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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모이는가’: 독립무용인들의 연대와 액션

2024년 1월, 독립무용인들은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사업 심의 결과 앞에서 무용생태계의 불균형한 지평을 여실히 직면했다. 이들은 이번 심의가 심의의 공정성, 객관성, 투명성을 훼손하고 부실, 태만한 운영으로 예술생태계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그리고 위기를 느낀 독립무용인들이 연대를 구성하고 액션에 나섰다.



독립무용생태계를 위한 액션 연대의 시작


‘독립무용생태계를 위한 액션 연대(이하 독무액)’는 독립무용인 즉, 특정한 협회나 단체, 기관에 속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무용인들과 본연대체의 성명과 행동을 지지하는 예술인과 비예술인 및 단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독무액은 통합된 조직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라 개인들의 의견을 모으고 공동으로 협의해가는 ‘공동의 행동’에 핵심을 두고 있다. 이들은 2024년 1월 18일로부터 연속적인 온라인 미팅을 진행하며 공개 토론, 공개 문서, 공개 소그룹 형성 등 의견을 모으고 공유하면서 연대를 지속하고 있다. 이 연대를 촉발한 사건은 2024년 1월 12일 발표된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 무용분야의 심의 과정 및 선정 결과이다. 이 심의의 객관성과 공정성의 근본적인 문제점에 공감하는 독립무용인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하여 1월 18일 공개 모임을 시작으로 연대체 구성을 확정하였고, 공동 행동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통해 출발했다. 2024년 1월 18일 출범한 독무액은 1월 27일 2024년 무용분야 심의 과정 및 선정 결과에 대한 공개 서한을 SNS 상에서 공론화함과 동시에 연대 서명을 시작했다. 약 2일의 짧은 시간 동안 공개 서한의 내용에 공감하는 예술인 및 비예술인, 단체 등 670명이 연대 서명에 참여하여 문제의식에 공감을 보이고 연대했으며, 1월 29일 오전 10시 공개서한과 연대 서명이 서울문화재단 측으로 전달되었다. 현재 연대 서명에 참여한 인원은 825명(2월 4일 01시 기준)으로, 지금 이 시각에도 연대의 숫자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무용 및 예술계 전반이 독무액의 문제의식에 연대하며 서울문화재단에 해명과 해결책을 촉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이 문제였나? 심의위원 이해충돌의 의혹, 예술의 다양성을 심각하게 위협


재단의 심의제도와 운영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첫째, 심의위원의 편향성의 문제이다. 올해 유독 많은 비율로 선정된 대학연계 무용단, 대학동문 무용단 등의 단체가 선정된 점은 심의위원의 이해관계에 대한 의혹을 키웠다. 재단은 심의/제척 회피 제도를 마련하고 공정심의서약서를 작성하는 나름의 윤리를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애초에 많은 지원자들과의 이해관계에 있는 심의위원을 선정한 것은 심의의 책임을 심의위원 개인에게 돌리고 재단은 그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로 볼 수 있다. 특히 대학 교수와 관련된 무용단의 과도한 선정 비율(예를 들어  C트랙의 경우 62%)과 심위위원 편향성의 의혹들을 재단은 반드시 해명해야 한다는 것이 독무액의 입장이다. 둘째, 모호한 트랙별 자격 기준과 무책임한 심의 운영의 문제이다. 신진 무용인을 지원하는 A트랙에서는 23년 경력의 무용단, B트랙에서는 44년간 운영된 무용단과 28년간 운영된 무용단들이 버젓이 선정자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자신의 힘으로 창작을 시작하려는 독무액 연대인 중 한 명은 “30% 이상의 심사 비율을 차지하는 활동 경력에서 그들과 경쟁한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와 같아요.”라 한탄했다.


허점투성이 심사제도와 태만하고 부실한 운영


이번 심의에서는 개별 심사평이 누락되어 지원자들은 지원서에 대한 어떤 평가도 객관적으로 받을 수가 없다. 단, 지원자의 요청이 있을 때는 심사 점수를 확인할 수 있다. 하나의 지원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창작의 개념, 재료, 방법론, 미학, 맥락 등 다각적이고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며 대부분의 지원자들은 이를 위해 많은 시간과 노동을 투자한다. 지난한 과정을 통해 완성한 지원서가 어떤 사유로 선정 혹은 탈락했고 어떤 기준을 충족, 혹은 미충족했는지 알 수 없는 구조로 되어있어 지원자들의 의혹만 키웠다. 독무액의 한 구성원은 ”재단에서는 심사에서 공정성을 가장 중심으로 두고 있다고 하지만 지원 당사자로서는 모호하게 제시된 총평만으로 탈락의 이유를 추측해야 한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처럼 불투명한 선정 과정은 심의의 투명성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는 한편, 예술생태계를 구성하는 지원자들의 최소한의 권리마저 무시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심의 제도 개선의 시급성: 창작 생태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한 재단의 노력이 필요


서울문화재단의 예술창작활동 지원은 1년에 1회로 운영되고 있으며 소수의 창작자들만이 한 해 창작활동을 할 수 있다. 창작주체 이외에 인적/물적 자원을 필요로 하는 무용의 특성상 자본이 없이 활동하기에는 많은 제약과 어려움이 따른다. 따라서 국가의 공적기금 분배의 차원에서 이번 예술창작지원사업의 선정 결과는 납득할만한 공정성을 담보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학중심의 무용단의 선정 비율, 심사위원 구성의 비율만을 확인하더라도 공정한 심의를 진행했는지, 창작 생태계를 위한 적절한 제도였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의 책임 있는 설명과 더불어 해당 사안이 발생한 경위를 밝힐 것과 후속 조치 방안 및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독무액에서 제안하는 심의의 방향은 심사위원 총평 제도가 아닌 심사위원 개별 심의평과 지원자의 개별 심의평 등 평가제도 개선을 통해 심사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현행 심의제도에서 장르별(한국무용, 발레, 현대무 

용) 구분의 심의는 현시대의 창작환경에서 다소 시대착오적이고 퇴행적인 방식이다. 다양성, 다매체성, 융합적인 창작을 섭렵할 수 있는 매체별 구분(퍼포먼스 설치, 렉처, 실험, 영상, 움직임 등)을 통해 좀 더 다양한 심의위원 풀을 확보할 것을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독무액의 구성원들은 한국의 예술생태계를 구성하는 일원으로서 재단에게 현행 예술창작활동지원 전반에 대한 현장 예술가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간담회를 조속히 마련하기를 요구한다.



글·사진제공_ 독립무용생태계를 위한 액션 연대(독무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