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이야기를 전하는 자유로운 움직임
춤에 대한 애정과 열정,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솔직하고 분명한 시선을 담아낸 작품을 만드는 안무가 이다겸.
안무가 이다겸의 인터뷰 영상은 Youtube “댄포코TV”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안무가 이다겸이 꼽은 안무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4가지 키워드는
‘ME·시대성·소통·자유’
첫 번째 키워드는 “ME”
Q: 그동안의 안무작을 보면 다양한 주제들을 다뤘는데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A: 거의 모든 작품이 저에서 비롯되었는데요. 저의 경험, 생각, 고민, 불만들에서 시작되었어요. 지금까지 그랬듯 살아가면서 겪고 느끼는 감정들, 질문들이 작업으로 이어지는 지점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동물을 너무 좋아하는데요. 동물뿐만 아니라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명체들과 공생한다는 마인드로 자라왔어요. 우리 인간 때문에 많이 아파하고 있는 동식물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환경, 그리고 사회적 문제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이슈까지 연결되는 것 같아요. 또한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여성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있어요.
Q: 스스로가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은 무엇인가요?
A: 가장 많이 무대에 올렸고 여러 곳에서 수상도 했던 <세상의 모든 것들은 의심받아야 한다>라는 저의 데뷔작인데요. 대학교 4학년쯤 되니까 주변에서 “다겸아 너 대학 졸업하면 당연히 해야 해. 사회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해, 당연히 준비해야 해.”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때 들었던 생각이 ‘세상에 당연한 게 어디 있지? 그건 뭐지?’였어요. 그 무렵 읽고 있던 책에서 ‘애국은 사악한 자의 미덕이다’라는 오스카 와일드의 글귀를 보게 되었는데. 여기서 ‘애국은 당연한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확장되어 첫 작품을 만들게 되었어요. 많이 서툴렀지만 스스로와 세상에 던진 질문이 차곡차곡 담긴 작품이라 기억에 남아요.
<경이로운 세상 2021> (2021)
두 번째 키워드는 “시대성”
Q: 컨템포러리 안무가로서 바라보는 시대를 반영한 작품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A: ‘예술은 동시대를 가장 잘 반영한 것이다’라는 말을 좋아하는데요. 제가 늘 안무작업에 있어 많이 고민하는 부분 중 하나가 현대예술에서 시대성이 반영되지 않은 작품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예요. 그러다 보니 작품의 주제를 선정할 때 이제는 조금씩 의식적으로 시대성을 반영하려고 하는 노력들도 있는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제가 의식적으로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안무가이자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구성원으로서의 제 고민과 이야기들 모두 지금의 시대성이 묻어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저 혼자만의 고민이 아닌 다양한 많은 사람들이 같이 고민하고 공유할 수 있는 메시지는 어떤 것인가. 사회적 문제나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집약적으로 담아낸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안무에 있어 정말 중요한 부분이자 아직도 어려운 부분인 것 같아요. 변화하는 환경을 마주하면서 그 안에서 새로운 고민을 더하는 것 또한 창작자로서 풀어가야 할 숙제이자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Q: 작품의 메시지를 표현하기 위해 중점을 두는 부분은?
A: 우선 저는 작품의 주제의식이 굉장히 명확한 편이라고 생각해요. 제 작품을 통해서 어떤 주제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싶다라는 욕심이 크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작품의 영감 또한 소품이나 시각적인 것보다는 중심 소재나 주제의식에서 찾는 경우가 많고, 움직임까지 확장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무용하기 전에 연기를 공부했기 때문에 늘 언어로 무언가를 표현하는 것이 익숙하던 사람인데, 언어가 사라지고 나니까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결국은 진정성이 중요하겠지만 사실 말이 없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100% 전달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더욱 내가 어떤 정서로, 마음으로, 얼굴로, 몸짓으로 표현할 것인가를 인지하고 나서 춤추는 것은 다르다고 믿어요. 보는 사람은 몰라도 최소한 행위자는 알고 있어야 한다는 마인드가 강한 것 같아요.
세 번째 키워드는 “소통”
Q: 본인과, 관객과의 소통 그리고 시대와 소통하기 위한 창작자로서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A: 위에 말씀드린 ‘주제의식’으로 직결되는데요. 제가 안무하면서 최대한 흔들리지 않는 주제의식을 갖고 출발하려고 노력하는데, 결국은 제 작품을 보시는 분들과 소통하기 위함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들이 많이 헤매지 않고 저의 메시지를 함께 느끼고 공유할 수 있도록 주제의식을 탄탄히 쌓으며 작품에 더 깊이 들어가는 것 같아요. 제가 저의 이야기나 시대성을 담아내는 것 또한 모두 단순히 개인의 결과물이 아닌, 예술작품으로서 소통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숙제이고 고민이에요. 작품에 포함되는 작은 부분까지도 우리의 소통을 돕는 매개로 작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해요.
Q: 작업의 다양한 시도와 소통을 위한 노력들, 리서치 방법이 있나요?
A: 여러 안무가들의 작품에 무용수로 참여하면서 소통을 하는 다양한 방법들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어요. 저와 다른 안무가들이 어떻게 소통하는지, 장치나 연출적인 효과들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최대한 많은 것들을 제한하지 않고 습득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또한 저한테 춤은 트레이닝이라기보다는 여전히 제일 좋아하는 취미이자 놀이의 개념에 가까워요. 따로 리서치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연습실에 있는 시간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움직임을 연구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이 일상에 녹아있는 것 같아요.
<무덤> (2019)
네 번째 키워드는 “자유”
Q: 창작작업에 있어서 자유의 의미는?
A: 제가 안무가로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가면서 느끼는 자유로움을 통해 많은 힘을 얻고 있다고 생각해요. 무용실에서 늘 무용만 하던 꼬마 무용수였던 제가 안무를 하면서 더 자유롭게 깨어나고 있어요. 조금씩 세상에 나와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이 되기도 하고, 춤으로 담아낸 메시지로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에요. 그리고 저는 자유로운 신체를 선물받았다고 생각하는데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신체를 기반으로 억압받지 않고 자유롭게 사고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함께 일상의 고민들을 헤쳐나갈 수 있는 지혜를 얻고 싶은 의미에서 자유라는 키워드를 적었어요.
Q: 무용수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지금까지 본인의 모든 안무작에 무용수로 참여하셨는데요.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A: 저는 사실 제 작품에 제가 너무 나오고 싶어요(웃음). 제가 잘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라기보다는 여전히 춤추는 게 너무 좋고 춤을 사랑해요. 또한 그동안 무용실에서 쌓아온 저의 시간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갖고 있어요. 솔직히 그 시간을 함께 바라봐주시길 바라는 마음도 있고, 아무래도 작품의 주제의식을 가장 명확하게 이해하는 건 안무자 자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도 있어요. 그래서 몸이 아파서 못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제 작품에서 계속 춤추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최근 들어 생긴 고민 중에 무용 말고 제가 좋아하고 할 줄 아는 게 없더라고요. 춤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 새로운 경험을 통해 더 많은 것들을 찾아가고 싶어요.
글_ 서현재(에디터)
영상편집_ 김상숙(콘텐츠 에디터)
영상촬영_ 방성진, 권성현
사진제공_ 이다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