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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아시아박물관 기획전시 ‘남아시아 춤의 성소: 리미널 스페이스’ 관람기: 가깝지만 먼 아시아 춤을 위한 값진 전시

 

전시장 입구

 

좀처럼 보기 힘든 귀한 아시아춤에 대한 전시를 관람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 아시아문화박물관의 기획전시 ‘남아시아 춤의 성소: 리미널 스페이스’이다(ACC 문화정보원 아시아문화박물관 기획전시실 2, 2024.5.17.-7.21.). 가까우면서 낯선 ‘아시아’에 대한 연구 및 교류 사업을 지속해 온 ACC의 사업성과로서 기획된 전시였다. 이 전시의 기획자는 ACC가 인문학적 담론 생산과 문화 지평 확장을 위해 아시아문화 연구자들을 지원하는 연구자 방문프로그램의 초빙연구자로 선정된 무용인류학자 최해리 박사이다. 최 박사는 본인이 공동연구원으로 참여했던 ACC의 2013년 “아시아 대서사시 관련 공간·건축 문화의 가치 발굴과 자원수집”을 통해 확보된 자원, 지난해 집필자로 참여했던 아시아문화박물관의 주제연구 보고서 “남아시아 전통춤”의 연구 성과, 그리고 남아시아 국가들이 기증한 춤 자료를 모아 ‘춤의 성소’를 주제로 전시를 구성했다. 


최해리 박사에 따르면, 힌두 문화권에서 춤은 신에게 바치는 최고의 공양물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힌두사원에서 춤은 중요한 예술 행위였으며, 춤이 이루어지는 예배 공간이 별도로 존재하였다는 것이다. 최 박사는 이러한 공간을 ‘춤의 성소(聖所)’라고 호명하였다. 그러면서 춤의 성소 안에서 인간은 춤을 통해 성(聖)과 속(俗)의 경계를 넘나들고, 무용수의 몸을 통해 인간과 신이 넘나들기 때문에 이 공간을 ‘리미널 스페이스(Liminal Space)’라고 보았다고 한다. 리미널 스페이스(Liminal Space)는 경계 공간, 즉 “일반적으로 경계의 개념과 관련된 변화의 장소”를 함의한다. 이러한 경계의 공간에서 힌두 신자들과 무용수들은 춤을 통해 신을 만나고 다 함께 해탈의 경지로 향했던 것이 아닐까. 


 

1부-힌두사원 유적지

 

3부로 구성된 기획전시의 1부 구역의 주제는 ‘춤의 성소(聖所): 힌두사원의 춤 유적지’로, “2013 아시아 대서사시 관련 공간·건축 문화의 가치 발굴과 자원수집” 프로젝트를 통해 수집된 자원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2013년에 프로젝트 조사단(단장: 이헌종 목포대학교 고고인류문화학과 교수)은 인도 남부의 카르나타카주(Karnataka)에서 현장 조사를 수행하였다. 조사단의 일원이었던 최해리 박사는 함피(Hampi) 지역에서 수집한 힌두사원 자료 중 비루팍샤 사원(Virupaksha Temple), 비탈라 사원(Vittala Temple), 라마찬드라 사원(Ramachandra Temple)의 자료에 초점을 두고 ‘춤의 성소’를 조망하였다. 


이중 비슈누(Vishnu)를 주신(主神)으로 모신 비탈라 사원의 건축적 아름다움과 예술적 기능성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비탈라 사원의 중심공간은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을 닮은 댄스 홀(dancing hall)이다. 파르테논 신전보다 더 정교한 조각 기둥들로 세워진 댄스 홀은 전성기 시절의 왕이었던 크리슈나 데바라야(Krishna Devaraya)가 무용수 출신의 두 번째 왕비를 위해 세운 곳이라고 한다. 모든 기둥은 악기 소리를 내는데, 과거에는 400개의 기둥을 두드리며 춤 연주를 하였다고 한다. 그 웅장함을 상상하니 기함이 절로 나왔다. 그 외 힌두 신화를 그린 벽화, 춤추는 신들의 부조 등 귀한 사진을 볼 수 있었다.


 

2부-시바상과 나티아 샤스트라

 

2부는 남아시아 춤문화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인 ‘춤추는 신’ 시바(Shiva)와 춤의 경전인 『나티아 샤스트라(Natya Shastra)』를 소개하는 구역이었다. 시바신의 화신(化神) 중 하나는 ‘춤의 왕’인 나타라자(Nataraja)이다. 인도춤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조각상이 있을 것이다. 그 조각상의 주인공이 바로 나타라자, 즉 춤추는 시바신이다. 아니나 다를까 2부 전시 구역에는 춤추는 시바의 조각상이 중요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시바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네 개의 손 중 오른손 하나에는 북(창조), 왼손 하나에는 불꽃(파괴)을 들고 있다. 또 다른 한 손으로는 두려워 말라는 ‘시무외인(施無畏印)’의 제스처, 다른 한 손으로는 항복하라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또한, 시바신을 둘러싼 원은 우주를 상징하며, 원의 주변에는 창조와 파괴를 상징하는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그리고 시바신은 무지를 상징하는 난장이를 밟고 춤을 추고 있다. 힌두문화에서는 시바가 춤을 추기 때문에 우주가 순환한다는 믿음이 있다. 그리고 시바가 춤을 추기 때문에 인간이 무지를 떨칠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창조와 파괴, 성과 속이 공존하며, 존재와 경계가 함께 하는 힌두문화의 모습이 춤추는 시바상을 통해 너무도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었다.  


한편, 『나티아 샤스트라』는 기원전 2세기에서 기원후 2세기 사이에 고대 산스크리트로 저술된 문헌이다. 공연의 기원에서부터 연기와 극작술, 신체 동작과 표현, 노래와 악기, 분장과 의상, 미학 등 공연예술의 각종 이론과 기예(技藝), 심지어 관객의 역할과 공연장 건축에 이르기까지 공연의 모든 것이 담긴 교과서라고 한다. 인도와 인근 남아시아의 여러 국가에서 아직도 『나티아 샤스트라』에 기록된 춤의 원리를 따르고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 특히 이 구역의 전시에서는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나티아 샤스트라』에 기록된 인간의 9가지 감정인 ‘라사(Rasa)’와 표정, 그리고 손짓 언어인 ‘무드라(Mudra)’의 시연 영상이 마련되어 있어서 흥미를 끌었다.


 

2부와 3부-라사와 무드라 그리고 인도의 춤지형도

 

 

3부-전시내부

 

마지막 3부의 주제는 ‘남아시아 춤의 지형도’인데, 힌두문화권의 인도, 방글라데시, 네팔, 스리랑카의 전통춤을 소개하는 구역이었다. 먼저 『나티아 샤스트라』의 동작, 의상, 음악 등의 요소를 반영하는 인도의 8가지 고전무용을 볼 수 있었다. 필자의 짧은 식견으로도 알고 있던 3대 고전무용 〈카타칼리(Kathakali)〉, 〈바라타나티암(Bharatanatyam)〉, 〈카탁(Kathak)〉 외 고대 사원 조각의 포즈와 표정을 풍부하게 활용한 〈오디시(Odissi)〉, 곡예적인 퍼포먼스의 〈쿠치푸디(Kuchipudi)〉, 『나티아 샤스트라』의 원리를 따라 내적 감정을 표현한 〈모히니야탐(Mohiniyattam)〉, 우아하고 섬세한 동작으로 라다 여신과 크리슈나 신을 경배하는 춤인 〈마니푸리(Manipur)〉, 『나티아 샤스트라』에 기술된 춤의 원리에 따라 창작한 〈샤트리아(Sattriya)〉를 사진과 지도를 보며 공부할 수 있었다. 특히 여간해서 보기 힘든 방글라데시의 〈칼리카치(KaliKach)〉, 네팔의 〈라케(Lakhe)〉, 스리랑카의 〈캔디안 댄스(Kandyan Dance)〉를 ACC의 수집 및 기증 자료를 함께 볼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


2022년과 2023년 근간에 ACC에서 미술 중심의 서아시아 예술에 대한 전시가 있었다. 당시 전시를 관람하면서 아시아춤에 대한 전시가 있었으면 하는 희망이 있었다. 그때의 희망이 ‘남아시아 춤의 성소: 리미널 스페이스’를 통해 이루어졌다. 이 전시는 수집+연구+기증 자료들의 활용과 확장과 함께 관람객에게 깊은 사색을 주는 기획이다. 특히 아시아 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관점을 제시해 준 값진 전시이다. 춤을 통해 문화를 이해하고, 문화에 내재한 춤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이번 전시와 같이 ACC에서 아시아춤에 대한 다양한 기획이 계속 이뤄지길 희망한다. 



글_박선욱(전남문화재단 선임이사)

사진제공_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세계의 독자들을 위해 '구글 번역'의 영문 번역본을 아래에 함께 게재합니다. 부분적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Please note that the English translation of "Google Translate" is provided below for worldwide readers. Please understand that there may be some errors.

 

Viewing the Asia Museum’s special exhibition ‘Sanctuary of South Asian Dance: Liminal Space’ at the National Asia Culture Center: A valuable exhibition for Asian dance that is close but far away



I watched an exhibition about rare Asian dances that are rarely seen. This is the special exhibition ‘Sanctuary of South Asian Dance: Liminal Space’ of the National Asia Culture Center (ACC) Asian Culture Museum (ACC Cultural Information Center Asian Culture Museum Special Exhibition Room 2, May 17-July 21, 2024). It was an exhibition planned as a result of ACC’s continued research and exchange projects on the close yet unfamiliar ‘Asia’. The curator of this exhibition is Dr. Haeree Choi, a dance anthropologist who was selected as an invited researcher for ACC's visiting researcher program that supports Asian culture researchers to produce humanistic discourse and expand cultural horizons. Dr. Choi said that the resources secured through ACC's 2013 “Exploration and resource collection of the value of space and architectural culture related to the Asian epic,” in which he participated as a co-researcher, and the thematic research report “South Asia” of the Asian Culture Museum, in which he participated as an author last year, Research results on “traditional dance” and dance materials donated by South Asian countries were collected to create an exhibition under the theme of “Sanctuary of Dance.”


According to Dr. Haeree Choi, in Hindu culture, dance is the best offering to the gods. Therefore, dance was an important artistic activity in Hindu temples, and there was a separate worship space where dance took place. Dr. Choi called this space a ‘sanctuary of dance.’ At the same time, it is said that within the sanctuary of dance, humans cross the boundary between the sacred and profane through dance, and because humans and gods pass through the dancer's body, this space is called 'Liminal Space'. Liminal space refers to a border space, that is, “a place of change generally associated with the concept of border.” In this borderline space, Hindu believers and dancers met God through dance and headed to the state of liberation together.


The theme of the first section of the three-part special exhibition is ‘Sacred Sanctuary of Dance: Dance Sites in Hindu Temples’, collected through the project “Discovering the value and collecting resources of space and architectural culture related to the 2013 Asian epic” It was organized around available resources. In 2013, the project investigation team (Director: Heonjong Lee, Professor of Archeology and Anthropology and Culture, Mokpo National University) conducted field research in Karnataka, southern India. Dr. Haeree Choi, who was a member of the investigation team, focused on the materials from the Virupaksha Temple, Vittala Temple, and Ramachandra Temple among the Hindu temple materials collected in the Hampi region. A view of the ‘sanctuary of dance’.


Among them, I could not hide my surprise at the architectural beauty and artistic functionality of the Vittala Temple, which worships Vishnu as its main deity. The central space of the Vittala Temple is a dancing hall that resembles the Parthenon in Athens. The dance hall, built with more elaborately carved pillars than the Parthenon, is said to have been built by Krishna Devaraya, the king in his prime, for his second queen, who was a dancer. All the pillars make musical instruments, and in the past, it is said that 400 pillars were tapped to perform dances. When I imagined its grandeur, the feeling of a flagship came out of my head. In addition, we were able to see precious photos such as murals depicting Hindu mythology and reliefs of dancing gods.


Part 2 was an area that introduced the ‘dancing god’ Shiva and the dance scripture, 『Natya Shastra』, which are the most important elements in understanding South Asian dance culture. One of the incarnations of Lord Shiva is Nataraja, the ‘King of Dance’. When you think of Indian dance, there is probably a typical statue that comes to mind. The main character of the statue is Nataraja, the dancing Lord Shiva. As expected, the dancing statue of Shiva was placed prominently in the second exhibition area. If you look closely at the statue of Shiva, one of the four hands is holding a drum (creation) in one right hand and a flame (destruction) in the left hand. With one hand, he is making a gesture of ‘no fear,’ and with the other hand, he is making a gesture of surrender. Additionally, the circle surrounding Lord Shiva symbolizes the universe, and around the circle are burning flames symbolizing creation and destruction. And Lord Shiva is dancing while stepping on a dwarf, symbolizing ignorance. In Hindu culture, there is a belief that the universe circulates because Shiva dances. And it is said that humans can shake off their ignorance because Shiva dances. In this way, the image of Hindu culture, where creation and destruction, the sex and the world coexist, and existence and boundaries coexist, was so beautifully depicted through the dancing Shiva statue.


Meanwhile, 『Natya Shastra』 is a text written in ancient Sanskrit between the 2nd century BC and the 2nd century AD. A textbook that contains everything about performance, from the origins of performance to various theories and techniques of performing arts such as acting and dramaturgy, physical movements and expressions, singing and instruments, makeup and costumes, and aesthetics, and even the role of the audience and performance hall architecture. It is said. It is surprising that India and several countries in nearby South Asia still follow the dance principles recorded in 『Natya Shastra』. In particular, in the exhibition in this area, a demonstration video of 'Rasa', the nine human emotions recorded in 『Natya Shastra』, facial expressions, and 'Mudra', the language of hand gestures, is provided to help visitors understand. It caught my interest.


The topic of the last part 3 was ‘Topography of South Asian Dance’, which was a section introducing the traditional dances of India, Bangladesh, Nepal, and Sri Lanka in the Hindu cultural sphere. First, we were able to see eight classical dances from India that reflect the elements of 『Natya Shastra』, including movement, costume, and music. In addition to the three major classical dances 〈Kathakali〉, 〈Bharatanatyam〉, and 〈Kathak〉, which I knew from my limited insight, 〈Odi〉 made abundant use of the poses and expressions of ancient temple sculptures. Poetry (Odissi)〉, 〈Kuchipudi〉 with acrobatic performance, 〈Mohiniyattam〉 expressing inner emotions following the principles of 『Natya Shastra』, Goddess Radha and Krishna with graceful and delicate movements I was able to study 〈Manipur〉, a dance to worship God, and 〈Sattriya〉, created according to the dance principles described in 『Natya Shastra』, by looking at photos and maps. In particular, I was very fortunate to be able to see Bangladesh's 〈KaliKach〉, Nepal's 〈Lakhe〉, and Sri Lanka's 〈Kandyan Dance〉, which are rarely seen, together with materials collected and donated by ACC. It was.


In 2022 and 2023, there was an exhibition on art-centered West Asian art at ACC. While viewing the exhibition at the time, I had the hope that there would be an exhibition about Asian dance. The hope at that time was realized through ‘South Asian Dance Sanctuary: Liminal Space’. This exhibition is a project that provides deep reflection to visitors through the use and expansion of collected + research + donated materials. In particular, it is a valuable exhibition that presents a perspective on how to view Asian dance. I hope that ACC will continue to conduct various projects on Asian dance, such as this exhibition, which seeks to understand culture through dance and reflect on the meaning of dance inherent in culture.



Written by Park Seon-wook (Senior Director of Jeonnam Cultural Foundation)

Photo provided by National Asia Culture C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