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포스트코리아는 민족미학자 채희완 선생의 춤미학 세미나의 후기 연재를 통해 춤의 역사를 다시 쓰기보다 다시 읽는 비평적 시선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그것이야말로 오늘의 춤이 스스로의 언어를 되찾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포커스
Vol.127-2 (2026.3.20.) 발행
글 ·사진_ 오정은(전북대학교 강사)
댄스포스트코리아에서 진행하는 ‘ABC4Dance(Aesthetic, Basis, Criticism for Dance)’에서는 부산대학교 명예교수이자 춤미학의 대가인 채희완 선생님의 세미나가 작년부터 진행되었다. 세미나는 1부 ‘미학의 연구대상으로서 춤은 무엇인가’, 2부 ‘춤은 어떻게 미의식의 대상으로 전이되는가’로 진행되었으며, 이번 글은 3부에 해당하는 ‘한국춤 미학 연구에서 쟁점은 무엇인가’ 주제 중 2회차에 해당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정은 2026년 1월 9일(금)이며, 장소는 서울예술인지원센터 미팅룸1에서 진행되었다.


채희완 선생님은 강의 서두에서 “우리 춤의 멋과 아름다움은 즉, 우리 춤의 미학이다. 우리 춤의 멋과 아름다움을 찾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다고 보고 그 각각의 길을 한번 설정을 해보자.”라는 물음으로 시작하였다. 이는 ‘한국춤 미학’이라는 것을 단일한 해답으로 수렴시키기보다는 여러 갈래로 접근하는 사고를 확장하는 열어주며, 정답을 추론하기보다는 여러 방법론적 방법을 통해 한국춤의 실체와 의미를 접근하는 것을 말한다. 즉, ‘한국춤 미학’이라는 고지를 설정하고, 여러 분야의 접근방식을 동원하여 도달하며, 도달 후에도 문제가 풀리지 않더라도 고지에 도달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깨닫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한다. 이러한 방법들은 단순한 이론정리가 아닌 한국춤을 둘러싼 담론의 토대를 구축하는 일이다.
한국춤과 한국춤 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접근방식은 개념을 설정하고 그 개념의 정의를 내리고, 그 실상을 파고드는 여러 가지 접근 방법론이 필요하다. 이때 제시된 접근방식은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첫째는 ‘문화사·문화학적 접근방식’이다. 춤을 하나의 고립된 예술 형식이 아니라, 보다 넓은 ‘문화’의 맥락 속에서 이해하는 방식이다. 이는 오늘날의 Cultural Studies와도 연결되며, 춤을 역사적·사회적·생활적 맥락 속에서 읽어내려는 시도이다. 둘째는 ‘인간 행위의 산물에 기반한 접근방식’이다. 춤은 인간의 몸을 매개로 하는 행위이기에, 신체역학, 운동성, 감각 경험이 필수적으로 고려된다. 동시에 춤은 의미를 전달하는 체계이므로, 일종의 언어학적 구조로도 읽혀야 한다. 이러한 다층적 접근의 종착점에 놓이는 것이 바로 ‘미학적 접근’이다. 그러나 강의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여러 갈래로 접근하는 미학풀이, 미학적 접근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 자체를 다시 제기한다.
‘아름다움’이라는 말의 해석에서 드러나는 미학
미학적 접근을 논하기 위해 강의에서는 먼저 ‘아름다움(美’)이라는 언어의 의미를 논한다. 이는 단순한 어원 분석이 아니라, 미적 경험의 본질을 묻는 작업이다. 아름다움의 ‘아름’은 ‘나’를 의미한다. 즉, 아름답다는 것은 나다운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조지훈 시인은 아름다움을 “대상에서 나다운 것을 발견하는 경험(느끼는 것)”으로 해석한다. 이와 관련한 조지훈의 저서 『한국문화사서설』(1964 초판, 1996 재출판)에서 한국 문화와 예술(시대별, 순수예술, 대중예술)을 학문적으로 다루고 있다.
앞의 내용을 이어 말하자면, 아름다움은 대상과 주체가 분리되지 않고 서로를 비추며 동일감을 형성하는 순간을 미적 경험으로 보는 것이며, 칸트의 주관적 취미판단과도 비슷한 해석으로 볼 수 있다. 반면에 고고미술사학자 고유섭의 경우에는 아름다움을 사물의 본질을 인식하는 지적 경험으로 보았다. 이 관점들은 서로 다른 듯 보이지만, 결국 한국춤의 미학이 감각과 인식, 정서와 사유가 결합된 경험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관점을 기반으로 한국춤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어 볼 수 있다. 무용수는 본인의 춤을 표현하면서 역할에 이입되거나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관객의 경우에서 춤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서 그 속에서 자신의 감각과 정서를 발견하고 동일시해보는 것이다. 결국 미적 경험이란 대상 속에서 나를 발견하고 그 동일감 속에서 의미를 생성하며 그 경험이 타자와 공유될 가능성을 지니는 과정이다.

문화, 축제, 그리고 한국춤의 근원적 자리
강의의 중반부는 논의를 보다 거시적인 차원으로 확장했다. 춤은 단순한 예술 장르가 아니라, 인간 문화의 근원적 구조 속에 위치한다는 것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축제(festival)의 개념이다. 축제는 노동, 놀이, 믿음이 결합된 복합적 삶의 형식이며, 그 핵심에는 노래와 춤이 있다고 했다. 이는 현대 글로벌 문화에서도 중요한 연결 지점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관점은 이스라엘 역사학자이자 『사피엔스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2011)저자 Yuval Noah Harari(1976)의 인류사적 시선과도 교차한다. 인간은 생물학적 존재인 동시에, 상징과 의례를 통해 공동체를 형성하는 존재이며, 춤과 축제는 그 핵심 매개다. 또한 축제는 단순한 즐거움이 아니라, 일상의 질서를 전복하는 힘을 가진다. 이 점에서 서구의 카니발 전통이나, 한국의 굿과 같은 제의적 구조는 모두 “뒤집기”라는 공통된 미학을 공유한다.
한국춤의 근원적 토대로서의 축제와 굿으로 본 춤은 단순한 표현 행위가 아니라, 공동체가 모여 삶을 재구성하는 축하의 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한국적 맥락에서 이는 굿과 같은 제의적 구조와 깊이 연결된다. 이때 춤은 신과 인간을 매개하고 공동체의 감정을 공유하며 일상의 질서를 일시적으로 뒤집는 힘을 가진다. 이는 서양의 축제와도 유사한 듯 다른 형태를 가진다. 동서양의 역사, 문화, 세계관 등의 차이에서 보이는 양상으로 볼 수 있다.
강의를 통해 느낀 한국춤은 한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시대별 계급과 변화된 사회 등과도 연계하여 다방면적인 성장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단순히 한국춤, 한국춤작품으로 단순한 관점으로만 보는 것보다 열린 관점, 열린 갈래(방법론)으로 ‘한국춤 미학’을 보는 것이 중요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춤은 인간적이다”라는 명제
강의의 마지막은 하나의 인상적인 문장으로 말할 수 있다. “춤은 가장 인간적인 예술이다.” 이 말은 여러 층위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와 관련 채희완 선생님은 구히서 글, 정범태 사진 『한국의 명무』(2000) 책을 언급하며 이해를 도왔다. 이 책에서는 당시 생존자들 중 ‘한국춤’과 관련한 춤꾼들의 인터뷰와 실연 사진을 담고 있다. 또한 그 책 중 한국무용가 한영숙과 관련한 글의 제목이 ‘그 사람의 그 춤’인 부분을 언급하며 춤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는 대표 인물이라는 것을 설명했다.
춤의 인간적인 부분을 강조해서 밝혀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춤은 몸을 매개로 한다는 점에서 가장 직접적인 예술이다. 악기나 소품, 영상 등의 매체를 거치지 않고, 인간의 신체 자체가 표현의 도구가 된다. 둘째, 춤은 이론과 규범을 넘어서는 자유의 영역에 있다. 지나치게 논리나 제도에 얽매이지 않고, 인간적 감정과 관계 속에서 발생한다. 셋째, 춤은 놀이와 깊이 연결된 행위이다. 인간이 가장 자유롭고, 가장 자신다운 상태에 도달하는 순간은 ‘유희’ 속에서이며, 이때 미적 경험이 극대화된다. 이러한 관점은 공자가 쓴 논어 술이편의 ‘유어예(游於藝)-예술에 노닐다’에서도 확인 할 수 있다.
인간은 자유 존재로 돼 있는 육체적인 활동의 경력 속에서 표현 내는 것이 주이기 때문에 인간적일 수밖에 없다. 그레서 신적인 어떤 몸짓, 신적인 표현, 동물적인 습성의 어떤 표현 생각 이런 것도 가능하다. 즉, 자유와 절제가 동시에 작동하는 상태, 그것이 인간적 예술의 이상이며, 춤은 그 가능성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장르이다.
다시, 한국춤의 미학을 묻는다는 것
결국 이번 특강이 던진 핵심은 명확하다. 한국춤의 미학은 하나의 개념으로 고정될 수 없다. 그것은 문화적 맥락 속에서, 신체적 경험을 통해, 공동체적 감응 속에서 지속적으로 생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한국춤 연구의 과제는 명확하다. 전통과 현대, 제의와 예술, 감각과 개념을 가로지르며 다층적인 접근 속에서 한국춤의 미학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한국춤을 단순한 ‘전통’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 움직이는 인간적 사유의 장으로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이번 댄스포스트코리아 3부 세미나를 통해 한국춤을 바라보는 관점을 확장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본인은 실기자로 춤을 학습할 때도, 안무자로서 창작을 진행할 때에도, 교육자로 무용학을 전달할 때에도 ‘한국춤 미학’적 관점을 바탕으로 한 가지의 고지점을 향해가며 여러 갈래를 통한 어법을 배워가고 실행하는 자세를 배우게 된 시간이었다.
본인(@oje0709)은 서울국악예술고등학교-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을 통해 한국춤의 전통과 창작의 경계에서 전통춤 재구성/재창작 영역을 꾸준히 만들어가는 춤꾼이다. 그리고 국민대학교에서 무용학을 상명대학교에서 공연예술경영학을 접하면서 이론과 기획 영역까지 확장하였다. 2008년 (사)한국춤문화자료원의 일원으로 기록(아카이브, 구술사) 영역을 접한 것이 기반이 되어 현재는 기록과 관련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는 국립전북대학교 무용학과와 경상국립대학교 민속예술무용학과에서 무용이론 강사로 활동 중이며, 무용역사기록학회 이사, 한국무용학회 상임이사, (재)전문무용수지원센터 직업전환 컨설팅 무용 멘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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