 대중적인 것을 원하는 부분들이 많더라. 그런데 나의 포커스는 예술적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그래서 MR이 주력이긴 했지만 홀로그램 부분 같은 경우도 예술적으로 다가가서 관객들에게 흥미를 유발하고 이를 통해 특히 현대무용에 대해서 알려주고 싶었다. MR부분에서도 요즘 시대가 관객들이 참여하는 무용들이 다시 60년대처럼 돌아오고 있기에 그런 관객참여형 공연을 많이 시도하고 싶었다. 다만 시도에 그쳐서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안정적으로, 관객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킬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번에는 처음 하는 작업이고 작업이 늦게 끝나다보니 안무나 MR부분에서 미흡했던 부분들이 있어서 반성을 하고 있다.
현: 우리는 이정연 선생님이 연출하시고 상상하시는 시나리오의 가시화에 주력했고 여기에 더해 MR 테크놀러지를 공연에 적용해야 하니까 그 부분에 있어서 기술적으로 어떻게 문제를 풀 수 있을지에 중점을 두었다.
김: 현감독 쪽에서 주로 비주얼을 시각화 하는 것에 주력을 했다면 제가 처음 제안을 하고 바라봤던 지점은 이런 뉴미디어 매체들이 점차 저렴해지고 계속 새로운 것이 나오므로 우리가 사용했던 것이 제일 먼저 기술적인 성취를 해봤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 여러 어려움이 있었으나 이게 조금씩 널리 쓰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일 것 같고 우리나라 MR시장도 올해부터 매우 규모가 커질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차츰 누군가가 써보면서 작업을 하겠으나 우리가 제일 먼저 우리나라에서 시도를 해봤다는 점에 의미가 있고 그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와 기술들을 다음에 좀 더 먼저 발전시킬 수 있겠다.
이: 왜냐하면 우리가 MR기계만 사용한 것이 아니라 VR에서 MR로 넘어가는 기술들을 사용했다. 그래서 한 기계를 가지고 그냥 제품을 구입해서 사용한 것이 아니라 자체 기술개발들을 했다. 가상공간에서 혼합현실로 갔다가 다시 가상공간으로 가는 시나리오를 만들어서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라고 했더니 그렇게 완성을 시켜주셨고 그게 단순히 MR기구만 써서 되는 부분이 아니다. 우리가 시공간을 뛰어넘는 것이 예술이라고 보고 그러한 예술관을 구현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우리가 시장성이 있다고 본다.
Q. 이러한 공연들이 많은 경비가 들어가는데 과연 전체가 공연관람과 참여가 가능할까?
A.이: 경비 부분에서 예술가들에게 정부가 지원을 해주지 않는 한은 실현불가능하고 혹시 된다면 전시회나 미술관 같은 곳에서 본인들이 쓰고 체험을 하고 시간을 나눠서 퍼포밍은 몇 시부터 몇 시까지 한다고 해서 불특정다수들이 와서 개인적인 체험을 할 수는 있겠다. 그래서 이번 <루시드 드림>에서도 감독님들과 얘기한 것이 10명의 체험자를 체험을 시키면서 이들이 체험을 하는 모습들조차도 무용의 일환으로 보고 제3자 관객들이 보게끔 하는 것이었다. 예전에는 관객과 퍼포머가 나뉘어져 있었으면 지금은 체험을 하는 관객들을 보는 다른 사람들이 있는, 중첩적인 그런 관객들을 넣는데 포커스를 두었다. 그런데 그게 잘 실행이 안 된 부분들이 MR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우리가 스크린에다 물론 틀어놓긴 했지만 스크린으로 본 사람들은 입체적으로 다가오지 않아 그냥 TV보는 느낌일 수 있어서 그게 안타까웠다. 그리고 우리가 이번에 했던 공연을 기자들도 MR을 잘 모르다보니 VR공연이라고 썼더라.
Q. 일반적으로 AR이나 VR과 같은 용어들은 들어봤으나 MR은 좀 생소하다. 이들의 차이는 무엇인가?
A. 김: 우선 우리가 썼던 것을 소개하자면 기계 자체가 보통 일반적으로 VR 체험할 때 쓰는 몰입형 HMD라고 하는데, 쓰면 완전 가상공간만 보인다. 그런데 우리는 믹스리얼리티를 구현하는 별도의 전용카메라가 있는데 이걸 추가로 설치해서, 이 카메라는 말 그대로 카메라기 때문에 현실공간을 그대로 찍는다. 그게 가상공간에다 실제공간을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유저 입장에서는 실제의 모습을 HMD를 통해서 보고 있는데 이런 가상이 없었던 것들이 합성되어서 같이 보인다. 즉, 실제와 가상이 같이 합성돼서 보여지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혼합현실을 말한다.
현: 그런데 이게 AR과 또 헷갈릴 수 있다. 실제 공간에 가상의 오브제가 보여지는 것이 AR이다. 포켓몬 고 같은 것을 보면 아무것도 없는 곳에 카메라를 갖다 대면 거기에 몬스터가 있다든지 나타나는 것이다. 그런데 MR은 그런 VR하고 AR을 합쳐놓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까 VR은 차단된 가상의 공간을 감상하게 되는 것이다. 거기에 MR을 지원하는 특수한 카메라 하나를 달아서 그 카메라는 외부를 볼 수 있는데, 그 외부의 데이터를 이 안으로 보게 해주는 것이다.
김: AR은 증강현실이고 몰입환경이 구현이 된다. 컨텐츠 쪽에서는 실감미디어라는 용어를 쓴다. 그런 실감나는 미디어로 꼽는 VR에 AR의 기술이 접목이 되는 것이다. 아예 내가 그 환경 속으로 들어가서 더 몰입하는, 완전히 혼합되어 있는 그런 개념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 MR이다. 현재 가장 앞선 기술이고 대중화되기에는 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우리가 MR쪽을 눈여겨보는 이유는 VR은 말 그대로 폐쇄형이기 때문에 컨텐츠를 즐길 때만 의미가 있고 일상적으로 쓰기에는 불편한데 MR쪽 장비들은 일반적인 안경의 형태로도 나오고 간소화 될 수 있는 요소들이 많다. 전 세계적으로도 일반적으로 쓸 수 있는 MR쪽에 관심들이 많으며 더 일상적으로 쓸 수 있는 장점이 있고 간편하며 저렴하다. 그래서 그런 것을 활용하는 작업들이 많이 생길 것 같다. 체험에 있어서 어지러울 수 있는 부분도 이번 공연에서 최대 8~10분 정도만 사용해서 이를 해결했다. 사실은 연령제한도 있다.
Q. 컨템포러리 댄스의 경향이기도 한 융‧복합 작업에서 기존의 영상사용이나 3D 공연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지?
A. 이: <스마일 마스크 신드롬> 작업에서는 무용이 메인이고 무용작품에 영상이 잠깐 이해도를 도운 것이고 작품의 스토리나 내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조금 더 확실하게 전달하기 위해 영상이라는 것들을 80:20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말 관객참여형으로 극장이 아닌 곳에서 할 수 있는, 어떻게 보면 무용공연이라기보다는 퍼포먼스 쪽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무용과 영상이 50:50정도로 사용되었다. 그리고 이 기술이 없다면 내가 안무했던 것도 이해가 될 수 없는, 즉 홀로그램이라든지 앞에 나왔던 LED 조명이라든지, 그 LED조명 같은 것도 이번에 김진태 감독님이 조명도 이렇게 할 수 있다라고 말씀을 하시면서 시작을 했다. 그런데 MR을 사용하다보니까 조만간 조명시장도 사장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가 되었다. 조금 더 보완을 해야겠지만 그런 여러 가지 테크놀러지가 많이 개발이 되고 있는데, 무용쪽에서는 물론 순수예술이 중요하고 그런 것들이 전하는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알고 안하는 것과 몰라서 못하는 것은 분명히 틀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본인들이 전달할 수 있는 것들이 테크놀러지와 결합이 된다면 더 발전된 예술의 하나의 장르로서 자리를 잡지 않을까 싶다.
현: 항상 안타까운 것이 해외사례는 꽤 있다. 찾아보면 해외에서는 이런 실험극도 했고 퍼포먼스도 하는데 우리도 보면 “저런 거 하나 해봤으면 좋겠다. 참여해봤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것을 구현하길 원하는 안무가들은 적고 그런 것들을 사서 할 수 있는 안무가도 적다. 저희가 제안을 드려도 일단 겁을 먹고 안 될 거라고 생각하고 상상의 폭이 한정되어 있는 부분도 없지 않다.
Q. 디지털기술로 만들어진 공간을 관객들이 실제로 체험하는 방식이라는 것이 결국은 어떤 것이 되는 걸까?
A. 김: 대부분 디지털 기술이 영상으로 쓰였다면, 즉 무대미술적 관점에서 대치하는 개념으로 썼었다면, 예를 들어 <호두까기 인형> 같은 경우는 말 그대로 무대미술이다. 공간을 연출하기 위한 영상을 사용한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그런 뉴미디어를 사용한 퍼포먼스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한테는 영상이 단순히 표면에 텍스처나 패턴을 넣어주는 개념이라기보다는 또 하나의 공간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는 것이다. 2007년도에 제가 카이스트 문화예술대학원이랑 같이 만들었던 <신타지아>라는 공연이 있었는데 무대영상이 김포에 있는 어떤 다른 가정집과 실시간으로 연결돼서 무대 안에서 그런 퍼포먼스가 다른 공간의 퍼포머와 협업하는 그런 신을 넣은 적이 있었다. 아예 다른 공간이 무대공간으로 영상을 통해서 확장되는 거였다. 우리가 이번 MR을 썼던 여러 이유 중 하나는 무대라는 시공간을 다르게 또 가능성을 만들 수 있는 범위에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무대라는 박스공간이 이걸 씀으로 해서 또 다른 세상과 혼합되는 공간이 되기도 하고 아니면 완전한 가상으로 넘어가면 더 다른 공간으로 들어갈 수도 있고 또 무대영상도 무대영상 안에 뎁스가 있는 새로운 공간이 같이 표현이 된다면 무대 공간이 더 넓어질 수가 있다. 디지털 기술이 영상 쪽으로 사용되면 새로운 시공간을 열어줄 수 있는 가능성으로 보고 그 안에서 또 다른 디지털 기술들이 실험될 수 있는 것은 여러 가지 인터렉티브한 요소들이 있을 수 있다.
Q. 4차산업혁명 시대에 무용이라는 장르에 이러한 디지털 기술이 들어옴으로써 어떤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A. 이: 상상에서 벗어나 범위를 확장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며 다른 공간에서 다른 무용을 볼 수 있고, 시공간을 초월해 창작이 가능하다. 독립해서 빛날 수 없는 것을 융‧복합 장르에서 그리고 소수에서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예술을 확장한다. 디지털 기술이 더해져 무용도 뭔가 흥미가 있으면 더 찾아보게 되지 않겠는가?
김: 무용 장르도 다양하기에 어떤 지점에서 섣불리 어떻게 될 것이다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분명히 세상이 바뀌어 가고 있고 그런 것들이 접목되었을 때 나올 수 있는 요소들이 많다. 대규모 시스템으로 만들어지는 예술작업보다 서로 다른 시너지들을 잘 모아서 융‧복합 장르에서 나올 수 있는 또 다른 아이디어들이 소수의 집단을 이용해서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스템 되어있는 분야는 아니지만 엉뚱한 생각들, 엉뚱한 융합이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줄 수 있다. 그것이 예술의 확장에 가장 기여하는 것이라 보고 새로운 산업혁명의 이슈들이 접목되어 나오는 가능성들은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Q.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A. 이: 우선은 저희가 외국 쪽의 여러 페스티벌에 지원을 한 것도 있고 앞으로 할 것도 있다. 그리고 이번 <루시드 드림>을 보고 브라질 쪽에서 연락이 왔다. 무슨 정신병원에서 아트 페스티벌을 한다고 한다. 굉장히 유명한 정신과 의사가 설립한 병원으로, 우리가 원했던 공간에서 공연을 할 수 있는 그런 곳에서 100여명의 공연단체가 참여하는 것인데 이건 진행 중이다. 공연은 9월인데 만일 이번에 못가면 그것은 내년까지도 생각하고 있고 외국 여러 곳에 지원서를 내놓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김: 이번 작업하면서 얻은 것도 많고 가야될 것도 많이 보였다. 따라서 무용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계속 신기술들을 쓸 수 있게 연마하고 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연속적으로 이런 것들을 쓰다보면 인지도도 생기고 사람들이 널리 이해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의 안정화, 그리고 숙제처럼 남아있는 문제들을 하나씩 체계화시키며 풀어나가는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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