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을 전하는 움직임으로 삶의 파노라마를 그리다.
전통춤의 메소드를 기반으로 밀도 있게 쌓아올린 움직임과 그녀의 신선한 감각을 더한 작품은,
진정한 삶과 예술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안녕하십니까> 2016
첫 번째 키워드는 “호기심”
Q: 가장 먼저 적어주신 ‘호기심’은 어떤 의미인가요?
A: 첫 안무작을 앞두고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고민하다 보니 결국 제일 잘 아는 게 저인 거예요. 호기심이 생기는 지점을 끌고 오기 이전에 나라는 사람에 대해 되짚어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더 솔직해지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막연한 호기심이 아니라 아니라 정말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힘을 키워가는 거 같더라고요.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란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봐야 하는지, 내가 왜 이걸 해야 하는지, 사실 이미 많은 안무가들 사이에서 저는 무엇을 위해 지금까지도 계속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더라고요.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은 찾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어요. 또 형용사나 물음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제 안에서는 스스로 찾고 싶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계속 힘을 실어 나가고 있어요.
Q: ‘호기심’ 그리고 ‘도전’과 ‘배움’을 같이 적어주셨는데요.
A: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해보는 것에 대해서 두려워하지 않는 것. 그건 확실하게 제 마음속에 갖고 있어요. 항상 호기심을 갖고 주변을 관찰하기 때문에 그동안 제 작품들의 통일성이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요. 전략적으로 안무를 시작하기보다는 그때의 호기심에서 비롯된 도전이 곧 작품이 되고 나아가 제 색깔이 될 수 있겠지요. 그 안에서 커다란 성과나 대단한 교훈이라기보다는, 도전하는 과정에서 드는 작은 생각들이 곧 배움이고, 또 다른 시도를 하게끔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두 번째 키워드는 “WE”
Q: 두 번째 키워드 ‘WE’를 적게된 계기가 있나요?
A: 안무를 하면 할수록 절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커져요. 제 개인적인 관심이나 아이디어에서 출발할 수는 있겠지만, 함께하는 모든 이들의 아이디어와 노력을 거쳐갔을 때 비로소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지는 거죠. 더군다나 움직임은 혼자서 찾다 보면 한계를 마주하게 되더라고요. 스스로 작업에 들어갈수록 고립되는 편이다 보니까 일종의 환기를 시키기 위함도 있는 것 같고요. 서로 느끼고 있는 생각이나 감정들을 최대한 많이 듣고 나누려고 노력해요. 그러면서 우리가 멈춘 지점을 다시 작품 전체에서 바라보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어요.
Q: 작업안에서 만나는 이들과의 관계에 대한 생각은요?
A: 가장 우선적으로는 제 작업이 아닌 우리의 작업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고, 이것이 곧 제가 작품을 만들고 싶은 방향이 아닐까 생각해요. 제 이름으로 올리는 작품이라고 온전히 저를 만들어가는 게 아니라, 모든 무용수들과 스태프들이 각자의 작은 의미라도 발견하길 바라요. 함께한 시간을 통해서 어떤 대단한 변화가 아니라 작은 긍정의 기분이나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더욱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성격적으로도 먼저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에 서툴다 보니 오히려 저는 작품을 만드는 것보다 관계를 잘 맺는 것에 있어서 어려움을 느낄 때도 있어요. 소중한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앞으로의 작업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해요. 우리의 작품을 통해서 함께 성장하고 싶어요.
<례(禮)> 2019
세 번째 키워드는 “마음”
Q: 안무작업에서 ‘마음’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A: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특히 안무는 마음이 동해야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억지로 할 수 없고 계속해서 저를 움직이게 하는 마음이 중요하더라고요. 이미 너무나 훌륭한 안무가들도 많은데, 그럼에도 나는 어떤 마음과 방향성을 갖고 임해야 할지 혼란스러웠어요. 그래서 결국은 내가 무얼 하든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에 진심이어야 하겠더라고요. 그리고 그 마음을 모으는 일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생각으로 한 걸음을 내디뎌야 할지, 옆에 있는 동료와 어떤 마음으로 작품을 끌고 나가야 할지 고민하면서 떠올리는 이미지들에 진정성이 담기는 거죠. 그때 비로소 무용수들도 작품 안으로 들어오게 되고, 관객들에게도 닿을 수 있는 연결고리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Q: 작품 너머의 안무가로서 어떤 마음으로 임하고 있나요?
A: 하나의 모습이나 지점만을 가지고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이야기할 수 없잖아요. 뭔가 하나에 방점을 두고 파고드는 안무가라기보다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환경을 마주하면서 완성되어가고 싶어요. 다각도에서 바라보고 쌓여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하고, 매 순간마다 진심으로 충실하다 보면 저라는 사람도, 작업도 완성된다고 믿어요. 힘들어도 오랜 시간 꾸준히 버티면서 계속해보고 싶어요.
네 번째 키워드는 “파노라마”
Q: 안무가의 삶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주는 것은 곧 남겨진 작품일 텐데요.
A: 작품을 만들어가는 것 자체가 안무가이자 동시에 한 개인의 인생을 파노라마처럼 펼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먼 훗날 서로 조화롭게 잘 담아냈다는 생각이 들면 만족스럽지 않을까요. 그러려면 전체를 볼 수 있어야 하고, 그 전체는 곧 우리의 살고 있는 현실이라고 생각해요. 현실을 보고 작품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하는 거죠. 춤을 포함한 예술 자체가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지점이기도 하고요. 그게 너무 진보했던 혹은 퇴보했던, 결국 그 작품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거 그게 가장 중요한 거 같아요. 멀리 떨어진 관객들에게도 작품을 통해 각자의 현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지점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작품은 보여주는 것에서 끝이 아니라 그다음이 더 중요한 거죠.
Q: 현실을 반영하는 작품,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A: 우선 현실을 반영하는 작품이라고 했지만 정답이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각자의 생각과 답이 있는 거고, 그게 모여서 현실을 만드는 거죠. 현실을 반영하지만 결코 틀에 가두지는 않고 열린 결말로 상상에 맡기려고 해요. 조금은 찝찝하고 싫어할 수도 있겠지만 계속 방향성을 열어두려고 해요. 작품을 만드는 것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라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고,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들과 교류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더 관객들의 목소리가 궁금하고요. 어떻게 해석했는지 어떤 상상을 떠올리는지 각자의 일상에서 문득 들어왔던 순간이 있는지, 그런 점들이 더 궁금한데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부족하다는 점이 많이 아쉬워요.
글_ 서현재(에디터)
영상_ 윤구한, 김성기, 정대성
사진제공_ 선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