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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하는 시간, 우주를 담은 춤추는 몸들: 밀양검무보존회의 제21회 정기공연 ‘밀양춤’

포커스

Vol.113-1 (2025.1.5.) 발행


글_강주미(부산대 예술학 박사, 춤패 바람 대표)

사진_송인호





작년 11월 24일 밀양아리랑아트센터 대공연장에서 스무 해를 넘어서는 밀양검무 보존회의 정기공연이 있었다. 1988년에 발족한 밀양검무 보존회(회장 운초 김은희)는 2005년 10월에 창단공연을 하였고, 이후 매년 정기공연을 가져왔다. 제21회 정기공연은 특별히 ‘밀양춤’이라는 문패를 내걸었다. 이 공연에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었다. 하나는 밀양춤 복원작업의 결과 무대이며, 또 하나는 고희를 맞은 김은희 명무에 대한 헌정 무대였다.


공연의 막이 열리기 전에 전통춤꾼 주연희가 사회자로서 미리 분위기를 북돋우며 인사말을 하였다. 그녀의 짧지만 차분한 진행은 잔칫상이 들어오기 전에 따뜻한 전채(前菜)를 받는 듯 온화한 기분이 들게 하였다.


공연은 밀양에 존재했던 응천교방의 기녀양성 모습을 실루엣으로 담은 〈응천교방굿거리춤〉으로 시작하였다. 마치 영화의 프롤로그처럼 보였다. 김은희는 1991년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있었던 개인공연에서 〈밀양덧배기춤〉 복원을 시도한 바 있다. 일찍이 경상도식 덧배기 호흡의 가치를 발견한 것이다. 동기(童伎)도 노기(老妓)도 다양하게 서서 추는 이 작품은 경상도 특유의 담백하고 투박한 멋을 절제미로 정갈히 표현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미 담백한 절제미가 몸에 농익어 춤에 내포된 투박함이 쉬이 드러나지는 않았다. 〈웅천교방굿거리춤〉의 담백함에서 나오는 격조는 그 자체로 감동의 박수를 끌어내기에 충분했지만, 밀양만의 교방춤이 부리는 색깔을 더욱 짙게 새겨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김은희는 〈밀양검무〉를 야심 차게 복원한 인물이다. 이번 공연의 주제 무대인 〈밀양검무〉는 김은희와 그의 딸 노한나가 오랜만에 출연하여 모녀의 쌍검무로 펼쳐졌다. 김은희는 생애 70년을 여러 난관을 뚫고 처절할 만큼 춤과 씨름해 온 인물이다. 최근 병고를 이겨낸 김은희의 장검 놀림은 더욱 유려해졌고, 그의 춤사위는 박제가의 〈검무기(劍舞記)〉(1769)가 살아 움직이는 듯하였다. 따님 노한나는 2021년 PAF 춤연기상을 받으며 일찌감치 전통춤계의 재목으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모친의 복원무 과정을 밀양검무 춤사위의 미학적 성격을 고찰한 논문으로 정리한 바 있다. 모녀의 춤은 마치 삶의 번뇌를 자르고자 하는 칼부림처럼 여겨졌고, 평화의 세상을 전하는 고혹적인 무사를 연상케 하였다.


이종진이 춘 〈밀양휘쟁이춤〉은 〈밀양백중놀이〉의 상쇠였던 고(故) 김타업 선생이 1980년 공연했던 영상을 바탕으로 복원된 춤이다. 휘쟁이춤은 과거 장례행렬에서 액운을 막기 위해 상여 앞에서 양손에 칼을 휘두르며 추던 춤이다. 장례문화의 변화로 사라졌는데, 복원 가치가 높은 춤이다. 오랜 시간 무예검을 연구한 김은희인지라, 호방한 검결로 복원된 춤이 명쾌함을 주었다. 프로시니엄 무대에 맞도록 신명이 고조되는 춤의 꼭짓점을 보완한다면 훌륭한 복원춤으로 자리매김하리라는 기대감을 안긴다.



운초라는 김은희의 호를 붙여 안무의 출처를 명징하게 한 〈운초북놀음〉은 2021년 서울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김은희 춤인생 60년: 나의 스승 나의춤’ 공연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빈주연, 이미나, 하서정, 박윤아 등 12명의 회원이 연주하며 춤추었다. 북과 의상의 색과 디자인이 매우 고풍스러우면서도 세련된 점이 주목되었다. 별달거리, 터벌림, 엇모리, 자즌모리, 휘모리장단의 편성에 삼고무 형식으로 북놀음을 구성하였다. 이 중 영남관객에게 매우 익숙한 영남사물놀이의 별달거리는 삼고무의 독창적인 미학에 도달하지 못하였고, 춤꾼들 간에 음악적 ‘합’의 디테일이 높지 않아 안타까웠다. 이런 문제들이 북놀음 고유의 신명과 절정의 흥을 다소 상쇄시킨 감이 있지만, 추후 발전을 기대하며 챙겨볼 만한 작품이었다. 북놀음으로 달아오르는 공연의 열기에 덧붙여 박은하의 쇠춤과 유인상의 콜라보는 축하무대의 역할을 충분히 해 주었으며, 춤판의 흥을 더욱 풍성하게 고조시켰다. 


오늘날 전통춤꾼은 보다 도전적이고 실험적 수련으로 전통춤을 마주해야 한다. 전통춤이 박제화나 석고화의 대상으로 남지 않으려면, 춤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을 놓지 않아야 한다. 어제의 춤을 내일로 안내하는 일, 그 모범이 되는 춤이 김은희의 〈살풀이춤〉과 〈승무〉에서 경이롭게 드러났다. 김은희는 일찍이 이매방류 춤을 사사하고 박금슬의 기본무 이습의 경험을 적용하여 혼합적 전통춤을 추구해 왔다. 지난한 연구 끝에 김은희는 독창적인 전통춤 방법론으로 〈살풀이춤〉과 〈승무〉를 해석하였다. 20여 년 전부터 시작된 김은희의 ‘우리춤 움직임 원리’ 이론은 그의 몸길에 농축되었고, 이제는 명실상부한 하나의 전통춤 방법론으로 자리를 잡았다. 〈살풀이춤〉과 〈승무〉에는 이매방류 춤맥의 정수가 사위와 사위 사이에서 숨 쉬고 있지만, 어쩌면 ‘전형 전승’이라 이름하는 것의 실체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고형의 정수가 살아 존재하면서 춤꾼 누군가의 숙고된 해석이 풀어놓는 전통춤, 그것이 김은희의 전통춤으로 읽힌다. 



운초 김은희 명무의 몸길은 경이롭다. 필자는 김은희 명무가 역설하던 점, 선, 원의 원리를 ‘우주의 원리’라고 처음 칭한 바 있다. 점, 선, 원의 원리로 몸길을 돌려 쓰는 한국춤의 새로운 토대를 완성한 김은희의 춤은 이미 소우주의 확장을 보여준다. 이제 김은희의 몸길은 원을 넘어 거대한 ‘구(球)’로 그 차원을 확장하였다. 김은희는 박금슬 및 이매방의 춤정신을 바탕으로 스스로 몸길을 체득하였다. 그리고 스승들로부터 물려받은 단단한 전통춤의 터전과 자신이 터득한 몸길로 밀양춤 복원작업을 시작하였다. 그래서 그녀의 춤 안에는 과거의 시간이 미래의 시간과 순환되고 있다. 무대 후면 공간에 구축된 웅혼한 빛들의 연출(유희성)은 밀양검무보존회 예술감독인 김은희와 그녀의 제자이자 보존회 회원들의 춤길을 표상하는 시각이미지였다. 특히 〈응천교방굿거리춤〉, 〈밀양휘쟁이춤〉은 ‘전통춤이란 무엇인가’를 언제나 반문해 왔던 그녀가 내놓은 해답이었다. ‘밀양춤’을 통해 운초 김은희는 미래에 마주할 밀양의 전통춤에 주춧돌을 다져 넣었고, 밀양검무보존회 회원들의 몸길에 우주를 새겨 놓았다.


전세계의 독자들을 위해 '구글 번역'의 영문 번역본을 아래에 함께 게재합니다. 부분적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Please note that the English translation of "Google Translate" is provided below for worldwide readers. Please understand that there may be some errors.

Focus

Vol.113-1 (2025.1.5.) Issue


Written by Kang Ju-mi (PhD in Art from Pusan ​​National University, Head of Dance Group Baram)

Photo by Song In-ho



Circulating Time, Dancing Bodies Containing the Universe: The 21st Regular Performance of the Miryang Geommu Preservation Society, ‘Miryang Dance’



On November 24th of last year, the Miryang Geommu Preservation Society held its regular performance at the Miryang Arirang Art Center Grand Performance Hall, which has been going on for over 20 years. The Miryang Geommu Preservation Society (Chairman Uncho Kim Eun-hee), which was founded in 1988, held its inaugural performance in October 2005 and has held regular performances every year since. The 21st regular performance was specially decorated with a sign that read ‘Miryang Dance.’ This performance had two major meanings. One was the result of the restoration work on Miryang Dance, and the other was a tribute performance to Kim Eun-hee, who was celebrating her 70th birthday.


Before the performance began, traditional dancer Joo Yeon-hee gave a greeting as the host to liven up the atmosphere. Her short but calm performance made me feel like I was receiving a warm appetizer before the banquet table was served.


The performance began with the 〈Eungcheon Gyobang Gutgeori Dance〉 which depicted the silhouette of the gisaeng training at Eungcheon Gyobang in Miryang. It seemed like a movie prologue. Kim Eun-hee attempted to restore the 〈Miryang Deotbaegi Dance〉 in a solo performance held at the Munye Hall Grand Theater in 1991. She had discovered the value of the Gyeongsang-do style Deotbaegi breathing. This piece, in which both young and old gisaengs stand and dance, attempted to express the unique plain and rustic style of Gyeongsang-do with restraint. However, the plain and restraint had already been ingrained in her, so the crudeness contained in the dance was not easily revealed. The elegance of the simplicity of 〈Ungcheon Gyobang Gutgeori Dance〉 was enough to draw applause, but it left the task of further deepening the colors of Miryang’s unique Gyobang Dance.


Kim Eun-hee is the person who ambitiously restored 〈Miryang Geommu〉. The theme stage of this performance, 〈Miryang Geommu〉, was performed by Kim Eun-hee and her daughter Noh Hanna, who appeared for the first time in a long time, as a mother-daughter pair sword dance. Kim Eun-hee is a person who has struggled with dance for 70 years, overcoming many difficulties. Kim Eun-hee’s long sword play has become more graceful after recently overcoming illness, and her dance moves seem to bring Park Je-ga’s 〈Geommugi (劍舞記)〉 (1769) to life. Her daughter Noh Hanna received the 2021 PAF Dance Performance Award and has already been recognized as a promising talent in the traditional dance world. In particular, the mother's restoration dance process was summarized in a thesis that examined the aesthetic characteristics of the Miryang Geommu dance. The mother and daughter's dance was considered to be a swordsmanship that cuts through the troubles of life, and it reminded me of a fascinating warrior who spreads a world of peace.


The 〈Miryang Hwijaengi Dance〉 performed by Lee Jong-jin is a dance restored based on a video of the late Kim Tae-eop, who was the chief of the 〈Miryang Baekjungnori〉 performing in 1980. Hwijaengi Dance is a dance that was performed in the past in front of the bier, swinging swords with both hands to ward off evil spirits during a funeral procession. It disappeared due to changes in funeral culture, but it is a dance with high restoration value. Since Kim Eun-hee studied martial arts swords for a long time, the dance restored with bold swordsmanship gave it a sense of clarity. If the climax of the dance, which heightens the spirit to fit the proscenium stage, is supplemented, it is expected to establish itself as an excellent restoration dance.


The 〈Uncho Buknori〉 which clearly identifies the source of the choreography by adding Kim Eun-hee’s pen name, Uncho, was first performed in 2021 at the Seoul National Gugak Center’s Yeakdang in the performance “Kim Eun-hee’s 60 Years of Dance Life: My Teacher, My Dance.” In this performance, 12 members, including Bin Ju-yeon, Lee Mi-na, Ha Seo-jeong, and Park Yoon-ah, played and danced. The colors and designs of the drums and costumes were very old-fashioned yet sophisticated. The drum performance was composed in the form of Samgomu with the arrangement of Byeoldalgeori, Teobaerlim, Eotmori, Jajeunmori, and Hwimori rhythms. Among these, Byeoldalgeori of Yeongnam Samulnori, which is very familiar to Yeongnam audiences, did not reach the unique aesthetics of Samgomu, and it was regrettable that the details of the musical “harmony” between the dancers were not high. Although these issues somewhat offset the unique vitality and climax of the drum performance, it was a work worth watching while expecting future development. In addition to the excitement of the performance that was heated up by the buknori, Park Eun-ha’s Soechum and Yoo In-sang’s collaboration served as a sufficient celebratory stage and further heightened the excitement of the dance floor.


Today, traditional dancers must approach traditional dance with more challenging and experimental training. In order for traditional dance to not remain as an object of taxidermy or plaster, they must not give up on breathing life into dance. The dance that guides yesterday’s dance to tomorrow, and that is an example of this, is wonderfully revealed in Kim Eun-hee’s 〈Salpuri Dance〉 and 〈Seungmu〉. Kim Eun-hee studied the dance of Lee Mae-bang and applied her experience of learning basic dance from Park Geum-seul to pursue mixed traditional dance. After much research, Kim Eun-hee interpreted 〈Salpuri Dance〉 and 〈Seungmu〉 with her own unique traditional dance methodology. Kim Eun-hee’s theory of ‘Korean dance movement principles’, which began over 20 years ago, has been condensed into her body length, and has now established itself as a true traditional dance methodology. In 〈Salpuri Dance〉 and 〈Seungmu〉, the essence of the Imaebangryu dance tradition is breathing between the lines, but perhaps it was a time to confirm the reality of what is called ‘typical transmission’. Traditional dance, where the essence of the solid form is alive and well and the thoughtful interpretation of a dancer is released, is read as Kim Eun-hee’s traditional dance.


The body length of Uncho Kim Eun-hee’s masterful dance is amazing. I was the first to call the principles of points, lines, and circles that Kim Eun-hee’s masterful dance emphasized the ‘principle of the universe’. Kim Eun-hee’s dance, which has completed a new foundation for Korean dance that uses the body length in a circular manner based on the principles of points, lines, and circles, has already shown the expansion of the microcosm. Now, Kim Eun-hee’s body length has expanded its dimension beyond the circle to a gigantic ‘sphere (球)’. Kim Eun-hee learned her own body path based on the dance spirit of Park Geum-seul and Lee Mae-bang. And she began the restoration of Miryang dance with the solid foundation of traditional dance inherited from her teachers and the body path she had acquired. Therefore, in her dance, the past time circulates with the future time. The magnificent light production (playfulness) built in the space behind the stage was a visual image representing the dance path of Kim Eun-hee, the artistic director of the Miryang Geommu Preservation Society, and her students and members of the preservation society. In particular, 〈Eungcheon Gyobang Gutgeori Dance〉 and 〈Miryang Hwijaengi Dance〉 were the answers she gave to the question, “What is traditional dance?” Through “Miryang Dance,” Uncho Kim Eun-hee laid the foundation for Miryang’s traditional dance that will face the future, and engraved the universe in the body path of the members of the Miryang Geommu Preservation Socie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