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접어든다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불볕더위가 맹위를 떨치던 8월 24일 토요일 오후 서울시청청사 지하에 자리 잡은 서울시민청 바스락홀을 찾았다. 대한민국연희춤협회 문진수 회장의 ‘광대 소고춤 복원 및 재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서울특별시는 1996년부터 현대생활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전통문화 예술을 발굴하고 계승·보존하기 위해 전통공예·복식·무용·음악·무예·전통놀이 등 전통문화 전 영역에 대한 ‘전통문화 발굴·계승 지원사업 공모’를 실시하여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예술을 꾸준히 지켜오고 있는 장인들에게 전문가의 자문과 작품 활동비 등을 지원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무형유산 중 상당수가 사라지고 없어지는 현실에 비춰볼 때 서울시의 이러한 사업은 꼭 필요한 일이고, 매우 잘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베버 신부가 찍은 100년 전 영상 속 〈광대 소고춤〉으로 복원 및 재현 행사 가져
1925년 독일의 베네딕도회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 노르베르트 베버 신부가 조선을 방문해 촬영한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영상 컬렉션 중 1부가 끝날 즈음에 등장하는 두 명의 전문 예인이 펼치는 현란한 2인무 〈소고춤〉이 있다. 문진수 회장은 영상 속의 〈소고춤〉을 복원·재현하고 그 의미와 가치를 학술적으로 밝히고, 더 나아가 복원된 〈소고춤〉을 바탕으로 재창조된 〈광대 소고춤〉 시연까지 하겠다는 제안서로 서울특별시 ‘2024 전통문화 발굴ㆍ계승 지원사업 공모’에 응모해서 선정되었다. ‘광대 소고춤 복원 및 재현 행사’는 결과발표회의 하나로 펼치는 사업으로 매우 유의미한 행사가 아닐 수 없다.
1925년에 촬영된 영상이라면 지금부터 꼭 100년 전이다. 100년 전에 촬영된 전문 광대들의 생생한 연희 장면을 보면 지금까지 전승된 연희도 있겠지만 혹여 전승이 단절된 기예가 있을 수 있어 일반 관객보다는 전통공연예술계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의 관심을 끌 만하였다. 그래서인지 행사장에 들어서자 전통연희계에서 내로라하는 예술인들은 물론이고, 한국무용계 지도자들의 모습이 여기저기에 눈에 띄었으며 멀리는 전남 나주에서부터 전국 각지의 전문가들로 좌석이 가득 채워졌다.
복원 및 재현 행사는 (사)한국춤문화자료원 최해리 이사장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최해리 이사장은 100년 전 〈광대 소고춤〉의 복원 및 재현 행사를 열게 된 배경과 의의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으로 행사의 포문을 열었다. 이어 노르베르트 베버 신부가 촬영한 영상을 보여주었고, 이어서 문진수 회장의 영상 속 〈소고춤〉 복원 및 재현을 위한 시연이 시작되었다. 베버 신부의 영상에는 두 명의 광대가 각기 현란하고 다양한 기예로 〈소고춤〉을 연출한다. 그 길이는 1분도 채 안 된다. 문진수 회장은 두 광대의 기예를 한 명마다의 〈소고춤〉으로 나누어 복원·재현해 보였다.
발굴된 〈광대 소고춤〉의 기예, 전통공연예술의 자산으로 활용되리라 기대
100년 전 무성 영상 속의 〈소고춤〉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반주 음악과 장단부터 복원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문진수 회장은 무수히 많은 시간을 고민했을 것이다. 수십 번, 수백 번의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복원 과정을 설명한 후 그가 시범해 보겠다고 하자 객석이 정적에 휩싸였다. 숨 막히는 순간이었다.
장단이 울리자 문진수 회장은 능란한 솜씨로 시연을 시작했다. 농악계열의 〈소고춤〉이나 전통춤 분야의 〈소고춤〉보다 훨씬 전문적이었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뛰어난 기량이었다. 자유자재로 소고를 놀렸고, 팔꿈치, 머리, 허벅지, 종아리, 뒤꿈치, 턱, 발바닥 등 온몸을 소고가 두드렸고, 신체 사이사이로 소고가 가르고 다니는 등 다양한 기예가 펼쳐졌다. 연희 판을 돌아다닐 만큼 돌아다녔던 나로서도 처음 보는 동작들이 이어졌다. 거의 신기에 가까운 복원 및 재현 시연이었다, 객석에서는 거의 신음에 가까울 정도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재현 시연이 끝나자 객석에서는 감탄의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이후 토론자로서 전통문화콘텐츠연구원장인 필자가 문진수의 사라진 〈광대 소고춤〉 발굴 및 복원재현의 의의에 관해 설명하였고, 이어서 서남해안포럼 이윤선 이사장이 “노르베르트 베버 영상의 소고춤 읽기”라는 주제로 토론을 하였다.
연희춤의 명인 문진수, 사라져버린 〈광대 소고춤〉의 복원·재현에 최적임자
이번 〈광대 소고춤〉을 발굴하여 재현한 문진수 회장은 과거의 광대 못지않은 가·무·악·희(歌·舞·樂·戲)에 두루 능한 우리 전통공연예술계 몇 안 되는 예인 중의 한 사람이다. 문진수 회장은 국가무형유산 〈남사당〉 이수자, 국가무형유산 〈발탈〉 이수자, 전남무형유산 〈우도농악〉 이수자, 대전시무형유산 〈승무〉 이수자로서 오랜 기간을 우리 전통문화의 보존과 전승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면서도 시간을 쪼개 정식으로 한국춤을 전공했고, 한양대 무용학박사까지 마치며 명실상부 문무(文舞)를 겸비한 춤꾼으로 거듭났다. 게다가 〈남사당〉의 6가지 종목 중 〈탈놀이〉에 관한 책 『남사당 덧뵈기』를 예술경영과 문화마케팅의 권위자 남정숙과 공동 집필한 바 있다. 그리고 진주교대 등에서 수많은 후학을 지도했다.
최근에는 스승 박정임 명인에게 전수받은 고(故) 이동안 선생의 〈진쇠춤〉, 〈팔박수건춤〉 등 재인청의 춤을 바탕으로 시나위 장단에 맞춰 〈기본무〉를 재창작해 발표하기도 했다. 문진수 회장은 이밖에 〈한량무〉, 〈덧뵈기춤〉, 〈버나놀이(춤)〉, 〈징춤〉 등 전통을 재창작·재구성한 작품이 20여 종에 이른다. 그러므로, 이번 ‘2024 전통문화 발굴·계승 지원사업’에서 〈광대 소고춤〉을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서 발굴하고 복원하여 재현해내는 일에 있어서 문진수 회장은 최적임자라 생각한다.
토론에 이어서 복원·재현된 〈소고춤〉을 기반으로 한 재창조 작품 〈광대 소고춤〉의 발표가 이어졌다. 거의 30분간 〈소고춤〉의 다양하고 현란한 기예가 문진수 회장이 평생을 함께한 기예와 자연스럽게 융합하여 또 하나의 ’문진수류 광대 소고춤‘이 탄생하는 모습이 관객들 앞에 펼쳐졌다. 아무나 출 수 없는, 문진수만이 출 수 있는 완성도 높고 예술성이 뛰어난 연희춤이었다. 그러나 문진수 회장은 이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문진수 회장의 성격상 고수들의 조언을 겸허히 경청하여 더 다듬고 또 다듬을 것이다.
글_ 김승국(전통문화콘텐츠연구원 원장)
전세계의 독자들을 위해 '구글 번역'의 영문 번역본을 아래에 함께 게재합니다. 부분적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Please note that the English translation of "Google Translate" is provided below for worldwide readers. Please understand that there may be some errors.
Yeonhee Dance Artist Moon Jin-soo Recreates 100-Year-Old 〈Gwangdae Sogo Dance〉 into Today’s Repertoire
On Saturday, August 24, when the scorching heat was still raging despite the fact that the autumn season had already passed, I visited the Seoul Citizens’ Hall located in the basement of Seoul City Hall. I was there to attend the “Gwangdae Sogo Dance Restoration and Reenactment Event” hosted by Moon Jin-soo, the president of the Yeonhee Dance Association of the Republic of Korea.
Since 1996, the Seoul Metropolitan Government has been conducting a “Traditional Culture Excavation and Inheritance Support Project Competition” for all areas of traditional culture, including traditional crafts, clothing, dance, music, martial arts, and traditional games, in order to discover, inherit, and preserve traditional culture and art that is increasingly becoming distant from modern life. The project provides expert advice and activity expenses to artisans who have consistently preserved our unique traditional culture and art. Considering the fact that many of our proud intangible cultural heritages are disappearing and disappearing, I think this project by Seoul City is absolutely necessary and is a very good one.
Restoration and reenactment event with the 〈Gwangdae Sogo Dance〉 from a 100-year-old video taken by Father Weber
In the video collection of 〈In the Land of the Morning Calm〉, filmed by Father Norbert Weber of the Benedictine Abbey of St. Otilienne, Germany, during his visit to Joseon in 1925, there is a dazzling duet dance, 〈Sogo Dance〉, performed by two professional entertainers, that appears toward the end of Part 1. Chairman Moon Jin-soo submitted a proposal to restore and reproduce the 〈Sogo Dance〉 in the video, academically elucidate its meaning and value, and furthermore, to perform a recreated 〈Gwangdae Sogo Dance〉 based on the restored 〈Sogo Dance〉, and was selected for the Seoul Metropolitan Government’s ‘2024 Traditional Culture Excavation and Inheritance Support Project Competition.’ The ‘Gwangdae Sogochum Restoration and Reenactment Event’ is a project that is held as a result presentation conference, so it cannot be anything but a very meaningful event.
If the video was filmed in 1925, it is exactly 100 years ago. Looking at the vivid performance scenes of professional clowns filmed 100 years ago, there may be performances that have been passed down to the present, but there may also be skills that have been discontinued, so it is likely to attract the attention of experts in the traditional performing arts industry rather than the general audience. Perhaps because of this, upon entering the venue, not only leading artists in the traditional performing arts industry but also leaders in the Korean dance industry were seen here and there, and the seats were filled with experts from all over the country, even as far away as Naju, Jeollanam-do.
The restoration and reenactment event was hosted by Choi Haeree, the director of the Korea Dance Research Center. Director Choi Haeree opened the event by explaining in an easy-to-understand manner the background and significance of holding the restoration and reenactment event of the 〈Gwangdae Sogo Dance〉 100 years ago. Next, the video filmed by Father Norbert Weber was shown, and then Chairman Moon Jin-soo’s demonstration of the restoration and reproduction of the 〈Sogo Dance〉 in the video began. In Father Weber’s video, two clowns each perform the 〈Sogo Dance〉 with dazzling and diverse skills. It lasts less than a minute. Chairman Moon Jin-soo divided the skills of the two clowns into each 〈Sogo Dance〉 and restored and reproduced them.
Expectations that the excavated 〈Gwangdae Sogo Dance〉 skills will be utilized as an asset of traditional performing arts
In order to restore the 〈Sogo Dance〉 in the silent video from 100 years ago, the accompanying music and rhythm must be restored first. Chairman Moon Jin-soo must have spent countless hours thinking about this process. I thought there must have been dozens, hundreds of trial and errors. After explaining the restoration process and saying he would demonstrate it, the audience was filled with silence. It was a breathtaking moment.
As the rhythm sounded, Chairman Moon Jin-soo began his demonstration with skillful technique. It was much more specialized than the 〈Sogo Dance〉 of the Nongak genre or the 〈Sogo Dance〉 of the traditional dance genre, and his outstanding skills were unparalleled. He played the Sogo freely, and the Sogo struck his entire body, including his elbows, head, thighs, calves, heels, chin, and soles, and various other skills were displayed, such as the Sogo cutting between his body. Even for me, who has been to many performance stages, I saw movements that were new to me. It was a restoration and reproduction demonstration that was almost miraculous, and the audience erupted in exclamations that were almost groans. When the reproduction demonstration ended, the audience applauded in admiration without stopping. Afterwards, as a discussant, I, the director of the Traditional Culture Content Research Institute, explained the significance of the excavation and restoration of Moon Jin-su’s lost 〈Gwangdae Sogo Dance〉 and then Lee Yoon-sun, the chairman of the Southwest Coast Forum, gave a discussion on the topic of “Reading Norbert Weber’s Sogochum.”
Moon Jin-su, a master of Yeonhee dance, the best person to restore and reproduce the lost 〈Gwangdae Sogo Dance〉
Chairman Moon Jin-su, who excavated and reproduced the 〈Gwangdae Sogo Dance〉 is one of the few artists in our traditional performing arts world who is equally skilled in song, dance, music, and drama as the clowns of the past. Chairman Moon Jin-soo has been working hard to preserve and pass down our traditional culture for a long time as a holder of the National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Namsadang, the National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Baltal, the Jeonnam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Udo Nongak, and the Daejeon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Seungmu. However, he also took the time to study Korean dance formally and completed a doctorate in dance at Hanyang University, becoming a dancer with both literary and musical skills. In addition, he co-wrote a book on the mask dance genre, one of the six genres of Namsadang, titled “Namsadang Dotboegi,” with Nam Jeong-sook, an authority on arts management and cultural marketing. He has also taught numerous students at Jinju National University of Education and other institutions. Recently, he recreated and presented 〈Gibunmu〉 based on the dances of Jaeincheong, such as 〈Jinsoe Dance〉 and 〈Palbak Su-geon Dance〉, which he learned from his teacher Park Jeong-im. In addition, Chairman Moon Jin-soo has recreated and reconstructed about 20 traditional works, including 〈Hanryangmu〉, 〈Dotboegi Dance〉, 〈Beona Play (Dance)〉, and 〈Jing Dance〉. Therefore, I believe Chairman Moon Jin-soo is the best person to excavate, restore, and reproduce 〈Gwangdae Sogo Dance〉 as our precious cultural heritage in this ‘2024 Traditional Culture Excavation and Inheritance Support Project.’
Following the discussion, a presentation of 〈Gwangdae Sogo Dance〉, a recreated work based on the restored and recreated 〈Sogo Dance〉, followed. For nearly 30 minutes, the diverse and dazzling skills of 〈Sogo Dance〉 were naturally combined with the skills that Chairman Moon Jin-soo had been practicing his entire life, creating another ‘Moon Jin-su-style clown Sogochum’. It was a highly accomplished and artistic performance dance that only Moon Jin-soo could perform, not just anyone. However, Chairman Moon Jin-soo will not be satisfied with this. Given his personality, he will humbly listen to the advice of the experts and refine and refine it again.
Written by Kim Seung-gook (Director of the Traditional Culture Content Research Institu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