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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문화재청 ‘전통무용’ 분야 역사문화자원 조사연구, 제3차 토론회 -연구 성과 공유 및 ‘전통무용’ 분야 국가무형문화재 전승‧관리 방안

 

2021년 12월 8일(수) 오후 2시부터 5시 30분까지 (사)한국춤문화자료원에서 주관하는 문화재청 「‘전통무용’ 분야 역사문화자원 조사연구」의 제3차 토론회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줌과 페이스북을 통해 동시 진행되었다. 지난 7월 2일 본 사업을 착수한 이래 7월 30일(금)에 ‘제1차 전통춤의 전승방안 토론회’의 포문을 열었고, 10월 15일(금)에는 제2차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이번 제3차 토론회에서는 12월 20일까지 완료해야 하는 본 연구사업의 종결판 난상 토론이었다. 

 

제3차 토론회는 문화재청 무형문화재위원이자 한국무용협회 이사장인 조남규 교수의 개회사로 시작되었다. 발제는 (사)한국춤문화자료원의 이사장이자 본 연구사업을 총괄 관리‧책임을 맡은 최해리 책임연구원이 담당하였다. 최해리 책임연구원은 2020년에 이은 2021년의 「‘전통무용’ 분야 역사문화자원 조사연구」의 성과를 공유하였고, 또 우리 ‘전통무용’ 분야의 국가무형문화재 전승‧관리 방안에 대해 발표하였다. 우리 연구원의 사업성과는 문화재청에서 발주한 항목을 중심으로 진행되었기에, 이를 7가지로 구분하고, 각각의 진행 및 성과를 요약 발표하였다. 이후, 9인의 무용전문가들이 약 2시간 20여분 동안 열띤 토론의 장을 펼쳤다. 그리고 (사)한국전통춤협회 이길주 이사장의 폐회사로 일정을 마쳤다.

 


 

우리 연구단이 진행해 온 사업의 첫 번째는 2020년에 수합 된 141건의 한국 전통무용의 역사문화자원을 기초 조사하여, 전통무용 종목 전승현황을 DB 자료로 구축한 일이다. 두 번째는 기 지정무형문화재를 포함시켜 전통무용 분야 분류체계를 마련하는 일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춤 종목의 확대와 발전적 확산을 위해, 2020년의 대‧중‧소‧세분류법의 체계를 간략화하는 방향으로 정리하였다. 세 번째 사업은 전통무용의 개념과 범주를 연구하는 일이었다. 제1차 토론회에서의 유의미한 연구결과를 수용하고, 전통무용 분야 전승자 및 전문가를 대상으로 의견수렴(심층면담 22명, FGI(Focus Group Interview, 표적집단 면접) 10명)한 결과를 통해 네 번째 연구 항목인 전승활성화 정도 및 가치 등 분석 결과를 도출 발표하였다. 우리 연구단은 문헌조사와 대면 면담조사방식을 다각도로 진행하며, 다섯 번째 사업인 제 1, 2, 3차의 발표회도 순차적으로 진행해 왔다. 그 외, 문화재청으로부터 추가된 과업인 전국 대학 무용과의 전통춤 교육 현황조사와 전통무용 분야 국가무형문화재 이수자 배출 요건 조사 현황을 발표하였다. 

 

이 모든 사업의 진행과 점검을 6인으로 구성된 전문가 자문위원회를 통해 자문의견을 수렴하면서 차질 없이 완료 과정에 이르렀다. 이제 지금까지 진행해 온 모든 사업을 최종결과보고서로 요약정리하고, 문화재청에 유의미한 성과물을 제출하는 일이 남았다. 지난해 2020년의 경험으로 볼 때, 흩어지고 산재한 구슬을 적재적소에 꿰는 가장 어려운 업무가 결과보고였다. 작년 이맘때, 약 2주간 밤낮없이 엄청나게 펼쳐진 크고 작은 구슬들을 논리 정연하고, 분명하게 빛을 발하도록 꿰었던 최해리 책임연구원의 열정이 발휘되었었다. 그로 인해 저 하늘의 별 같던 2021년의 지속 사업도 감당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올해의 연구 결산 역시 최해리 책임연구원의 최종결과보고서가 화룡정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최해리 책임연구원의 발제가 진행된 후, 라운드테이블에 앉은 김용복(경북도립무용단 상임안무자), 김종해(한국무용협회 부이사장), 남수정(용인대 무용과 교수), 손선숙(궁중정재아카데미 대표), 손인영(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서인화(국립국악원 학예연구실장), 인남순(한국전통문화연구원 원장: 줌 참여), 정성숙(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이사장), 차수정(숙명여대 무용과 교수) 이상 9인의 토론이 전개되었다. 

 

최해리 책임연구원은 전문가 토론자들에게 전통무용 분야 전승 관련 세 가지의 의제를 제시하였다. 첫째는 무형문화재 지정시 전통무용의 역사성‧학술성‧대표성에 대한 논의이고, 둘째는 보유자의 인정 기준과 전승교육사의 역할 정립에 대한 토론 제시였다. 셋째는 보유자 없는 종목 지정 등의 제도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을 제시하였다.

 


 

인남순 한국전통문화연구원 원장은 정재 55가지 춤에 대해 국립국악원을 전승기관으로 인정하되, 각 정재의 문헌을 근거로 시대적‧사상적인 연구 시스템 마련을 병행해야 함은 물론 음악적 반주 기반 구축과 복식‧소품 및 무대 관련 연구가 폭넓게 이루어져야 함을 피력하였다. 이어서 국립국악원의 서인화 연구실장은 국립국악원의 정재 전승 기관으로서의 역할에 무게감을 피력하며, 음악과 무용의 내부적 균형 발전의 필요를 제시하였다. 손선숙 궁중정재아카데미 대표는 정재 전승의 초점과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구체적 계획의 중요성을 제안하였다. 더불어 학술적 가치 정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한국무용협회 김종해 부이사장은 승무나 살풀이춤의 역사성은 1930년을 근간으로 한다는 점과 이후 끊임없이 변하고 있는 전통춤의 현황이 반영되어야 하므로, 100년이라는 기간에 대한 역사성의 무분별한 인식에 변화가 요구됨을 피력하였다. 더불어 근대에 재구성된 춤의 내적 역사성이 함께 인정됨으로써 종목 확장의 기회가 필요함을 역설하였다.

 

두 번째 의제인 전승교육관련 논의에 대해서 숙명여자대학교 차수정 교수는 이수자 등의 질적인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기를 희망하며, 발언을 시작하였다. 차 교수는 현대의 대학생들에게는 전통춤의 가치를 쉽게 알리는 일조차 어려운 현실이며, 학생들의 삶과 연결될 수 있는 어떤 제도적 혜택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음을 피력하였다. 또 보유자와 전승교육사의 지도자적 능력 인정의 시스템이 우선 마련되지 않는다면, 신뢰의 문제는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음을 우려하였다. 용인대학교 남수정 교수는 다양한 춤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되기를 바라며, 국가를 대표할 춤이 지정되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피력하였다. 또 전승교육사에 의한 춤 전수교육의 공공성의 차원을 주장하였다. 즉 학교에 파견되어 지도할 수 있는 봉사자로서의 공식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을 제안하였다. 한편, 손선숙 대표는 보유자의 교육 전승자로서의 중요성을 강력 주장하였다. 

 

국립무용단의 손인영 예술감독은 초기 무형문화재 지정이 예술성을 바탕으로 했음을 강조하며, 예술적 역량은 개인의 능력과 소양에 따라 달라짐을 인정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신무용의 가치에 대해 인정이 필요하며, 전통춤이라는 패러다임을 탈피하여 신무용 자체 정립과 예술성 인정의 제도운영을 주장하였다. 보유자는 전문인 양성에 필요하며, 이수자는 대중 교육자로서 활동하도록 운영될 것을 피력하였다.

 


 

마지막 의제인 보유자 없는 종목 지정 등 여러 방식의 지정 관련 제도 문제에 대해 경북도립무용단 김용복 상임안무자는 무형문화재의 역사성과 도제교육을 중요시하는 입장임을 전제하였다. 따라서 보유자가 없는 종목을 지정하는 경우는 중앙 관리 체제가 잘 구축되어야만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하였다.

 

이상의 활발한 토론과 신속한 설문 응답, 전문가들의 집중인터뷰 등을 종합해 볼 때, 우리 한국 전통무용계는 역사성 및 전통성 논의로부터 자승자박, 자가당착의 모순에 빠져버린 인상이다. 무용사학자로서 필자의 시각을 제시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춤 전통에 대한 역사성을 3세대 전승 또는 100년 전승이라는 인식의 올가미가 문제의 시발점이라 여겨진다. 국가무형문화재 ‘무용’ 분야 지정 종목은 단체종목 4편, 개인종목 3편이다. 이들 춤 종목은 처음 지정될 당시 이미 3세대 전승을 기초로 지정되었다. 그로 인해 우리는 이들 춤이 곧 전통춤이라는 등식의 개념을 주입해 왔다. 무형문화재조사보고서를 분석해 보면, 조선의 역사문화를 총체적 제 1세대라는 준거로 삼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조선의 춤 역사문화를 계승한 제 2세대는 일제강점기 전승자를 배출한 이왕직아악부, 진주권번, 통영권번, 목포권번, 광주권번, 경기도 무속계의 춤 문화를 기반으로 한 원조 선생들이다. 이수경, 김영제, 함화진, 한성준, 이대조, 박영구, 김덕순, 최순이, 김해근, 강태홍, 박지홍, 정소산 등이 그분들이다. 그리고 제 3세대에 김천흥, 김기수, 한영숙, 강선영, 김숙자, 이매방이 놓일 수 있다. 이분들이 국가무형문화재의 첫 수혜자임은 아는 바와 같다. 그 주변으로 박병천, 이동안, 그리고 많은 일제강점기 권번 기녀 출신과 전국 춤꾼들이 제3세대의 주류전승자였지만, 다양한 사유로 그들은 주목받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르러서야 재조명되며 세대에 혼조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따라서 이분들에게서 일찍, 또 직접 춤을 학습한 제자들인 현재의 보유자들과 전승교육사와 그 밖의 많은 원로 한국무용가-김문숙, 최선, 황무봉, 최현, 송범, 문일지, 조흥동, 국수호 선생들은 전승의 계통 면에서는 이미 4세대 전승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1970년대 이래 전통춤이 세간의 관심사로 부상하면서, 신무용조의 창작활동에 매진했던 대부분의 한국무용가들은 제3세대 여러 선생들의 전통춤을 배우고 익히며, 자신의 춤으로 재창조하려 했던 분들이다. 그것이 1990년대에 재구성 안무로 발전한 신전통춤의 경향이었다. 특히 다양한 산조춤, 진쇠춤, 장고춤, 소고춤, 근래의 민살풀이춤 등은 그 음악의 감흥을 전통의 몸짓으로 풀어낸 대표적인 신경향 전통춤이라 할 수 있다.

 

당시 원로 선생들은 춤추기를 좋아하여, 자신이 좋아하는 모든 춤을 좇아 부지런히 배우고 익히며, 두루 여러 춤을 섭렵할 수 있었던 행운의 전승 시간을 가졌던 분들이다. 심지어 한국 신무용의 대모인 김백봉 선생도 대구 피난시절 박지홍 선생에게 승무를, 서울 생활에서는 이동안 선생에게서 전통춤을 배웠다. 따라서 그들 제3‧4세대로부터 학습한 우리 후세와 젊은이들은, 4세대에서 다시 5세대로, 6세대, 7세대로 자연스럽게 강물처럼 흐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우리 무용계는 이러한 춤의 역사를 이미 경험하고 있으면서도, 7종목의 무형문화재는 전통이고, 그 밖의 전승자들의 이름을 걸고 추는 춤은 창작이거나 재구성이라는 개념을 붙여서 전통과 비전통을 가르며 반목하고 있다.

 

누가 추면 전통이고, 어느 누가 추면 비전통일까?

사실, 7종목 국가무형문화재 춤들도 지정 당시 모두 재구성되거나 재안무된 춤이었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적어도 신전통춤에 대해 비전통이라는 인식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못한다면, 우리 한국 전통춤의 미래는 암울하여 기대할 바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 1970년대와 1980년대 당시 생존했던 제3세대의 여러 선생들에게 전통춤을 섭렵한 제4세대 선생들은 전통 춤사위와 전통 음악의 해석을 기초하여 한국인의 옛 멋과 흥을 살린 현대적 전통춤을 만든 것이고, 그것이 곧 신전통춤이기 때문이다. 또 신전통춤은 본래 즉흥성을 기반으로 하던 우리 전통춤이 문화재라는 이름으로 형식과 틀에 고착화 되어 있던 시기에 새 길을 모색하고 마련한 오늘의 전통춤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우리는 사람으로 세대를 전승하는 것이 중요했던 것이 아니다. 그 춤 자체의 전승에 주목해야만 한다. 한민족이 살아오면서 몸으로 체득하고, 곰삭아서 절로 우러나오는 몸짓의 춤사위, 감흥, 고유의 리듬성으로 표출되는 민족적 정서와 표현법 등, 춤의 알맹이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믿는다. 

 

글_이종숙(무용역사기록학회 편집위원)

사진_한국춤문화자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