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역사기록학회(회장: 김경숙)는 2014년 한국무용기록학회와 한국무용사학회가 통합해서 설립한 국내 최대 규모의 무용학회다. 세계화 시대의 변화를 주도하고 국내 무용연구의 환경을 개선하여 한국 무용학의 정립과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한다. 주요 활동으로는 학술지 및 연구서적 발간, 학술심포지엄 및 공연개최,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한 세미나, 장학 및 학술 장려 사업 등을 꼽을 수 있다.
세부적인 활동의 일한으로 월례특강은 무용계와 그 주변의 다양한 주제와 논점들을 120회 이상 다루어왔다. 지난 3월 19일(토) 대학로 예술가의집 다목적실에서 진행된 제122회 월례특강에서는 연구윤리 특강이라는 부제로 ‘한국 무용저작권의 쟁점과 개선 방안’에 관한 두 가지 발제가 있었다. 특히 이번 특강은 무용계 현안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사)한국무용협회, (사)한국발레협회, (사)한국현대무용협회, 한국무용과학회와 공동으로 개최한 무용포럼의 성격을 가진다. 무용역사기록학회는 공동포럼을 통해 최근 사회적으로 뜨거운 논쟁거리가 된 이매방 삼고무의 저작권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나아가 무용저작권의 근본문제를 공론화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무용저작권의 이해와 짚어 봐야 할 문제
이호신(한성대 크리에이티브 인문학부 교수)은 <무용창작과 저작권>이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논의를 전개하였다.
저작권이란 저작물을 창작한 자에게 부여하는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권리를 말한다. 현재 무용작품은 저작권법에서 연극저작물로 보호되고 있는데, 무용창작의 저작권은 안무가에게 있고 무용실연의 저작인접권은 연출가와 무용수에게 있다고 한다. 무용의 저작권 적용에 있어서, 공연에 대한 영상 제작 및 판매는 안무가의 저작권과 실연자의 저작인접권이 모두 인정되고, 기존 작품 재공연은 안무가의 저작권이 인정되는 한편, 기존 작품을 재구성하여 새로이 해석하는 경우는 새로운 안무가에게 별도의 저작권이 발생된다.
우리가 짚어봐야 할 무용저작권의 문제라면, 무용을 어느 범위까지 보호할 수 있는가에 있다. 안무를 무보 등의 형식으로 고정시킨 경우에만 저작물로 인정해야 한다는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었는데 미국에서도 ‘매체로의 고정’을 저작물의 성립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미국 저작권법에서 무용저작물은 첫째 저작권청의 정의에 따른 안무 작품, 둘째 독창성, 셋째 무보나 영상물로의 고정과 같은 요건을 충족할 시에 인정되고 있다. 미국은 예술분야 저작권에 있어서 우리나라보다 앞서 있는 만큼 무용저작물에 대한 요건 역시 비교적 타당하게 여겨진다.
현재 우리나라 무용저작권에 있어 시급히 정비해야 할 사항으로는 연극저작물과는 구별되는 정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저작권법에서는 안무와 같은 무용의 특성에 대해서는 거의 고려되고 있지 않으므로 권리와 인정과 행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 나아가 무용저작권 보호를 위해 무보나 영상물로 고정된 무용 작품이라는 요건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무용의 특수성을 전문적으로 파악하고 고려하여 합당한 무용저작권 인정을 위한 법률 개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매방 삼고무 저작권 논란을 통해 본 무용저작권 개선의 필요성
최해리(무용역사기록학회 편집위원장,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는 <한국무용저작권의 쟁점과 개선 방안>에서 현재 논란이 일고 있는 전통춤 저작권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였다.
발제는 이매방 삼고무의 저작권에 대한 쟁점으로부터 시작된다. 작년 말 ‘방탄소년단도 춘 삼고무 누구의 것인가’라는 제목의 뉴스 보도와 함께 전통춤 저작권 문제가 무용계를 넘어 사회적으로 큰 이슈로 부각되었다. 전통춤의 대가 이매방 선생의 유족이 삼고무에 대한 저작권을 등록했고 이후 논란이 발생한 것이다. 지금까지도 삼고무를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알려야 한다는 저작권 보유 측과 이매방 춤의 사유화를 반대하는 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한 달 동안 약 35건의 언론보도에 나타난 이매방 삼고무 저작권 논란의 쟁점들을 살펴보면 다음의 여섯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삼고무는 누구의 것인가, 둘째 공공재의 예술(전통춤)로 볼 것인가 아니면 개인의 창작물(안무)로 볼 것인가, 셋째 전통의 사유화인가 혹은 원형의 유지인가, 넷째 전통인가 창작인가, 다섯째 저작권 등록은 전통예술의 걸림돌인가, 여섯째 춤 문화유산의 저작권 등록은 타당한가 등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무용저작권의 근원적인 문제들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미 2009년과 2012년에 제기된 바 있다는 것이다. 2009년 한국무용기록학회(후에 무용역사기록학회로 통합)의 ‘공연예술의 표현, 그 이후-예술 저작권의 개념과 설정’을 주제로 하는 심포지엄에서 <무용저작권에 관련된 실제 사례>가 발표되었고, 2012년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공연예술 저작권 토론회’에서 <무용저작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하였다고 한다.
두 차례의 발제와 토론을 통해 부각된 논점이라고 한다면 우선, 한국에는 실질적으로 무용저작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으므로 무용저작권의 독립 조항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또한, 무용저작물에 대한 등록 절차가 간소하며 판정할 수 있는 증빙 자료가 불완전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무용저작권을 전문으로 관장하는 단체나 기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용저작권 문제가 10년이 지나도록 별다른 진전도, 개선도, 해결도 이루지 못한 상황은 궁극적으로 무용계의 주체성 미비, 권리의식 부족, 이권 다툼, 책임 회피가 빚어낸 촌극에 가까워 보인다. 실제로 이매방 삼고무 저작권 논란은 그동안 무용계가 전통춤 저작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관련자들 사이에 이권 다툼으로 치부하거나 분쟁에 끼어들기 싫어 회피하거나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고 심지어 이에 대해 무지했기 때문에 불거졌다고 생각한다. 만약 지금 무용저작권을 제대로 개선시키지 못한다면 앞으로 10년, 20년, 30년 후에도 이와 같은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용저작권은 무용가의 기본 권리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합리적이고 합당한 수준의 무용저작권법 개정은 현 상황에서 시급하며 이를 위한 전문적인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 이제는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중재나 결정만을 바랄 것이 아니라 무용의 특수성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을 중심으로 협의회를 조성하여 공공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테면 정부기관 관계자들과 저작권 전문가들 뿐 아니라 무용계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위원회를 조성하여 무용저작권에 대한 합리적이고 합당한 수준의 개정을 추진해야 하겠다.
글_ 심정민(무용평론가, 비평사학자)
사진_ 무용역사기록학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