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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춤의 유네스코 등재, 미래를 향한 시대적 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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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25-2 (2026.1.20.) 발행


글_ 허권(한국 전통춤 유네스코 등재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전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무형유산센터 사무총장)

사진_ 김영찬



춤으로 이어진 시간, 세계로 향하는 발걸음


우리는 지금 한국 전통춤이라는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키고 계승하기 위한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전통춤은 단순한 예술을 넘어, 우리의 역사와 정서, 공동체의 기억을 담고 있는 살아있는 문화입니다. 그 춤사위 하나하나에는 조상의 숨결이 깃들어 있고, 그 움직임 속에는 시대를 초월한 미의식과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전통춤은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대중문화의 홍수 속에서 전통은 낡은 것으로 치부되기 쉬우며, 전승자들은 고령화되고 후계자는 부족한 상황입니다. 특히 지역 기반의 전통춤은 중앙 중심의 문화정책 속에서 소외되어 지속적인 지원 없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며, 우리는 다음 세대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2025년 11월 22일, (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광무대에서 ‘한국 전통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기원하는 학술세미나가 성료된 것은 이러한 시대적 책무를 인식하고, 춤을 ‘우리의 정체성을 세계에 알리는 언어’로서 국제적 위상을 정립하기 위한 중요한 학술적 논의의 장이었습니다.


왜 지금,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인가?


한국 전통춤은 민족의 역사와 철학을 담아낸 귀한 유산임에도, 세계 무대에서 그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등재는 단순히 명예를 얻는 것을 넘어 우리의 춤이 세계 인류의 문화적 자산으로 영속성을 보장받는 전략적 행위입니다.


유네스코는 2003년 「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을 통해 유산의 ‘살아있는 가치’와 ‘공동체의 역동성’을 강조했습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 협약의 가치에 부합하도록 전통춤을 ‘서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박원모 유네스코 아태무형유산 연구정보실장이 지적했듯이, 우리 전통춤은 단순한 ‘공연물’이 아닌, 협약이 강조하는 ‘살아 있는 유산의 동적 실천’으로 서술될 수 있어야 하며, 이 가치를 국제사회에 명확히 알려야 합니다. 또한, 이종숙 전통무악연구소 소장의 발제와 같이, 인류무형문화유산 지정이라는 것은 과거의 춤을 단순히 보존하는 것을 넘어 현재의 삶 속에서 재창조하며 미래로 이어가는 지속 가능한 전승 토대를 마련하는 근본적 의미를 가집니다.


춤은 가장 근원적인 언어입니다. 한국 전통춤의 춤사위는 한국인의 정서, 미의식, 철학을 담고 있으며, 이는 국경을 넘어 세계인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강력한 상징적 힘을 지닙니다. 등재는 이 정체성을 세계에 알리는 가장 확실한 선언입니다.




등재를 위한 복합적 전략: 4대 요소의 유기적 결합


한국 전통춤을 유네스코 목록에 올리는 과정은 예술, 학문, 공동체, 정책이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복합적인 문화 기반을 구축하는 일입니다. 우리의 ‘보호와 활성화’ 전략은 다음 네 가지 요소의 유기적 결합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1. 학술적 기반 강화와 체계적 아카이빙

등재를 위한 선행 과제는 춤의 역사와 철학, 미학적 구조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입니다.


- 철학 및 미학 연구: 각 춤의 기원, 지역적 특성, 상징성, 미학적 구조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하며, 이는 유네스코 등재 신청서의 핵심 자료이자 국제사회에 우리의 춤을 설명하는 기초 콘텐츠로 활용됩니다.


- 통합적 기록화 및 플랫폼 구축: 등재 전략은 춤 자체뿐만 아니라 춤·장단·악기·복식·공방을 통합한 서술 구조를 채택해야 하며, 공연 영상, 구술 기록 등 각종 자료를 디지털화하여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체계적인 기록과 플랫폼 구축은 한국 춤의 위상을 세계적으로 드높이는 기록적인 체계를 생성하는 구조를 이룰 것입니다.


2. 공동체의 참여와 공감 확대

무형문화유산의 핵심은 유산을 지지하고 향유하는 공동체의 힘입니다.


- 지역 공동체의 동의 및 참여: 유네스코는 해당 유산이 ‘살아있는 문화’로 인식되고 있는지를 중요하게 봅니다. 따라서 지역 주민, 전승자, 교육기관, 축제 운영자들이 등재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야 합니다.


- 지속 가능한 전승 생태계: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의 확대는 유산의 지속성과 사회적 지지를 확보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무형유산의 보존 정책은 전승자 개인에 의존하는 것을 넘어 지역 문화 기관과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지속 가능한 생태계로 확장되어야 합니다.


3. 예술적 기반의 공고화와 창작적 계승

전통춤의 생명력은 끊임없이 추구되는 무대 위의 예술성에 있습니다. 전문 무용인의 꾸준한 공연과 교육 활동을 지원하고, 전통을 고수함과 동시에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대중과 소통하는 창작적 시도를 장려해야 합니다. 이는 춤의 생동성을 유지하고 미래 세대에게 그 가치를 전달하는 핵심적인 경로입니다.


4. 행정적·국제적 전략

등재를 위해서는 해당 유산이 국가 차원의 무형문화유산 목록에 포함되어야 하며, 국가유산청과 지방자치단체의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또한, 외교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등과의 협업을 통한 국제 심사 대응 및 외교적 지원을 확보해야 하며, 등재 이후에도 지속적인 보호와 전승을 위한 법적·재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한국의 몸짓이 세계의 언어가 되는 날


춤은 기록되지 않으면 사라지고, 사랑받지 않으면 잊히며, 세계와 연결되지 않으면 고립됩니다. 이번 학술세미나는 한국 전통춤을 세계와 공유할 수 있는 인류 공동의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학술적·전략적 논의의 장으로 평가됩니다.


한국 전통춤의 유네스코 등재 운동은 우리춤의 세계화와 올곧은 원형보존, 후학들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한 중견 무용인들의 자발적 프로젝트이며, 이번 세미나를 통해 기록화 및 아카이빙, 교육 프로그램 확대, 국제 교류를 통한 등재 추진 계획을 확고히 하였습니다.


우리의 전통춤이 유네스코 목록에 오르는 그날, 그것은 단지 등재의 날이 아니라, 한국의 몸짓이 세계의 언어가 되는 날입니다. 이제 우리 모두가 함께 지혜를 모아 전통춤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다음 세대에 온전히 전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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