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을 컨텐츠로 세상과 소통하는 춤꾼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최종인 안무가는 2020년 자신의 처녀작 <고기잡을 어>를 통해 젊은 안무자 창작공연에서 최우수 안무자상(문화체육 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하였다. 동시에 대한민국무용대상 결선에 진출하여 2등상을 수상하며 한국무용의 새로운 역사를 쓴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문화계에 이례적인 기록을 세우며 수많은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최근 썬캡보이로 또 다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최종인 안무가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낸 안무리서치 과정을 살펴본다.
정: <고기잡을 어>는 어떤 작품인가요?
최: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그리고 윤선도의 『어부사시사』를 융합해서 만든 작품입니다. 노인 산티아고라는 어부는 매일 바다에 나가 아무 것도 잡히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담하지 않고 성실하게 고기를 잡아 나가는 그런 삶의 자세를 견지하는 모습과, 윤선도의 『어부사시사』에 나왔듯이 고유의 한이 담겨있지만 그것을 뱃놀이로 풀어내는 모습, 이 두가지를 융합해서 저의 포부와 심지 그리고 앞으로 평생 지니고 살아야 할 삶의 자세를 견지하는 동시에 저를 안무가로서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내놓았던 소중한 처녀작입니다.
정: 어떤 포인트에서 헤밍웨이나 윤선도의 글이 작품에 좋을 것이라는 영감을 얻게되셨는지요?
최: 제가 춤을 취미로 선택하는 과정도 부모님의 반대로 쉽지가 않았고, 한국무용을 배우던 때는 제가 그동안 해왔던 춤과는 너무 달라 그런 생경함도 있었고, 남들로부터 무시 아닌 무시도 있었던 것 같고요. 대학 입학을 준비하면서도 제가 비주얼적으로 뛰어난 무용수는 아니고, 무용단을 준비할 수 있는 키도 아니다보니까 춤꾼으로서의 매 삶의 순간 순간이, 무용수로서 그리고 무용인으로서 쉽지가 않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삶의 자세가 무엇이 있을까, 나는 어떻게 무용인으로서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가 노인과 바다에 정확하게 담겨있다. 그런데 이것이 한국무용이다보니 한국적인 정서로 표현할 수 있는 작품이 있으면 좋겠다’고 리서치를 한 결과 윤선도의 『어부사시사가』가 그런 것을 담아 낼 수 있는 것 같아 이 둘의 메시지를 결합해서 하나의 결과물로 보여드린 것이 <고기잡을 어>라는 작품입니다.
정: 이 주제를 담을 만한 무브먼트 리서치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최: 제가 1원칙으로 꼽는 것은 어느 콩쿠르에서 볼법한 그런 동작을 절대 하지말자예요. 그러면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느냐, 그 공연에서만 볼 수 있는 동작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공연에서만 볼 수 있는 동작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작품에 충실한 동작을 짜야하고 내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그 작품에서 나타나는 이미지적인 키워드가 맞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이미지적인 키워드는 어디서 따오느냐하면 저는 고사성어, 속담, 소설, 시 이런 것을 많이 찾아봐요. 무용이 말하는 것은 비언어적인 것이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언어적인 것이기 떄문이죠. 아이유나 BTS 음악을 들었을 때 제목을 보기 전까지는 유추할 수가 없잖아요. 특히 가사가 없는 음악이라면 더 그렇죠. 저는 무용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사람의 감정은 전달이 될 수 있어도 구체적인 메세지는 전달될 수 없죠. 하지만 그것을 최대한 온전하게 전달하려면 비언어적인 면에서 심상을 온전히 리서치 할 수 있는 그런 키워드들을 작품 안에 많이 넣어야겠다. 그래서 어부, 바다, 고기를 잡는 행위 등 바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것에 대헤 폭넓은 리서치를 해보고 나서 선별을 해 나가는 거죠. 수중발레처럼 한번 해보고, 조개 속의 진주, 바다의 형상을 표현한다든지, 배에 키가 돌아가는 모습을 표현한다든지, 우비로 고기를 잡기 위해 투망을 던진다든지, 우비로 낚시대를 표현한다든지 이런 언어적인 심상을 몸으로 형상화하는 그런 리서치를 저는 주로 하고 관객들이 봤을때도 저게 뭐를 말하는 것 같다하는 상상을 자극하게 하는 리서치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진_ 최인호
정: 움직임은 혼자 다 만드시는지 아니면 댄서들과 함께 리서치를 해서 만들어가시는지요?
최: 저는 굉장히 외곬수적인 사람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집요하고 어떻게보면 변태적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나부터 열까지 제가 리서치를 해서 동작을 만들어 댄서한테 주는 스타일이구요. 그게 저만의 고집인 것 같아요. 그것을 작품으로 풀어낼 때 제가 만들어낸 움직임이 저한테 맞게 치중되어 있는 움직임이다 보니까 제가 했을 떄 좋은 동작이 있고 그것을 댄서에게 주었을 떄 댄서의 나름대로의 해석된 모양이 좋아 보일 때도 있어요. 그래서 이 두개를 비교해 보는거죠. 나는 뭔가 애니메이션적으로 나오는게 있는데 이 사람은 뭔가 한국적으로 나오는구나 했을때 이 부분은 좀 한국적으로가고 내가 하는 부분이 꼭 살았으면 좋겠다 하는 부분은 무조건 강조하죠. 이렇게 표현을 절충을 해가지고 만들면 너무 내 느낌도 나오지 않고 한국적이면서도 너무 한국적이지 않은 그 중간의 어느 지점에서 만나는 거죠. 그렇게 동작을 댄서에게 주고 훈련을 시키는 것 같구요. 제가 리서치하는 과정에서 한국무용이라는 지점이 스마트폰도 사용하고, 신발, 와이셔츠, 티셔츠를 입는 한국이니까, 1900년도 초반의 한국무용이 아니라 우리는 지금 2020년도의 한국무용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니까 지금의 한국무용은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 지금의 생활양식으로 할 수 있는 춤사위는 무엇일까, 코로나로 기침을 하는 것으로 호흡을 표현할 수는 있지 않을까 등 여러가지 방법으로 탐구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정: 그러면 그렇게 찾아지는 움직임, 즉 키가 되는 움직임을 찾으셨잖아요. 그 움직임을 가지고 작품 시작부터 끝을 만들어가는 안무 진행방식이 궁금합니다.
최: 예전에는 세전, 중전, 장전의 발디딤을 기본으로 했다면 발 날것으로 발디딤을 변형하면 어떨까? 등 이런 것들로 동작을 짜는 것에만 치중되어 있는 사람이 아니라 작품의 진행방식에 대해서도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인데, 제가 군대 장교출신이예요. 거기서 좋은 기회로 신흥무관학교라는 군 뮤지컬을 했었는데 거기서 앙상블, 댄스트레이닝도 하면서 배웠던 것이 뮤지컬의 안무 연출자들이 어떻게 생각을 하고 무대를 만들어 나가는지에 대해서 곁에서 지켜보았던 것이 저에게는 큰 경험이였어요. 팀에 함께 있던 배우 강하늘 형이 연출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해주었던 인상적인 말이 있었어요. 기승전결이라는 것이 있잖아요. 발달, 전개, 위기, 결말 혹은 이런 것을 3가지 혹은 12가지로 나누는 방법 도 있구요. 기, 승, 전, 결로 나누었을 때 그 과정 안에서도 각각에도 기, 승, 전, 결이 있어야 되는 것처럼, 무용작품에서도 이런 저런 그림을 만드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그림을 만들었기 때문에 어떻게 맞물려서 저렇게 넘어가야 한다라는 것이 있어야 되고, 애피타이저가 나오고 메인 디쉬가 나오고 디저트가 나오는 하나의 코스요리처럼 하나의 큰 덩이가 아닌 배가 출항하는 과정, 낚시, 투망, 수중발레, 고기잡이 후 춤판을 벌이는 광경, 배를 끌고 나가며 다시 항해를 준비하기까지 등 개략적인 틀을 짜고 그 안에서 기승전결을 만들어 나가는 방식으로 하는 것 같습니다.
사진_ 최인호
정: 공연예술의 다양한 장르 중 무용이 최종인 안무가님에게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자신은 어떤 무용을 하고 싶으신지요?
최: 제가 봤을 때 무용이라는 것은 종합예술인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 융복합이라고 말하는 것이 트렌드인 것 같아요. 원래 이루었졌던 시도이고 앞으로도 이루어질 시도인 것임에도 불구하고요. 안무가는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비언어적인 것을 심상적으로 조명, 의상, 음악, 연출 거기에 안무까지 이 모든 것을 조합해서 융합예술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요. 저는 제가 마르코폴로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스트리트댄스 출신이기 때문에 한국무용을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여기서의 한국무용의 장점이 무엇이고 대중들에게 어필이 되는 부분이 무엇인지, 마르코폴로가 『동방견문록』을 쓰듯이 저도 그들을 멀리서 바라보면서 또 필드 안에 가까이 있으면서 살펴보는 거죠. ‘나는 한국무용에 완전히 융화될 수 있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아. 그런데 조금 다른 감성을 지니고 있을지도 몰라. 내가 한국무용에서 좋아하는 부분과 내가 엇나갈 수 있는 그런 발칙함이랑 그것을 좀 혼합해서 쓸래. 남들이 한국무용과 스트리트댄스를 융합하는 것을 두려워하면서, 남들이 그러면 한국무용의 전통이 무너져헀던 것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시도하려고. 그걸 드릴처럼 보여질 수 있는 원석이 보일 때까지 끝까지 파보고 싶은 마음, 그것이 한국무용을 기반으로 한 컨템포러리 댄스이던 어떻게 분류가 되던지 내가 잘하고 내가 맞다고 믿는 것을 한다’ 는 마음으로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여러가지 시도를 해본다면은 망하더라도 즐겁게 망할거야 하며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어른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그것을 제 작품으로 보여주고 싶어요.
정: 안무가님은 관객과의 소통을 중요시 여기시는 것 같습니다. 관객과 소통하고 싶은 것은 어떤 것일까요?
최: 무용공연이라고하면 저의 학생들, 가족들, 친구들, 무용인들 밖에 없어요. 그들만의 잔치처럼, 그것이 제가 유트브를 하기 시작한 점이거든요. 관객들이 극장에 찾아주는 것, 관객들이 시선을 떼지 못하게 어떻게 집중하게 만드느냐, 제가 망가지면서 어느 정도의 구독자를 만들었을 떄 이들은 진짜 내 공연을 찾아줄까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었고. 그럼 진짜 관객과의 소통은 무엇이냐? 작품에서 풀어낸 적이 있었는데 지음이라는 중국 고사성어 중에 나오는 백아와 종자기의 관계인 거죠. 예술가와 관객의 관계가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술가도 말하고자 하는 것을 명확하게 전달해야 하기 위해 고민을 해야하고, 얼마나 많은 종자기를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겠지요. 많은 종자기를 만들기 위한 고민을 하려면 안무적인 테크닉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내가 관객들에게 최소한 무용이 재미있다하는 것을 알려줘야겠다. 예술성? 잘 모르겠습니다. 제 스스로 예술가라고 표현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은 메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안무적인 테크니션으로서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안무 진짜 잘한다라는 말을 듣기 위한 과정을 아직 준비하고 있고 그 과도기를 계속 거쳐나가고 있으면서, 번데기이지만 점점 더 나비가 되고 위해서 허물을 벗어나가고 있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좀 더 끌어 한번 본 사람이 한번 보고 두번 보고 , 한번 본 사람이 나를 좋게 평가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것이 진정한 관객과의 소통이고 그게 진정으로 나만의 종자기를 많이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글_ 정혜정(자유기고가, Faeb Consulting 대표)