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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리서치

안무가 오정윤 ‘나·WHAT·사람·조화’

 

조화, 나의 이야기가 그들을 만났을 때.

 

늦었다는 건 남들의 기준일 뿐, 식지 않는 열정이 무한한 상상력을 만났을 때.

K-Contemporary Dance의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가는 안무가 오정윤.

 

안무가 오정윤의 인터뷰 영상은 YouTube “댄포코 TV”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링크

https://youtu.be/WOEEiUH1tIM


 

 

안무가 오정윤이 꼽은 안무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4가지 키워드는

  

나·what·사람·조화'


 

2019 〈papilion〉 

 

 

첫번째 키워드는

 

 

Q: 안무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제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무용단에 들어갔거든요. 20대 후반쯤 프로 단체에 소속되어 있는 무용수로서 느끼던 안정감과는 별개로 제가 표현할 수 있는 작품이나 역할이 한정적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어요. 그때 주변의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친구들은 무용수로서 여러 작품을 경험함과 동시에 자기 작업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들은 모두 무기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저만 아무런 무기가 없는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들더라고요. 더군다나 2018년에 대극장 무대의 주역으로 서게 되었는데요. 어쩌면 무용수로서 가장 크고 높은 목표 중 하나를 이루고 보니까, 그다음은 어떤 방향으로 춤을 춰야 하는지 또 사람들이 평가하는 나의 실력이 진짜인지 의심이 들었어요. 그때 남들이 시키는 것을 갈고닦는 무용수가 될 것인지,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안무가가 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어요. 그러다 후자에도 도전해 보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고, 무엇보다 그 당시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움직임을 작품으로 남겨놓고 싶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어요. 다행히 고민을 빨리 실천으로 옮기는 편이라 바로 움직이게 되었던 것 같아요. 

 

 

Q: 안무를 시작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A: 아무래도 제가 느끼는 경험, 고민, 불만 등의 어쩌면 지극히 개인적인 저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작업이다 보니,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늘었고 조금 더 내면의 나와 가까워진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저와 남들이 보는 저 사이에서 일치하는 지점을 찾아가기도 하고, 또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 어떻게 채워갈 수 있는지 계속해서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서 작업하고 있어요.  


2019 <’네’>

두 번째 키워드는 “WHAT”

 

 

Q: “WHAT”은 어떤 의미인가요?

 

A: 저는 ‘무엇이 어떻게 우리를 움직이게 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많이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이고 항상 도전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에요. 그렇다 보니까 이번엔 어떤 것이 저한테 자극을 주었는지가 가장 중요하고, 모든 것에 있어서 그런 what을 달고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작업에 있어서뿐만 아니라 제 삶에 있어서도 항상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Q: 그동안의 안무작들이 어떤 질문에서 출발했는지 간략하게 소개해 주세요.

 

A: 2019년에 처음 안무한 이라는 작품은 악성 댓글 등의 여러 이유로 연예인들의 자살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되면서 저들의 상황이 우리한테도 겹쳐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들이 바라보는 저의 모습에 대한 오해와 그 시야에 대해 생각하게 되어 만들었던 작품이에요. 이후 그런 오해로 얽힌 갈등이 스스로에 대한 답답함으로 느껴졌고 이때 <’네’>라는 작품을 만들었어요. 굉장히 단순하게 ‘네’라고 하기 싫은데 ‘네’라고 대답하면서 살고 있는 주변 상황과 제 자신의 답답함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그다음은 사랑에 있어서 저의 감정, 자세들을 되돌아보면서 만들었던 <지혜로운 여인이 다리를 발견했을 때쯤, 정신 나간 여인은 이미 강 건너편에 있다.>라는 작품이 있어요. 네 번째 작품은 <無_黙嚜爅蟔(무_묵묵묵묵)>이라는 작품인데 지난 세 작품을 하면서 커진 고민들을 집결했다고도 할 수 있는데요. 작품 활동을 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저를 알게 되고 그것은 더 많은 오해들로 이어지더라고요. 이를 선악과에 빗대어 표현해 봤어요.

그렇게 미친 듯이 달리다 보니까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질문이 생기더라고요. 무엇을 위해 하고 있는 건지,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안무라는 작업이 결국은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조율하는 과정을 통하는 건데 그만큼 스트레스도 많이 받게 되더라고요. 이러한 고민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황금비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안무를 시작한 첫해 마지막으로 선보인 작품이 <황금비율>이에요. 이후 몇 작품을 더 했고, 가장 최근 작품인 는 그동안의 작품 활동을 하면서 겪었던 시행착오를 통해 제가 하고 싶은 것과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담아내려고 애썼던 작품이었어요.  

2019 <황금비율>

세 번째 키워드는 사람

 

 

Q: 함께 작업하고 있는 ‘C:MAKEMADE’ 무용수들과의 작업은 어떤가요? 작품으로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이 궁급합니다.

 

A: 주로 시작은 글이나 대화 속의 단어에서 시작되는데요. 작품의 주제가 정해졌을 때 제가 1차적으로 정한 키워드를 가지고 무용수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다음 키워드를 모아요. 이렇게 계속 뻗어나가다 보면 갇혔던 사고에서 일종의 벽을 깨주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저는 낱말 리서치를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동작적으로는 일상적으로 스며있는 춤이 아닌 움직임에서 아이디어를 얻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조금 우스꽝스러울 수 있지만 예를 들어 무용수들에게 그동안 쓰지 않았던 각도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고 제안을 하는 거죠. 그렇게 나오는 모든 것들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저 혼자 배열하고 조합하는 단계를 거쳐요. 이 과정에서 약간 수학적으로 접근하려고 하는 편인데요. 수학공식을 외우듯 장면마다 무용수들에게 제안하고 다같이 해보면서 디테일을 잡아가요.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까 조금 논리적으로 진행되는 것 같더라고요. 저를 포함한 무용수들도 처음부터 함께 쌓아올리는 작업을 하면서 의심하지 않고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안무가로서 무용수들에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인드가 있나요?

 

A: 참 어려운 건데… 저도 무용수로 활동하면서 느꼈던 부분인데요. 안무자가 무용수한테 주인의식을 강요할 때 굉장히 힘들더라고요. 물론 주인의식이 있으면 너무 좋죠. 제가 역으로 안무자가 되어 보니 왜 그것을 강조했는지 선생님들의 마음이 이해가 가기도 하고, 저 역시 그 부분을 이끌어내는 것이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함께하는 무용수들에게 주인의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계속해서 다양한 작업을 하다 보니까 여러 외부 사람들이 들어오는데, 이때 무용수들의 마인드가 한 집의 기둥 같은 역할을 하더라고요. 제가 마음껏 인테리어를 할 수 있게 그들이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더라고요. 덕분에 제가 어떤 기회가 왔을 때 혹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주저하지 않고 뛰어들 수 있는 원동력이 곧 팀원들이 된 것 같아요. 그들도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것에 의심하지 않고 함께 만들어가는 창작자로서 주인의식을 갖고 임하도록 노력하고 싶어요.  
 
20212021 〈a∈A(a A의 원소이다)〉


네 번째 키워드는 조화

 

Q: 마지막으로 안무 작업에서 중요한 키워드로 조화를 적어주셨는데요. 어떤 부분의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나요?

 

A: 우선적으로는 무용수들이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들이 느끼는 불편함은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인데요. 무용수들의 움직임에서 자연스러움이 묻어날 때 조화를 이루더라고요. 그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화는 미술적인 부분인데요. 공연예술에서는 시각적인 부분이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고 미장센이 펼쳐졌을 때 전체적인 느낌과 밸런스를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 이와 같이 작품을 통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요소뿐만 아니라 같이 하는 스태프들과의 분위기, 스타일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능력이 있는 사람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와 마음이 맞고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노력하면서 빛을 보는 것에 더 가치를 두고 있어요. 제가 미처 몰랐던 그들의 능력을 발견하기도 하고 서로 부족한 부분을 이끌어내면서 한 단계 성장하는 것 같아요.   

Q: 함께하고 있는 단체의 방향성을 담은 소개에 한국무용의 전통, 복원, 재창조라는 무거운 개념보다는 무용수들의 기량과 상상력을 결합한 관객과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작품을 하고 싶다라고 하셨는데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방향성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A: 조심스럽고 예민한 표현일 수도 있는데요. 한국무용의 창작이라는 장르 자체가 어렵다고 생각하는데요. 왜냐하면 자칫 잘못하면 현대무용을 쫓아가는 느낌이 들거나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평이 자주 나오기 때문인데요. 그럼에도 잘 만들어진 창작 작품을 보면 확실히 한국무용의 호흡과 에너지가 지닌 특유의 힘이 있다는 것을 느끼기도 하고요. 저처럼 한국무용을 전공한 창작자라면 대부분 양면을 모두 느낄 것 같아요. 그래서 메소드로서 한국무용의 호흡과 기본을 바탕으로 하지만 너무 그것에 연연하지 말자는 생각을 갖고 작업하고 있어요. 
저는 본격적으로 새로운 작업에 들어가면 전 다른 사람들의 작품을 보지 않으려고 하는데요. 단순한 참고가 때론 카피가 되기도 하고 오마주 또한 자칫 변질될 위험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최대한 기존의 것들 배제하고 저만의 움직임을 만들려고 노력하면서 신선한 조화를 보여드리기 위해 때론 과감하게 도전하고, 그 용기와 상상력을 잃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어요(웃음). 

Q: 앞으로 시도해 보고 싶은 작업이나 계획이 있다면요?

A: 올해 처음으로 이머시브 형식의 공연을 시도하게 되었는데요. 즐겁게 작업했던 만큼 역으로 프로시니엄에 반영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객석에서도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아이디어를 펼쳐보고 싶어요. 또한 제가 조금 더 단단한 안무자가 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한테 평가받을 수 있는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큰 계획 중의 하나는 ‘C:MAKEMADE’의 작업들이 여러 방면으로 브랜딩 되어 한 번의 공연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관객들을 만날 수 있는 컴퍼니로서 운영되길 바라요.. 

글_ 서현재(에디터)
영상편집_ 김상숙(콘텐츠 에디터)
영상촬영_ 방성진, 권성현
사진제공_ 오정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