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가의 시선]은 현장 무용인들이 동료 무용가들의 공연을 쓰는 댄스포스트코리아의 새로운 비평 코너입니다. 무용인들의 전문 시선을 통해 공연의 이면과 작품의 가치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며 동시대의 춤을 새롭게 기록해 갈 것입니다.
포커스 [무용가의 시선]
Vol.128-1 (2026.4.5.) 발행
글_ 손인영(전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사진 Ⓒ Semperoper Dresden
독일 발레단 젬퍼오퍼 드레스덴(Semperoper Dresden)은 동시대 안무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미학적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있는 단체다. 한국인 무용가 허용순이 안무가 겸 발레마스터로 있고, 빈 국립 발레단에서 활동하던 강효정이 이곳으로 옮겨 수석무용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솔리스트인 정서현과 김수민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글쓴이는 발레단의 레퍼토리인 <반대로도 같다(Vice Versa)>를 3월 17일 봤다. 이 작품은 발레단의 방향성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으로 벨기에 출신 안무가 시디 라르비 셰르카위(Sidi Larbi Cherkaoui)와 네덜란드 형제 안무가인 이므레 반 옵스탈(Imre van Opstal), 마르네 반 옵스탈(Marne van Opstal)이 공동으로 구성한 2부작 발레 공연이다. 전체 작품의 주제는 몸과 감정, 관계의 경계를 끊임없이 흔들며 타인과의 연결 방식을 탐구한다. 1부에서 셰르카위는 무용수들 간의 연결성을 표현하고 소품을 통해 전지구적 소통과 원소로서의 개인의 중요성을 시사하고 있다면, 반 옵스탈 형제의 안무는 보다 강렬한 신체성과 긴장을 통해 인간관계의 충돌과 심리적 거리를 부각시키며 감성에 주안점을 두었다.
1부에서 셰르카위의 작품 주제는 인간 존재가 본질적으로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몸은 하나의 독립된 개체이기보다 타인과의 접촉과 상호작용을 통해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열린 상태'라고 한다. 공연이 시작되자 무대 상수에서 일본 옷을 입은 남자가 객석으로 내려와 한참 서 있다가 일본 북을 쳤다. 이 퍼포먼스는 악기를 달리하며 극 중 몇 번 나왔다. 검은색 드레스, 검은 바지와 와이셔츠를 걸친 남녀 무용수들이 대거 등장했고, 4명씩 구성된 군무 3팀이 같은 프레이즈를 시간차로 했다. 그 사이에 듀엣이 벌어졌다.

ㄷ자 형태 대형으로 뒤를 본 무용수들 사이에 남자 한 명이 움직였고 점차 한 명씩 솔로에 합류해서 군무가 이루어졌다. 움직임은 단순하고 유연성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오케스트라 음악에 맞춰 각자 다르게 춤을 추다 한 명만 남고 퇴장했다. 무대 구성은 거의 비슷했다. 1인무, 2인무, 3인무 등이 이루어지다 점점 무용수들이 많아지고 군무로 변하다 밀물처럼 퇴장하고 솔로가 이루어지는 형식이었다. 다양한 구성이 있었고, 그 사이로 하이힐을 신은 남자가 상수에서 하수로 지나갔다.
하이힐을 신은 메조소프라노 여자가수가 나와 노래를 부르자 한 남성 솔로가 춤을 추었고, 무용수들이 입장해 다양한 솔로와 군무가 이루어졌다. 셰르카위의 전작들을 봤을 때, 무대 설치나 소품 활용 등 건축적으로 뛰어난 감각을 가진 반면, 움직임이 독특하다는 느낌은 받지는 못했다. 유럽 대다수의 안무가들은 점점 멀티 아티스트로 변하고 움직임에 집중하지 않는 현상이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춤이 따로 존재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듯했다.
무용수들 모두 바닥에 눕고 한 여자가 솔로를 추면서 발을 구르자 무리가 바닥에서 뒤척이거나, 무용수가 걸어가면 같은 방향으로 구르기도 했다. 느낌이 좋았다. 몇 가지 구성과 움직임이 있고, 여자 무용수들은 구두를 신고, 남자는 검은 정장 차림으로 검은 띠 같은 소품을 들고 나왔다. 목탁을 두드리는 소리와 비슷한 현대음악에 오케스트라의 현악기 소리가 깔렸다.

변형이 가능한 긴 검은 띠를 두 명의 무용수가 한 조가 되어 여러 개가 들어왔다. 검은 띠는 건축적인 형태를 띠며 직선, 사선, 반원 등으로 정렬하거나 가로로 얼기설기 얽혀 좌우로 움직였는데, 시각적 쾌감이 있었다. 무용수들이 중앙에서 2열로 서니 띠가 반원으로 줄을 지은 상태에서 무대 뒤에서 앞으로 한 무용수가 팔동작만 하면서 나왔다. 이어 반원은 조작을 통해 원형이 되었고 원형은 또 다양하게 건축적 미감을 과시하며 변화되었다. 나중에는 띠 두 개가 연결되어 거대한 지구본이 만들어졌다.
그 조형물이 변화되는 동안 무용수들의 춤도 여러 구조와 형태로 이루어졌는데, 주로 팔 위주의 움직임이나 걷는 동작 등이었다. 지구본은 다시 분해되고 검은 띠를 활용한 다양한 구성 후에 작은 원의 형태가 된 띠를 들고 모두 중앙에서 만나 원을 돌려놓고 퇴장하자 원은 각자 퍼지며 스스로 돌다가 소리를 내면서 휘청거리다 점점 바닥으로 가 멈추면서 작품은 마무리되었다.
셰르카위는 정치적 시각적 종교적인 측면을 많이 다루는 멀티 아티스트로 유명하다. 결국 움직임 위주보다 개념에 천착하는 그의 이번 작품도 주제가 명확했으며 시각적이었다. 사람들간의 연결과 띠를 통한 의미 부여는 주제를 선명하게 했다. 인간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연결되는 유기적 존재이나, 그 개체 하나하나가 각자의 소리가 있다는 시적 의미 부여를 통해 긴 여운을 남겼다. 개인적으로 검은 띠를 이용한 다양한 형태의 기하학적 비주얼을 만들어 설치미술을 보듯 시각적 만족을 선사했던 이 작품은, 비록 움직임은 특별하지 않았지만 좋았다.

두번째 작품은 형제인 이므레 반 옵스탈과 마르네 반 옵스탈의 안무로 강렬하고 물리적인 움직임을 통해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힘의 관계를 보여주었다. 밀고 당기는 감정의 역학, 그리고 가까워지려 할수록 드러나는 균열 등에서 신체는 조화롭게 연결되기보다 때로는 저항하고, 때로는 억압하며, 다시 끌어당기는 힘 속에서 끊임없이 긴장 상태를 유지했다. 결국 움직임의 질감으로 작품의 주제를 드러내기에 굴곡이 다양한 동작이 많았다.
무대에 조명 배튼이 내려와 있고 살색 레오타드를 입은 남녀가 등을 대고 배튼 주위에 앉아 객석을 볼 때, 아름다운 클라리넷과 플루트 소리가 났다. 조명 배튼이 무대 중간까지 올라가자 가벼운 흰 천이 걸려 있었다. 무용수들이 양팔을 어깨에 올리고 내리면서 양옆으로 나갔고, 남자 한 명만 남았다. 솔로가 이루어지는 동안 다섯 명의 무용수들이 차례로 들어와 솔로 또는 듀엣을 추는 동안 천 뒤에 무용수들이 한 줄로 서 있었다. 몇몇 움직임들이 있고, 무용수들이 천을 중간에 두고 양옆 두 줄로 섰다.
상하수의 무용수들이 단순한 군무를 번갈아 움직였는데, 중앙에서 상하수로 퍼지거나 할 때 시각적 흐름을 만들었다. 한쪽이 움직이면 다른 쪽은 멈추거나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왼팔을 오른쪽 어깨로 보내며 반복해서 도는 간단한 동작임에도 느낌이 좋았다. 현악 음악 위에 신시사이저가 깔리고, 번갈아 가며 상하수에서 다양한 움직임들이 벌어질 때 천이 크게 움직이자 마치 파도가 치는 듯했다. 그 천 사이로 보이는 무용수들의 몸짓은 아름다운 음악과 어우러져 환상적으로 보였다.


이어 이인무들이 이루어지고 강한 신시사이저에 북을 두드리자 트럼펫 소리가 났는데, 음악의 전율에 숨이 막힐 듯한 감성이 올라왔다. 전반적으로 음악이 분위기를 끌고 갔다. 다양한 구성과 움직임들이 있고, 천을 중앙에 두고 무용수들이 원으로 돌며 뛰었다. 뛰면서 솔로 또는 듀엣을 하거나 누웠다 일어나는 등 속도감 있는 가운데 춤들이 벌어졌다. 모두 바닥에 누웠을 때 천이 조금씩 움직이더니 비가 오는 듯한 음향과 천둥소리가 들리자 천이 강하게 흔들렸고 바닥의 무용수들이 일어났다 누웠다를 반복하자, 마치 풀이 스러지고 일어나는 듯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는데, 상당히 좋았다.
모두 일어나 양팔을 펼치자 자연과 조우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천이 서서히 차분해지고 모든 무용수들이 천 앞에서 무대 뒤를 향해 좌우로 왔다 갔다 했다. 이때 천 안에서 듀엣이 벌어졌으며 피아노 소리가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전반적으로 음악이 작품의 감성을 만들었고, 개별적인 춤들의 강약 조절이 잘되어 의미를 생각하기 이전에 감성이 객석에 자리했다. 움직임이 유연하고 부드러웠으며 구성된 듀엣들이 자주 보였던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1부의 작품에 비해 2부의 움직임이 좋았지만, 의미 전달은 명확하지 않았다. 움직임을 통해 관계를 드러내고 자연의 변화와 인간과의 연결을 의미하려 했으나 주제를 향한 설명보다 몸의 힘과 움직임이 표현하는 감각적 물성이 더 강했던 작품이다. 결국 두 작품은 상반된 방식으로 관계를 해석하려 했고, 그것은 개념과 이미지 쪽도, 감각적 물성 쪽도 아니었다 싶다. 인간 존재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재정의된다는 공통된 질문으로 수렴하며, '서로 뒤바뀜(Vice Versa)'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관계의 양면성과 복합성을 입체적으로 드러냈던 흥미로운 작품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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