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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아시아 디지털 춤환경에 대한 조망과 비판적 시각

코로나 팬데믹은 모든 환경을 변화시켰고 춤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프라인 공연이 어려워지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온라인 공연이 진행되었다. 이러한 디지털 춤환경으로의 이행은 양날의 검처럼 작용하며 많은 논의를 낳았다. 춤에 대한 다양한 시각에 주목해 이론적 패러다임을 마련하고자 한 행사가 있었다. 제31회 전국무용제 기념 제24회 무용역사기록학회 국제학술심포지엄 ‘연결과 소외의 아시아 디지털 춤환경: 포스트아시아 시대의 춤 권리장전’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진행되면서 9월 27일(화) 목포시민문화체육센터에서 있었다. 전국무용제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 부대행사에는 국내외 저명한 무용전문가들을 초빙하여 발제 및 토론이 이뤄짐으로써 아시아 춤의 지평 확장, 미래의 급진적 춤 유산에 대한 전망을 도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최해리 무용역사기록학회 회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조남규 (사)대한무용협회 이사장의 격려사가 힘을 더했다. 이어서 박흥률 목포시장의 환영사와 (사)대한무용협회 목포 지부장 마혜리의 환영사가 있었다. 이밖에도 목포에서 이뤄진 뜻깊은 행사인 만큼 김원이 목포시 국회의원, 문차복 목포시의회 의장, 박수경 목포시의원의 축사가 더해졌다. 김수인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기조발제로 캐서린 매저가 ‘급진적 춤추기: 대중적인 몸정치학과 미래주의 춤 생태계’를 다뤘다. 그녀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초국가적인 무용과 연극공연, 젠더연구, 뉴미디어 공연에 초점을 맞춘 학자 겸 예술가이다. 이번 발표에서 캐서린은 21세기 아시아 문화의 주요 국가인 한국과 일본에 집중해 K-POP과 J-POP 댄스에 대한 사례연구를 통해 매 시기 급진적 유산이었던 춤에 대한 이해와 모든 사회문화 현상은 깨어있는 시각으로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함에 집중했다. 특히 Kasai Akira, Mikey, Tokyo Gegegay, Girl time을 중심으로 대중문화에 존재하는 여성 아티스트들이 동지로서, Post Asia로서 인식되고 춤이란 것이 장소가 아닌 시간 속에서 추는 것을 강조했다.

 

세션1-포스트아시아 춤의 국제적 연결성에서는 국립 대북예술대학교 교수인 야틴 린이 ‘디지털 기술이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댄스 관중을 어떻게 변화시키나: 대만의 댄스 아티스트 YEH Ming-hwa의 〈SHE〉에서 라이브에서 온라인으로의 전환(2000-2021)’에 관해 발제했다. 그녀는 가오슝 출신의 예명화(YEH Ming-hwa)가 3년에 걸쳐 제작한 작품에 대해 소개했다. 우선 〈House behind the wall〉로 국제상을 받은 그녀가 그 다음 작품인 〈SHE〉를 통해 노르웨이와 타이페이에서 공동제작한 작품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진행해 왔는가를 언급했다. 첫 시작은 실시간 공연기록이었으나 2회차부터는 온라인 공연, 3부는 마침내 오프라인 관객대상 공연까지 진행되었다. 야틴 린은 이 공연을 통해 팬데믹 기간 동안 국제 협력의 다양한 과제 탐색과 라이브 댄스 공연의 대안, 지리와 시간을 초월한 포스트 아시아 댄스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국의 발제자인 김재리는 국립현대무용단의 드라마투르그로 재직했으며 컨템포러리 공연예술과 시각예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구자이다. 그녀는 ‘포스트 코레오그래피: 탈식민화된 연결과 집합’을 통해 안무 인식의 변화에 관해 주목했다. 특히 움직임과 신체 위주의 “좁은 안무”에서 벗어나 매체의 확장성을 통한 “확장된 안무” 이후의 안무에 대한 윤리적, 정치적, 경제적 차원에서 질문을 던졌다. 또한 코로나 이후 변화된 예술 생태계를 자신이 실험했던 ’얽힘 레지던시‘프로젝트를 통해 ‘공동’과 ‘개인’의 관점에서 논의하고, 예술 실천의 방법론과 작업에서의 노동의 방식을 중심으로 포스트 코레오그래피의 주요 개념들을 제안했다.

 

베트남의 1648Kilomet 대표이자 안무가인 카이 녹 부의 발제 ‘움직임의 대화’에서는 실제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의 현실적 고민이 담겨있었다. 그가 주장한 것은 새로운 창작의 길을 열어주는 디지털 테크놀러지의 힘에도 불구하고 댄스 퍼포먼스의 핵심은 여전히 공연자와 관객의 진정한 감정적 연결에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작품에서 드라마투르기의 역할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토론자 윌리엄&메리대학교 교수인 에밀리 윌콕스는 야틴 린의 발제에 자신의 고견을 더해 국제 사회에서의 변화된 춤의 양상과 방향성을 논의했다. 토론자 한국춤문화자료원 장지원의 포스트모던댄스와의 차이점, 예술성 확보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김재리는 저드슨댄스그룹의 영향도 일부 인정했다. 또한 과거 개별화, 이성화, 논리화되었던 안무에서 해결되지 않았던 부분들을 감정적 부분과 예술적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주목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재난 상황을 맞아 안무란 사회적이고 생태학적인 관점에서 공동의 감각과 감응의 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한 도구이자 실천을 위한 전략임을 밝혔다. 토론자인 임선영은 ImDance 10의 대표로, 베트남에서 보냈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곳의 춤 환경에 대한 질문과 베트남 현대사회에서의 춤이 차지하는 위치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대한 답으로 카이 녹 부는 베트남은 아직까지도 정부의 검열이 있음을 밝히며 그럼에도 빠른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고 있고, 춤, 음악, 디지털과 테크놀러지의 결합이 고품질의 무대 공연을 제공할 수 있다면 그러한 연출 자체가 드라마투르그에 의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강조했다.

 

세션2–디지털과 언택트 테크놀러지의 맹점과 디지털 춤 권리장전에서는 한국움직임문화기술연구소 수석연구원인 서현주와 중국예술연구원 명예교수인 쟝동, 국립 말라야대학교 교수인 하상우의 발제가 있었다. 서현주는 ‘뉴노멀 시대의 AI와 춤의 연결성’에서 현재 무용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 AI에 주목해 AI 무용동작 학습데이터 구축 사례와 활용 사례들을 통해 테크놀러지와 무용의 연결성에 관해 논의했다. 그녀는 초이 카 파이와 웨인 맥그리거의 작품 사례를 살펴본 결과 새로운 안무 방법으로 실제 존재하는 움직임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신체의 감각과 시공간을 연결하며 새로운 소통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쟝동은 ‘지속적인 강화로 얻게 된 결실-코로나 팬데믹 속 무용 전파의 새로운 경로’를 통해 그 성공사례로서 중국 소수민족 무용의 온라인 엑스포 조직을 언급했다. 그는 기술이 어떻게 예술의 전달 방식을 완전히 변화시켰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소통이 예술 활동 목적의 핵심이라면 새로운 기술 수단은 인간 소통의 수준과 질적인 측면에 있어서 양날의 검일 수 있음을 강조했다. 그리고 5G가 지금까지 인간이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트렌드와 만나게 해준다는 긍정적 가치와 인간 사이의 대면을 통한 감정적 교류에서 소외의 문제도 다루었다

 

마지막은 ‘지배적 말레이 문화 우위에 대항하는 중국인 이주민의 다문화 인식’에 관한 하상우의 발제였다. 그녀는 말레이시아 내에서 문화적 우월성을 둘러싼 갈등을 다루며 그럼에도 말레이시아의 문화적 불균형을 극복하고 유튜브를 통해 자신들의 공연을 공유함으로써 소수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중국-말레이시아 현대무용단 DSDT(Dua Space Dance Theatre)을 소개했다. 그들의 작품 아낙 말레이시아(Anak Malaysia)의 분석을 통해서는 말레이시아 사회 내에서의 소수민족으로서의 중국인을 다문화 국가의 구성원으로 재배치했다는 점의 의의, 중국 이민자의 문화는 외부에서 이식된 것이라는 정서 등을 밝혔다.

 

토론자인 박종임 동신대학교 교수의 테크놀러지와 무용의 연결이 어떻게 이뤄질 것인지, 나아갈 방향성에 대한 질문에 서현주는 인공지능 데이터의 특성을 같이 개입하고 전문가로서 접근할 필요성, 새로운 상상력의 키워드가 필요할 것을 예견했다. 토론자인 중국예술연구원 교수인 리차오가 젊은 세대 무용수나 무용 단체가 온라인 공연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재단설립을 통한 지원의 어려움을 온라인에서 해결한 긍정적 사례를 들어줌으로써 그에 답했다. 마지막 토론자인 로햄턴대학교 교수인 앤 데이비스는 Dua Space Dance Company가 중국성을 되찾는 일종의 새로운 코스모폴리탄 문화를 형성함을 예로 들었고, 발제자에게 오히려 발표문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제언까지 더함으로써 학문적으로 풍성하게 마무리했다.

 

오늘날 포스트아시아 춤의 미래는 무궁무진하다. 국가간 디지털 환경 및 역량 차이, 영어권의 문화적 우월주의에도 불구하고 K-Pop, J-Pop, 그 밖에도 수많은 아시아 국가에서 춤의 발전은 문화적 블루칩으로 급성장했다. 그럼에도 디지털 춤환경은 국가와 국가, 공연자와 관객 사이의 소통에 있어 연결의 수단이 되기도 하고 소외의 순간을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춤환경에 시기적절하게 주목해 새로운 조망과 제언을 더한 이번 국제학술심포지엄은 무용계 모두에게 귀감이 될만 했다. 특히 전국무용제가 13년 만에 다시 열린 목포에서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어 온라인, 오프라인을 통해 학술적 성취를 이뤘다는 점에서 주의집중 해야 할 행사였음에 틀림없었다.

 

 


 

 

 

                                              글_ 장지원(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

                                                          사진제공_ (사) 대한무용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