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이무브먼트컬렉티브(NKMC)는 2023년 12월 14일(목)-18일(월)까지 컨템포러리 댄스 협업 프로젝트를 위해 일본 도쿄에 다녀왔다. 성균관대학교 김나이 교수의 주최 하에 이루어진 이 프로젝트는 한국과 일본의 안무가 김나이와 쇼 이쿠시마(Sho Ikushima), 그리고 한국의 무용수 3명(고흥열, 김명선, 노은희)과 일본의 무용수 2명(안나카나코 모리(Annakanako Mohri), 쇼코 후쿠시마(Shoko Fukusima))이 함께 진행하였다. 프로젝트는 일본 도쿄에 위치한 스튜디오 아키탄츠(Studio Architanz)에서 주로 진행되었다. 이곳은 일반인과 무용수 등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무용센터로 일본의 저명한 아티스트들의 수업이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3일 동안의 협업 과정을 아키탄츠 스튜디오에서 쇼케이스로 선보였다.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공통점과 차이점을 파악하고 그것을 통해 각 문화에 존재하는 개인과 공동체가 어떤 접근으로 만나는지, 또 어떤 신체와 언어가 만나 무엇을 이루는지 등에 대한 질문과 생각을 많이 할 수 있는 여정이었다.
본 프로젝트를 통해 문화에 대한 접근과 각기 다른 관점을 바탕으로 ‘개인과 공동체’의 주제를 깊이 탐색할 수 있었다. ‘문화란 무엇인가?’, ‘각 나라가 가지고 있는 문화는 무엇이며,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인가?’, ‘언어가 가지고 있는 힘은 어떻게 해석되는가?’, ‘개인과 공동체라는 키워드에서 우리는 언제 어디에 속해있는가?’ 등의 질문으로 시작하였다. 그리고 신체 탐구를 기반으로 토론을 하며 각 나라의 안무가와 무용수들의 움직임 리서치 작업을 진행하였다.
대한민국과 일본은 ‘아시아’라는 공동체 안에서 하나의 ‘개인’이 될 수 있는 각 국가로 존재한다. 범위를 좁히면 각 국가는 또 하나의 공동체이며 그 국가라는 공동체 안에 ‘나’라는 개인이 존재하는 것이다. 즉, 모든 공동체는 개인이 존재해야 존재할 수 있으며, 개인 또한 공동체가 존재해야 존재할 수 있다. 결국 개인과 공동체는 서로 떼려야 뗄 수 없고 그 만큼 복잡하게 얽힌 관계이며, 무엇을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하나의 문화권과 국가 조차도 개인이 될 수 있다. 우리 개개인은 모두 다르지만 같은 문화권을 공유하고 있으며, 세부적인 문화적 차이가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한 인간으로서 다 같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문화는 세부적 차이는 있지만 넓은 관점으로 보면 유사한 점이 발견된다. 이와 관련하여 이번 작업에서 우리는 ‘표현에서의 문화적 차이’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한국에서 “시원하다”라는 표현은 차가운 것을 표현할 때, 뜨거운 국물을 마실 때, 뜨거운 온탕에 들어갈 때 등에 사용된다. 일본의 경우 “오네가이시마스(おねがいします)”라는 표현은 ‘잘 부탁드립니다’, ‘실례합니다’, ‘저기요’ 등 상황에 따라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 이처럼 각 국가에는 하나의 말이 상황에 따라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표현들이 존재한다.
협업의 주제는 ‘가깝지만 타인’이라는 의미를 가진 ‘Closest Foreigner’로 선정하였다. 가족사진과 같은 정지 이미지를 활용하거나 서로의 신체 접촉을 활용하는 움직임 탐색, 무용수 모두가 모여 있는 자리에서 자신의 시야에 들어오는 사람의 움직임을 따라해보는 움직임 탐색, 감정에 대한 움직임 탐색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리서치 작업이 진행되었다. 토의를 통해 각 나라의 문화가 고유하게 갖고 있는 것을 추출해보니 ‘장유유서, 팝, 스핀/턴, 하나 남은 음식을 대하는 자세(양보), fashion(유행), 언어의 억양’이 최종적으로 나왔다.
협업 작업에서 ‘다르지만 같다‘를 보여주기 위해 한 줄로 서서 개인이 만들었던 움직임을 시도하였는데 이때 ‘개인성’과 ‘단체성’에 대한 이중적인 모습이 드러났다. 본 구성으로 진전시키면서 작품을 두 부분으로 구성하였다. 첫 번째 부분에서는 무용수들이 타이밍과 공간의 제약 없이 움직임을 하였고 두 번째 부분에서는 첫 번째 부분과 대조적으로 한 줄로 서서 타이밍과 공간을 제한하였다. 이러한 구성을 통해 ‘개인’과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 둘 간의 관계성을 표현하였다. 각자가 다르지만 또 같은 면들을 서로에게 찾을 수 있었고 다각적인 관점을 경험할 수 있었다.
더불어 개인이 모여 만드는 공동체가 또다시 개인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 어딘가에 소속이 되면 그 집단이 곧 나를 보여주며 역으로 그 집단을 보고 나를 판단하게 된다는 것 등의 아이디어를 공유하였다. 결과적으로, 우리들이 존재하고 있는 사회와 그 안에서의 관계성을 탐구할 수 있는 과정이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일본 현지에서 얻은 경험은 작업의 가치를 높여주었다. 미디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했던 일본 사회와 문화를 직접 경험하면서 작업을 진행하니, 참가자들과 함께 방향성을 집중적으로 모색할 수 있었고 개인과 공동체에 대하여 보다 더 깊게 탐구할 수 있었다. 이 프로젝트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쇼케이스에서 받은 관객들의 질문과 피드백에 대한 고찰, 그리고 협업의 맥락과 방향성의 탐구가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글_ 고흥열•김명선•노은희(김나이무브먼트컬렉티브 정단원)
사진제공_ 김나이무브먼트컬렉티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