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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 소극장이 성공적으로 펼친 전통예술의 향연, 제1회 대한민국 예술공감M 페스티벌

 



공감M아트센터는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신생 소극장이다. 조명, 연습실, 분장실 등 공연을 위해 필요한 시설을 갖추고 아담한 크기의 공간을 무대와 객석으로 구획한 극장이라서 관객과의 즉각적인 공감을 선호하는 무용가들이 자주 찾고 있다. 지난 4월에 공감M아트센터 장옥주 대표가 ‘너와 나 우리가 만나는 전통 예술인들의 화합과 교류의 축제’라는 모토를 내걸고 제1회 대한민국 예술공감M 페스티벌을 개최하였다. 4월 10(일)-24일(일)까지 진행된 페스티벌은 9일간 총 43명이 출연하여 전통춤을 비롯해 연주, 소리 등 풍성하고 볼거리 많은 무대를 제공했다. 댄스포스트코리아는 신생 무용공간이 새롭게 출범한 페스티벌을 응원하고자 김미영, 장지원, 최해리 세 명의 리뷰어를 10일, 17일, 23일, 24일의 공연에 파견하였다.

 

4월 10일_ 공연 출연자 

4월 10일의 첫날 공연은 안향이, 천성현, 장현순, 한진희가 진행하였는데, 네 명의 무용수가 한 작품씩 돌아가며 총 여덟 작품을 선보였다. 

 

첫 무대를 연 안향이는 <춘앵전>과 이후 다섯 번째 무대에서 <이매방류 살풀이춤>을 추었다. 국립민속국악원의 상임단원인 안향이는 꾀꼬리를 상징하는 노란 색의 앵삼(鶯衫)에 화관을 쓰고 양손에 낀 한삼을 나부끼며 <춘앵전>을 단아한 춤 매무새와 깔끔한 춤동작으로 표현하였다. 이후 고도로 다듬어진 전통춤 <이매방류 살풀이춤>을 통해 전형적인 한과 신명을 표현하며 삶의 고단함에 지친 이들의 마음을 달랬다.  

  

천성현은 국가무형문화재 제39호 처용무 전수자이다. 그녀가 선보인 작품은 <이매방류 승무>와 <오철주류 부채입춤>이었다. <이매방류 승무>는 번뇌를 딛고 열반에 이루기 위한 움직임으로 북가락, 세찬 장삼놀음, 빼어난 발 디딤새가 특징이라면, <부채입춤>은 춤추는 사람과 장소에 따라 흥과 멋이 달라지며 무엇보다 무용수의 감정에 따른 즉흥적인 요소가 돋보인 작품으로 천성현의 개성이 듬뿍 담긴 무대였다.

 

전북무형문화재 제47호 호남산조춤 전수자인 장현순은 <호남산조춤>과 <금아지무>를 선보였다. 인위적 기교나 정형화된 움직임보다는 몸의 기(氣)와 리듬을 춤으로 자유롭게 형상화한 <호남산조춤>의 특성을 살린 춤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즉흥적인 형식의 입춤에 장단을 맞추는 추임새와 장단을 넘나드는 발 디딤으로 다양한 춤사위를 담아낸 <금아지무>를 통해 우리춤 특유의 한과 흥을 경험할 수 있었다. 

 

 4월 10일_ 한진희 <이매방류 승무>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이매방류 승무> 이수자이며 제19회 임방울국악제 무용부문 장관상을 수상한 광주시립창극단 단원 한진희는 <이매방류 살풀이춤>과 <이매방류 승무>를 선보였다. “몸이 고와야 춤도 곱다”는 우봉 이매방 선생의 가르침을 춤의 신조로 새기고 있다는 그녀는 <이매방류 살풀이춤>에서 우리춤의 기본이 되는 맺고 푸는 동작을 바탕으로 춤사위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였다. 자연스러운 강약의 흐름으로 보여주는 춤의 매력으로 청아한 멋을 한껏 느낄 수 있는 무대였다. 마지막 무대였던 <이매방류 승무>는 섬세한 동작과 맺고 푸는 호흡 등 고도의 테크닉을 완수해야 그 정서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춤인데, 그녀는 힘찬 에너지와 함께 이매방류 특유의 호흡과 춤동작을 표현하였다. 

 

4월 17일_ 공연 출연자

 

4월 17일의 공연은 한국의 신진 전통예술가 두 명과 한국에서 유학 중인 해외예술인 네 명이 어우러져 우리의 춤과 노래를 흥겹게 표출한 무대였다. 오가혜의 <진주교방굿거리춤>은 교방춤이 가진 한·흥·멋·태를 고루 갖추어 보여주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중국 무용가 장웨이는 <동래학춤>을 선보였다. 그는 시도무형문화재 제3호 동래학춤 전수교육생, 국가무형문화재 제39호 처용무 전수자로서 늠름하면서도 여유로운 춤사위로 학의 이미지를 고고하게 그려냈다. 이지은은 경기소리 <양산도>의 독특하고 흥겨운 노랫가락으로 객석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중국 무용가 진성과 섭천우은 듀엣으로 <진도북춤>을 공연하였다. 두 남녀무용수는 날렵하고도 신명나게 북을 두드리며 강렬한 북소리와 유연하고 아름다운 춤사위가 어우러진 멋진 무대를 선보였다. 마지막을 장식한 아프리카계 프랑스인 마포로르는 판소리 <흥부가> 중 놀보에게 비는 대목을 풍부한 성량으로 맛깔나게 창을 하여 객석의 환호를 받았다. 특히 긴 대목을 깊은 호흡과 찰진 대사로 창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4월 23일_ 이종호 <선비학춤>


4월 23일의 공연은 중진 무용가 다섯 명의 무대로 꾸며졌다. 첫 무대는 국립국악원무용단 안무자 출신으로 현재 성인인상무(해주승무) 보존회를 이끄는 이종호가 <선비학춤>을 열었다. 선비들의 기개와 풍류를 표상한 <선비학춤>은 지방무형문화재 <동래학춤>과 춤동작과 구성이 비슷하면서도 결이 다른 이종호의 고고한 품성이 묻어나는 작품이었다. 

 

4월 23일_ 손미정 최현류 산조춤 <여울>  

 

최현 우리춤원 이사이자 예원학교 전임교사인 손미정은 최현류 산조춤 <여울>을 올렸다. 손미정은 최현류 산조에 최적화된 신체 조건인 ‘긴 기럭지’를 지니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몸에 아카이브한 최현 선생의 가르침, 즉 산조를 출 때의 표정, 동작, 포즈를 한없이 펼치며 최현류 산조춤의 진수를 선보였다. 너울희컴퍼니 최혜련 대표는 이매방류의 춤사위의 숙련자답게 <이매방류 살풀이춤>의 교과서적인 공연을 보여주었다. 김향의 <부채현금>은 배정혜 선생이 부채를 이용하여 안무한 산조춤이었다. 배정혜아카데미 부대표로 활동하는 김향은 이 공연의 불과 1주일 전에 배정혜 선생으로부터 전수한 춤과 자신의 창작을 ‘동무’라는 공연을 통해 선보인 바 있다. 그녀는 단독공연이었던 ‘동무’의 중압감에서 벗어났기 때문인지 <부채현금>을 통해 축적된 흥과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였다. 마지막 무대는 댄스드라마단춤과 천안의 복합문화공간 메타포의 대표인 최준명은 창작춤 <서소무(恕訴舞)>가 장식하였다. 한국적 댄스드라마의 새로운 장을 연 최준명의 <서소무>는 한판의 굿이었다. 파란만장한 자신의 삶을 작품에 녹여내고 한풀이춤을 통해 트라우마를 스스로 치유하며 신명나게 승화시킨 그녀의 춤판은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다.

 

4월 24일_ 공연 출연자

 

4월 24일의 공연은 다섯 명의 젊은 무용가들이 진행하였다. 고인지는 이은주류 <살풀이춤>과 한영숙류 <태평무>를 선보이며 각종 경연대회에서 대상과 금상을 수상한 저력을 보여주었다. 그녀의 <살풀이춤>과 <태평무> 춤은 과하지 않고 깊이 있는 질량감이 특징이었다. 박지원은 이매방류 <살풀이춤>과 창작춤 <아리랑 저승길>을 선보였다. <살풀이춤>에서 간절하고 애절한 표현력이 주목되었는데, 이승후와 함께한 <아리랑 저승길>에서 그녀의 표현력은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2개의 갓을 소품으로 적절하게 사용하여 완성도 있는 무대를 연출하였고, 망자와의 이별, 애틋함, 삶과 죽음의 앙상블을 풍부한 감정과 뛰어난 춤사위로 표현하여 객석으로부터 큰 갈채를 받았다. 이승후의 <처용무>는 다소 안정적이지 못한 부분이 보였으나 대체로 무난한 공연이었다. 이우영의 <이매방류 승무>는 북가락보다는 뛰어난 춤솜씨로 눈길을 끌었다. 이우영과 김나영이 듀엣으로 보여준 <사랑가>는 판소리 <춘향가>의 사랑가를 춤으로 그려낸 작품이었다. 수려한 외모의 두 무용수가 조화롭고 아름다운 춤동작을 통해 표현한 사랑의 감정은 객석까지 달콤하게 전달되었다. 

 

제1회 대한민국 예술공감M 페스티벌은 코로나 시기에 춤출 무대가 그리웠던 예술인들에게 오랜만에 기량을 과시할 기회였다. 더불어 국적과 객석을 뛰어넘어 춤과 소리로 하나가 되는 공감의 시간을 제공했단 점에서 의미가 큰 페스티벌이었다. 움직임을 모두 펼치기에는 협소한 공간이라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뛰어난 기량을 지닌 신진과 중진 예술인들이 펼치는 전통예술의 향연은 앞으로의 성장을 기대해볼 만했다.   

 

 

글_김미영(객원 무용평론가),

장지원(댄스포스트코리아 편집주간),

최해리(무용인류학자, 댄스포스트코리아 발행인)

사진제공_ 공감M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