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의 중심부에 위치한 러시아 장식예술 박물관(Всероссийский музей декоративного искусства; Museum of Decorative, Applied and Folk Arts)에서는 지난 6월 5일부터 7월 14일까지 흥미로운 전시가 열렸다. 20세기의 발레 스타 루돌프 누레예프(Рудольф Нуреев, 1938-1993)와 그의 주변을 조망하는 전시 ‘러시아 발레. 루돌프 누레예프. 운명의 옥타브(Русский балет. Рудольф Нуреев. Октава судьбы)’였다. 2024년은 누레예프가 서방 세계로 망명한 후 마지막으로 고향땅 밟은 지 35년이 되는 해이다. 1989년, 그는 자신의 생애에서 마지막으로 레닌그라드를 방문하여 옛 활동 터전이었던 키로프극장 무대에서 키로프발레단원들과 〈라 실피드〉를 공연하였다. 전시는 누레예프를 다각도로 추억하는 작가들의 예술품과 함께 그의 스승과 동료, 친구, 그가 거쳐 온 작품들을 함께 추억하였다. 이 전시는 ‘러시아발레의 집(Дом Русского Балета)’ 재단에서 기획하였으며 이 재단의 이사장이자 예술비평가 겸 큐레이터인 유리 말쩨프(Юй Мальцев)가 큐레이팅 하였다. 전시된 모든 물품은 모두 개인소장품을 대여 받은 것이라고 한다.
전시장은 기다란 복도와 이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여덟 개의 방으로 구성되었다. 한 쪽 네 개의 방은 러시아 발레 교육의 체계를 세운 아그리피나 바가노바(Агриппина Ваганова, 1879-1951)를 시작으로 누레예프의 재능을 알아보고 발레학교에 발탁한 베라 코스트로비츠카야(Вера Костровицкая, 1906-1979), 20세기의 전설적인 무용수와 안무가, 음악가 등에 대한 전반적 기록이었다. 갈리나 울라노바, 마리나 세묘노바, 마야 플리세츠카야, 알라 오시펜코, 유리 그리고로비치, 쇼스타코비치와 프로코피예프, 스트라빈스키와 하차투리안, 지휘자 므라빈스키, 그 외에도 누레예프와 동시대에 활동했던 동료와 후배 예술가들의 초상화나 리허설 장면, 공연 모습을 그린 작품이 많았다. 또한 바가노바의 저서와 울라노바의 신발, 울라노바와 세묘노바가 그려진 상자, 바가노바 발레학교의 졸업앨범, 서한, 여러 사진 등 일상적 기록도 전시되어 있었다. 그밖에도 특정 무용인과 관계된 것은 아니지만 발레에 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컬렉션에 포함이 되어 이색적이었다. 가령 소비에트 시절에 발행한 발레 우표와 메달들, 임페리얼 포슬린(imperial porcelain)의 발레 시리즈 찻잔, 유리 공예품, 발레 삽화가 들어간 『호두까기 인형』, 『신데렐라』 등의 책 표지, 발레 그림으로 유명한 러시아 초컬릿 회사의 포장 디자인 등이었다.
실제 물건이나 사진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화가의 혼이 담긴 또 하나의 예술작품이었다. 발레예술가에 대한 그들의 시각과 예술적 해석을 간접 체험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러시아인들에게 있어 발레는 '특별한 일상' 같은 것이다. 주변에서 쉽고 친숙하게 접하는 예술이지만 특별한 즐거움과 자부심을 주는 것. 발레에 대한 다양한 일상 소품들에서 러시아인들의 발레 사랑을 또 한 번 느꼈다.
그리고로비치의 초상화(우스펜스키(1927-2005)작)와 그의 1961년 작 〈사랑의 전설〉. 누레예프는 이 작품의 초연에서 페르하드를 맡았으나 공연 전에 망명을 택했다.
맞은 편 네 개의 방은 대부분이 누레예프에 관한 전시품들로 가득했다. 무대 위, 리허설, 연습 장면, 휴식 시간, 일상 등 그의 매 순간에 대한 찬사를 보내는 듯한 그림과 스케치, 조각으로 가득했다. 그를 추억하는 방식은 다양했으며 기억의 순간은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진행형이었다. 〈돈키호테〉와 〈백조의 호수〉에서 누레예프가 직접 입었던 무대의상과 마고트 폰테인과의 공연 당시 사진뿐 아니라, 〈장미의 정령〉, 〈목신의 오후〉, 〈페트루슈카〉, 〈해적〉, 〈달에 홀린 피에로〉 등 누레예프의 무대 위 모습을 표현한 2024년 그림도 있었다. 작가들 나름의 방식으로 누레예프에 대한 이미지를 화폭에 옮겨두었다.
가장 안쪽 방에 설치된 모니터에서는 누레예프의 생전 공연 영상과 함께 이 전시의 큐레이터 유리 말쩨프가 누레예프에 대해 다른 무용인들과 인터뷰한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다. 모니터의 위에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파랑새 복장을 한 누레예프가 비상하고 있었으며, 그 맞은편에는 그의 망명을 도왔던 프랑스인 친구 피에르 라코트(Pierre Lacotte, 1932-2023)와 그의 대표작 〈파라오의 딸(La Fille du Pharaon)〉(2000)의 조각상이 놓여있었다. 소련에서 이미 발레 스타로 떠오른 누레예프는 자유를 찾아 망명을 택함으로써 훨훨 날아올랐다. 자신의 고국에 있는 키로프극장과 제2의 터전인 프랑스의 파리오페라극장 사이에 있는 누레예프를 그린 〈루돌프 누레예프. 운명(Рудольф Нуреев. Судьба)〉(블라디미르 그보스테프(Владимир Гвоздев), 2019년 작)은 그의 생을 한눈에 보여주는 삼면화(三面畵)였다.
레닌그라드의 키로프극장-누레예프-파리의 파리오페라극장 삼면화.
〈루돌프 누레예프. 운명〉 블라디미르 그보스테프 작(2019).
망명 후 소련 당국은 누레예프의 입국을 금지하였으며, 1987년 어머니의 임종을 볼 수 있도록 72시간만 입국을 허가하였다. 1989년, 누레예프는 망명 후 28년이 지나서야 고국을 방문하여 무대에 설 수 있었다. 이것이 그의 생애 마지막 레닌그라드 방문이 되었다. 복도 전시장에는 이 당시 사진 기록을 남겼던 작가 발렌틴 바라노프스키(Валентин Барановский, 1948- )의 작품들로 꾸며졌다. 바라노프스키는 누레예프가 공항에 입국할 때부터 출국할 때까지 이 예술가의 매 순간을 촬영하였다. 입국장을 지나면서 키로프 발레단원들이 환영하던 순간, 동료 예술가들과의 재회, 〈라 실피드〉를 연습하고 리허설하는 모습, 공연 준비 과정과 커튼콜 등 감동적인 찰나들로 엮여있었다. 이 사진들은 누레예프가 80세 되던 해이자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5년이 되던 해인 2018년에 『루돌프 누레예프. 마지막 방문(Рудольф Нуреев. Последний визит)』이라는 제목의 사진집으로 출판되었으며 사진 전시회도 열렸다. 50세가 넘은 나이에 건강 상태도 이미 좋지 않았던 때였지만, 그리워하던 고국의 무대에 섰을 때 그가 받았을 감격의 감정이 충분히 전달되는 사진들이었다. 진열대에는 당시의 공연 프로그램, 6루블이었던 1층 객석 티켓, 누레예프의 옛 친구이자 키로프발레단의 예술감독이었던 올레그 비노그라도프(Олег Виноградов, 1937- )가 그 공연을 위해 직접 디자인 한 발레의상 스케치 등이 함께 전시되어 추억을 더듬었다.
마고트 폰테인과 공연한 〈로미오와 줄리엣〉 (1966).
1989년 11월 19일 〈라 실피드〉 저녁공연 당시 티켓. 1층, 9열 28, 29번 좌석. 6루블이었다.
이 전시는 누레예프 뿐 아니라 20세기 발레 전반에 대한 세밀한 면모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었지만 친절한 스토리텔링이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오늘날 많은 전시회에서 큐레이팅 하듯이 관람객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특정 작가나 주제, 대상을 구획지어 전시하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이 전시는 특별히 그런 개념지도 같은 것을 그리고 있지는 않았다. 스토리텔링을 따라가며 관람을 할 수 있었더라면 좀 더 흥미로운 관람이 되었겠다는 아쉬움이 생겼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는 만큼 볼 수 있는 전시”이기에 작품들을 보면서 스스로 공부하고 파악해가는 즐거움이 있었다. “왜 이 사람이 여기 전시되어 있을까?”로 시작해서 “아하, 이런 이유로 함께 있구나”가 되기까지 나 나름대로 발견의 기쁨을 누리고 스토리를 만들며 생각의 가지를 쳤다. 바가노바에서 시작하여 누레예프의 마지막 방문으로 관람을 끝내고 나니 한 번의 관람으로는 아쉬움이 남았다. 다시 한 번 바가노바로 돌아가서 전시장 구석구석, 작품 한 점 한 점을 꼼꼼히 살폈다. 화가와 함께, 조각가와 함께, 그리고 생생한 피사체로 남아있는 발레예술가들과 함께 내가 실제로 살지 못했던 시공간을 상상해보았던 특별한 전시였다.
글·사진_ 이희나(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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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the stars of 20th century Russian ballet passed: 'Russian ballet. Rudolf Nureyev. Octave of Destiny' Exhibition
An interesting exhibition was held from June 5 to July 14 at the Museum of Decorative, Applied and Folk Arts, located in the center of Moscow, Russia. The exhibition ‘Russian Ballet. Rudolf Nureyev. Octave of Destiny’ looks at 20th century ballet star Rudolf Nureyev (1938-1993) and his surroundings. The year 2024 marks 35 years since Nureyev last set foot on his homeland after going into exile in the Western world. In 1989, he visited Leningrad for the last time in his life and performed 〈La Sylphide〉 with the Kirov Ballet troups on the stage of the Kirov Theater, his former home. The exhibition reminisced about Nureyev's teachers, colleagues, friends, and the works he went through, along with the artworks of artists who remembered Nureyev in various ways. This exhibition was organized by the ‘House of Russian Ballet (Дом Русского Балета)’ foundation and curated by Yuri Maltsev, the foundation’s chairman, art critic and curator. All items on display are said to have been loaned from private collections.
The exhibition hall consists of a long hallway and eight rooms facing each other. The four rooms on one side are occupied by Agrippina Vaganova (1879-1951), who established the system of Russian ballet education, and Vera Kostrovichkaya (1906-197), who recognized Nureyev's talent and selected him for the ballet school. 9), It was a general record of legendary dancers, choreographers, and musicians of the 20th century. Portraits and rehearsals of Galina Ulanova, Marina Semyonova, Maya Plisetskaya, Alla Osipenko, Yuri Grigorovitch, Shostakovich and Prokofiev, Stravinsky and Khachaturian, conductor Mravinsky, and other colleagues and junior artists who were active at the same time as Nureyev. There were many works depicting scenes and performances. Also on display were Vaganova's books, Ulanova's shoes, a box with a picture of Ulanova and Semyonova, a yearbook from Vaganova Ballet School, letters, and several photographs. In addition, although it was not related to a specific dancer, anything related to ballet was included in the collection, which was unique. For example, ballet stamps and medals issued during the Soviet era, ballet series teacups made of imperial porcelain, glass crafts, book covers such as 『The Nutcracker』 and 『Cinderella』 with ballet illustrations, and a Russian chocolate company famous for ballet illustrations. packaging design, etc.
There were real objects and photos, but most of them were just another work of art that contained the artist's soul. It was also fun to indirectly experience their perspectives and artistic interpretations of ballet artists. For Russians, ballet is like a ‘special daily life.’ Although it is an art that is easily and familiarly encountered around us, it is something that gives us special joy and pride. I once again felt Russians’ love for ballet through various everyday props related to ballet.
The four rooms opposite were mostly filled with exhibits related to Nureyev. It was full of paintings, sketches, and sculptures that seemed to praise his every moment, including on stage, rehearsals, practice scenes, breaks, and daily life. There were various ways to remember him, and the moments of his memory progressed from the past to the present. In addition to the stage costumes worn by Nureyev in 〈Don Quixote〉 and 〈Swan Lake〉 and photos from his performance with Margot Fontaine, there are also Nureyev’s appearance on stage of such as 〈Le Spectre de la Rose〉, 〈Afternoon of the Faun〉, 〈Petrushka〉, 〈Le Cosaire〉 and 〈Pierrot Lunaire〉 painted in 2024. The artists transferred the image of Nureyev onto the canvas in their own way.
On the monitor installed in the innermost room, a video of Nureyev's performance during his lifetime was shown along with a video of the exhibition's curator, Yuri Maltsev, interviewing other dancers about Nureyev. Above the monitor, Nureyev, dressed as a bluebird from 〈Sleeping Beauty〉 was soaring, and across from him was sculptures of Pierre Lacotte (1932-2023), a French friend who helped him defect and his masterpiece 〈La Fille du Pharaon〉 (2000) was placed there. Nureyev, who had already emerged as a ballet star in the Soviet Union, took flight by choosing exile in search of freedom. Vladimir Gvostev's triptych, 〈Rudolf Nureyev. Destiny〉 (2019) depicts Nureyev between the Kirov Theater in his home country and his second home, the Paris Opera in France. It showed his life at a glance.
After his exile, Soviet authorities banned Nureyev from entering the country, granting him entry only for 72 hours in 1987 so that he could see his mother's deathbed. In 1989, 28 years after his asylum, Nureyev was able to visit his homeland and perform on stage. This became the last visit to Leningrad in his life. The hallway exhibition hall was decorated with works by artist Valentin Baranovsky (1948- ), who left a photographic record at that time. Baranovsky took photos of every moment of Nureyev's life, from the time he entered the airport until his departure. As he passed through the arrival hall, he was greeted by members of the Kirov Ballet Company, reunited with his fellow artists, practicing and rehearsing 〈La Sylphide〉 preparations for the performance, and the curtain call. In 2018, when Nureyev turned 80 and 25 years after his death, tt was published as a photo book titled 『Rudolph Nureyev. Last Visit』 and a photo exhibition was also held. Although he was over 50 years old and his was already ill, the photos fully conveyed the emotions he must have felt when he stood on stage in his home country, which he had longed for. On the display stand, the performance program at the time, tickets for the first floor seats priced at 6 rubles, and sketches of ballet costumes designed for the performance by Oleg Vinogradov (1937- ), Nureyev's old friend and artistic director of the Kirov Ballet, are on display to bring back memories.
This exhibition was a space where one could appreciate the detailed aspects of not only Nureyev but also 20th century ballet in general, but it did not provide friendly storytelling or guidelines. As with many exhibitions curating today, there could have been a method of displaying specific artists, themes, or objects in sections to make it easier for visitors to understand, but this exhibition did not specifically draw such a concept map. I felt like it would have been a more interesting experience if I had been able to follow the storytelling. However, on the other hand, because it is an “exhibition where you can see as much as you know,” I had the pleasure of studying and understanding the works by myself while looking at them. Starting with “Why is this person on display here?” and ending with “Aha, they are here for this reason,” I enjoyed the joy of discovery in my own way, created a story, and branched out my thoughts. After starting from Vaganova and ending with Nureyev's final visit, I felt disappointed after only one visit. I returned to Vaganova once again and carefully examined every corner of the exhibition hall and each piece of work. It was a special exhibition where I imagined a time and space that I had not actually lived in, with painters, sculptors, and ballet artists who remain vivid subjects.
Written and Photo by Heena Lee (Editor-in-Chie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