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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현장

안무리서치

안무가 유회웅 ‘소통·이야기·움직임·재미’

우리의 삶이 발레를 만났을 때 - 자유로움, 그 속의 진정성                      

 

 

<비겁해서 반가운 세상>(2013) 

 

 

 

‘안무 리서치’에서는 지난 호부터 새로운 방식으로 인터뷰를 기획해 보았습니다.

안무가에게 ‘자신의 안무 작업을 나타낼 수 있는 4가지 키워드’를 마인드맵으로 요청한 후, 직접 작성한 키워드들을 중심으로 안무가의 안무 방법론과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았습니다. 

 


 

 

  왕자와 공주의 비극적 스토리가 아닌, 평범한 우리 삶의 희노애락을 무대로 가져와 발레도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만능 재주꾼 유회웅 안무가를 만나 보았다. 그는 다양한 장르와 매체를 거치며, 넓은 스펙트럼의 팬층과 안무작을 펼쳐가고 있다. 진정한 대중과 소통하는 아티스트로 거듭나고 있는 그의 안무 과정을 파헤쳐 보자. 

 

 

 

ⓒ린

 

 

 

첫 번째 키워드는 “소통”

 

 

  Q: 관객과의 ‘소통’은 현장 예술의 필수적인 요소인데요.  


  A: 기본적으로 관객들과 소통이 되지 않는 작품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해요.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함께 이해하고 공감할 때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믿어요. 여러 방송 매체를 통해 일반 대중들에게 무용이 많이 알려지고,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무용가들도 늘어났지만, 여전히 무용은 낯설고 쉽게 접하기 어려운 장르라는 인식이 지배적인데요. 이러한 한계점들을 최대한 극복하기 위해서 저는 작품에서 리얼리티를 강조하고 자연스러움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Q: 작품의 전달을 위해 관객들의 이해를 돕는 본인만의 안무 방법이 있나요?


  A: 보통 무용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 관객들은 작품에서 사용한 오브제, 음악, 배경, 의상 등 무용수의 춤 이외에도 관심이 많으세요. 항상 ‘왜?’라는 질문을 하고, 어떤 의미인지 찾아가면서 보시더라고요. 사실 무대 위의 모든 요소들은 작품의 주제를 전달하고 이해를 돕기 위한 안무가의 의도이자 설정인데요. 그렇다 보니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포기하지 않고 잘 찾아갈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저도 마치 퀴즈를 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요. 

 

  그래서 제가 선택한 방법은 비전공 대중들의 눈높이를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추상적인 언어보다는 직접적인 언어를 사용해 안무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깊이 고민하지 않아도 친숙하게 느끼실 수 있도록 일상의 모습과 움직임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어요.   

 

  관객들이 제 작품을 보면서 각자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하나씩 풀어가는 재미를 느끼고, 무용에 대한 관심으로 발전해 참여까지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는 소통이라고 생각해요. 

 

 

<변화가 변화를 변화한다.>(2020) ⓒ옥상훈

 

 

 

두 번째 키워드는 “이야기”

 

 

  Q: 작품의 주제가 되는 ‘이야기’를 뜻하나요?


  A: 첫 번째 이야기는 “Story”에 가까운 뜻인데, 제가 화자가 되어 무대 위에 담아낸 이야기를 말해요. 모든 작품의 시작점은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겨난 시점부터 인데요. 그래서 저한테는 이야기가 작품의 시작이자 안무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가 됩니다. 이후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이 그려지고 나면 직접 시놉시스를 쓰고, 그 상황에 몰입할 수 있도록 리서치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움직임으로 확장해봅니다. 

 

 

  Q: 또 다른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A: 두 번째 이야기는 “Conversation”에 가까운 뜻으로, 일상적인 대화 자체가 작품 리서치를 위한 중요한 과정입니다.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Story)가 정해지면 주변의 이야기(Conversation)들을 관찰하기 시작해요. 비슷한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직접 참여도 해보고 그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해요. 실제로 작품에 따라 어린아이들부터 사춘기 학생들, 젊은 성인남녀, 회사원, 전문무용수, 한 가정의 이야기까지 모두 듣고 직접 체험하면서 작품에 녹여냈던 것 같아요. 그러고 나면 작품 속으로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고, 비로소 저만의 이야기로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댄싱 발레리노>(2018) ⓒBAKI

 

 

 

세 번째 키워드는 “움직임” 

 

 

  Q: 움직임을 위한 리서치 과정은 어떤가요? 


  A: 움직임 리서치도 ‘관찰’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아요. 일상 속에 있을 때는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이 조금 거리를 두고 제3자의 시선을 갖게 되는 순간, 새롭게 보이더라고요. 사람들 간의 관계에 따라 움직임의 방향성이 그려지고 에너지의 크기를 다르게 부여하게 되죠. 그 관계에는 사랑, 가족, 인간애, 권력 등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를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홀에서 일상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토대로 음악을 들으며 상상하다 보면 금방 속도가 붙는 것 같아요. 하나님이 저에게 주신 감사한 능력이 이런 부분인 것 같은데, 작품 구성에 대한 리서치를 충분히 거치면 움직임을 창작하는 과정은 매우 쿨하게 풀리는 편이에요. 대부분 맨 처음 떠오른 것들이 가장 마음에 들더라고요. 

 

 

  Q: 작품 속에서 발레 동작 이외에도 연극적인 요소를 자주 볼 수 있는데요. 


  A: 기존의 발레 마임이나 정형화된 움직임에 갇혀있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부자연스럽게 의도적으로 멋을 낸 움직임들은 특히 선호하지 않아요. 일상적인 주제의 작품에서 오히려 인위적인 멋을 부린 움직임들은 전체적인 분위기와도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해, 최대한 일상적인 움직임 그 자체를 살리는 방향으로 안무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연기나 대사들이 들어오게 되는 것 같고요. 

 

 

 

<비겁해서 반가운 세상>(2013) 

 

 

 

네 번째 키워드는 “재미”

 

 

  Q: 대부분의 작품마다 웃음 포인트가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 어떻게 보면 전략적인 건데요. 마지막에 제가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저만의 장치라고 할까요. 관객들을 무거운 분위기가 아닌 편안하게 웃으며 작품에 빠져들게 하다가 마지막에 딱 도장을 찍게끔 하는 것이 일종의 제 안무의 패턴일 것 같아요. 웃음을 유발하는 포인트의 바탕에는 암묵적으로 다음 장면의 이해를 돕기 위한 제 나름의 철저한 계산이 깔려 있어요.

 

  가장 중요한 건, ‘타이밍’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뮤지컬이나 연극을 하면서 이러한 장치들을 작품에 더할 때 어떻게 고민하여 결정하는지 많이 보고 배울 수 있었어요. 정말 짧은 몇 초에 불과하지만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본 의견들이 끊임없이 나오더라고요. 단순히 웃기기 위함이 아닌, 짧고 굵은 임팩트로 작품에 더 깊이 몰입할 수 있는 지점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Q: 앞으로도 대중과 호흡하는 안무가로 성장하기 위한 계획이 있다면? 


  A: 무엇보다 다양한 작품으로 인사드리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이자, 발레의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일 것 같아요. ‘유회웅 리버티홀’. 이름에서도 드러나듯 앞으로도 자유롭게 저만의 색깔을 만들어가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계속해보려고 합니다. 아이들을 위한 작품부터 우리의 삶이 모티브가 되는 작품, 그리고 언젠가 대극장에서 클래식 전막을 올리는 날까지 열심히 안무하고 싶습니다.  

 

 

 

글_ 서현재(에디터), 윤혜린(콘텐츠 에디터)

사진제공_ 유회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